'1球2無.'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이 강조하는 말이다. 공 하나에 다음은 없다. 첫 번째 공 말고 두 번째 공은 없으니 순간에 최선을 다해서 승부해야 한다. 순간을 놓치면 다음은 없다. 공 한 개로 승부가 결정된다는 뜻이다. 삼성의 3년 연속 통합 우승으로 끝난 2013년 포스트시즌에는 유독 1구2무가 생각나는 상황이 많았다.
포스트시즌은 갖고 있는 전력을 총동원해야 한다. 벼랑 끝에 몰려서는 내일을 생각하지 않고 오늘에만 집중해서 승부해야 한다. 두산이 플레이오프에서 LG를 꺾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을 때, 김인식 KBO 기술위원장은 "넥센으로선 더욱 아쉽겠다"고 한마디 했다.
그는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넥센이 손승락을 연장 13회에 내린 것을 의아해했다. 당시 손승락은 9회부터 연장 12회까지 4이닝을 던졌다. 투구수는 64개. 마무리 투수로선 많은 이닝과 투구 수였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지면 끝인 5차전 아닌가. 패배하면 그 다음날에 경기가 있나"며 최종전임을 지적했다. 지고 나면 끝인 상황에서 투수를 아껴서 경기 흐름이 바뀌었다고 했다.
김 감독은 3일 끝난 재팬시리즈를 언급했다. 라쿠텐의 다나카는 6차전 투구수 160개로 완투패하고 7차전 9회 등판해 또 던졌다. 혹사 논란이 따랐다. 김인식 전 감독은 "다나카를 헹가래 투수로 시켜준다기보다는, 호시노 감독이 9회 3점 리드도 불안해서 다나카를 올린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라쿠텐은 정규시즌 4홀드 17세이브를 거둔 라즈나와 20홀드 11세이브를 기록한 아오야마 코지 두 불펜 투수가 재팬시리즈에서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해 기형적인 불펜 운영을 했다.
두산이 한국시리즈에서 3승1패로 앞서다 삼성에 역전 우승을 내준 것도 5~7차전 느슨한 투수 운용의 문제로 봤다. 5차전에 앞서 6차전에서 끝날 것으로 예상했던 김 위원장은 "두산이 잘 해오다가 뒤에가서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마운드 운영이었다"고 말했다. 5차전 동점 상황에서 핸킨스와 유희관의 미등판, 6차전 역전되고도 니퍼트가 6실점하기까지 가져간 것. 7차전 이승엽 상대로 유희관에서 핸킨스로 바꾼 대목 등을 의아해했다.
공 하나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주는 선수들의 플레이도 많았다. 준플레이오프 5차전 두산 니퍼트는 승리를 눈앞에 둔 9회말 투 아웃에서 박병호(넥센)에게 어정쩡한 높은 볼을 던져 동점 스리런 홈런을 맞았다. 비록 두산의 승리로 끝났지만, 공 하나의 소중함을 절실했을 것이다.
삼성이 한국시리즈 3연패를 달성했지만, 2차전과 4차전에서 최형우와 박석민의 볼 하나에 승패가 엇갈렸다. 최형우는 2차전 0-1로 뒤진 8회 무사 1·2루서 볼카운트 2볼-1스트라이크에서 홍상삼의 한참 높은 볼에 헛스윙했다. 가만 있었더라면 3볼-1스트라이크. 제구가 흔들린 홍상삼을 코너로 몰아붙일수 있었는데 오히려 도와줬다. 쳐서 해결하겠다는 의지는 좋았지만 조금 냉정했어야 했다. 결국 삼진으로 물러나 맥을 끊었다. 이날 이승엽이 두 차례 결승타 찬스를 놓친 것만큼 아쉬웠던 헛스윙이었다.
4차전에선 박석민이 비슷한 잘못을 반복했다. 0-2로 뒤진 3회 2사 만루서 이재우는 볼을 2개 연속 던졌다. 3구째도 바깥쪽 한참 벗어난 공, 그러나 박석민은 시원하게 헛스윙했다. 3볼이 아닌 2볼-1스트라이크가 됐고, 삼진으로 끝났다. 박석민은 이후 "2볼이라 투수가 분명 스트라이크를 던질 거라 봤다. 친다고 노렸는데, 투수가 제대로 공을 뿌리지 못해 공이 휘더라. 그땐 배트를 멈출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미리 단정지은 탓에 집중력이 흐트러진 것이다.
축제는 끝났다. 실패한 자는 아픔을 통해 다음에는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게끔 배우고, 승리한 자는 자만심보다는 뒤를 돌아보며 더 높은 곳을 향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