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올해도 외부 FA(프리 에이전트)에는 눈길을 주지 않기로 했다.
한국시리즈 직후 "외부 FA 영입없이 계속 키워서 썼다. 올해 거물 FA들이 많이 나온다고 해도 우리 방침은 똑같을 것 같다"고 말한 송삼봉 삼성 단장은 최근 삼성그룹에 우승 보고를 하고 온 뒤 "외부 영입은 없다"고 재확인했다. 1999년 말 FA 제도가 도입된 이후 지난해까지 LG와 함께 외부 FA를 가장 많이 영입(6명)했던 삼성은 2004년 이후 외부 투자를 접었다. 왜 그럴까.
▶치솟은 FA 몸값
삼성은 올해 FA 시장에서 포수와 톱타자 보강을 생각해볼 수 있다. 포수 강민호(28·롯데)와 발빠른 이용규(28)·정근우(31)·이종욱(33) 등이 FA를 신청했다. 그런데 시즌 전부터 거물급 FA들이 쏟아져 나오는 올해 최고 FA 몸값이 예상돼왔다. 지난해 김주찬(KIA)의 4년 50억원 계약으로 선수들의 눈높이도 훌쩍 높아졌다. 왠만한 거물 FA들은 50억원을 잣대로 삼고, 그 이상을 요구하는 분위기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강민호 몸값으로 80억~100억원이 언급되는데 선수에게 그 정도 줘야 할까요"라고 반문했다. 강민호 몸값이 80억원이라고 하면, 보상금액까지 합하면 91~96억까지 투자해야 한다. 특정 한 선수에게 너무 많은 액수라는 시각이다.
그동안 삼성은 내부 FA도 합리적인 몸값으로 잡아왔다. 마해영(2004년·KIA와 4년 28억원)과 정현욱(2013년·LG와 4년 28억 6000만원)을 떠나보낼 때 계약 기간과 금액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돈성'보다 '시스템 야구'
삼성그룹은 국내 최고 기업, 돈을 쓸려면 쓸 수도 있다. 2004년 말 심정수(최대 60억원)와 박진만(최대 39억원)을 동시에 FA 영입하면서 최대 99억원(여기에 현대에 지급한 보상금 35억4000만원은 별도)을 투입하기도 했다. 이후로 99억원(지금까지 언론에 100억원으로 표현되기도 한다)은 주홍글씨처럼 따라다닌다. 참고로 마이너스 옵션 등으로 4년간 실수령액은 심정수 49억5000만원. 박진만 35억원이었다. 삼성 관계자는 "돈성(돈+삼성)이라는 소리를 이젠 듣지 않고 싶다"고 했다. 그룹에서 막대한 FA 투자를 꺼려하고 있다.
삼성에서 자란 최형우(30) 박석민(28) 채태인(31)이 팀의 주축타자가 됐다. 삼성의 자랑인 철벽 불펜은 차우찬(26) 심창민(20) 등 젊은 선수들이 바통을 이어받고 있다. 김인 사장이 2010년말 부임한 이후 내부 육성에 더 힘이 실렸다. 2군에서 유망주를 키워 주전으로 성장시키는, '시스템 야구'로 정상을 지키자는 것이 삼성 내부 방침이다.
한용섭 기자 orange@joongang.co.kr
※구단별 외부 FA 영입 숫자
구단 총계 2006년 이후
삼성 6 0
LG 6 4
SK 5 2
롯데 5 3
KIA 3 1
한화 2 2
NC 2 2
두산 1 1
넥센 1 1
*1999년말 FA 제도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