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사'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드라마 속 촬영지들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총 10회를 내보낸 케이블 채널 tvN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는 주된 촬영지인 연세대와 하숙집 뿐 아니라 유연석이 멋진 투구를 뿌리던 야구장, 고아라가 아르바이트를 하던 패스트푸드점 등 다양한 장소에서 90년대를 추억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극중 신촌 하숙집이나 우지원·문경은 등 농구선수들이 나오던 건물, 정우가 근무하는 병원 등 상당수 장소가 실제로는 연세대와 신촌 바깥에서 촬영됐다는 것. 한림대 병원, 광운대 운동장 뿐 아니라 휘문고등학교까지 촬영장으로 쓰였다.
'응사'의 장소 섭외를 담당하고 있는 양종성 섭외부장은 "무엇보다 94년과 95년에 대한 고증, 또 현장감을 우선시한다"고 기준을 밝혔다. 이어 "'응사'는 세트를 짓지 않고 실제 주택과 야외를 촬영장으로 활용하는 드라마다. 그러다보니 어느 한 곳에서 도움을 받는 것에도 한계가 있고, 이동거리 역시 만만치않다"며 "10회분에 김성균(삼천포)의 고향으로 등장한 강원도 바닷가를 섭외하기 위해, 추석 연휴동안 남해 땅끝마을부터 동해까지 바닷가를 죄다 훑어보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연세대 캠퍼스
-명칭: 연세대 본관 및 연희관 주변
-주소: 서대문구 신촌동
-극중 등장: 본관·연희관·논지당 등 매회 등장
-비하인드: 1920년대에 지어져 담쟁이 덩굴과 함께 고풍스러운 느낌을 자아낸다. 특히 '6화-선물학 개론'에서는 사회과학대인 연희관 앞 잔디와 여학생 휴게소인 논지당 등이 집중적으로 등장했다. tvN 측에서 일정 금액을 연세대에 학교발전기금으로 기부한 후 주로 주말을 이용해 촬영을 이어가고 있다. 백승국 연대 홍보팀장은 "94년 연대의 농구대잔치 우승을 다룬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생각했다"며 "지금까지 건물 관리인외 학생들로부터 이의제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제작진의 깨끗한 뒷처리가 인상적"이라고 전했다.
한 관계자는 "보통 연세대에서는 단발성 촬영에는 사용료를 받지 않는다. 다만 '응사'의 경우처럼 일정 기간을 잡아놓고 촬영을 이어갈 때는 발전기금 기부 식으로 사용료를 받는 편"이라며 "이번에는 우지원·문경은 등 부터 나영석PD까지 다수의 연대 졸업생들이 출연한 데다가, 학생들의 성장기를 그린 극중 내용 덕분에 다른 경우보다 적은 금액을 낸 것으로 알고있다"고 귀띔했다.
학생들은 현재 자신들이 다니는 학교를 배경으로 90년대의 모습이 그려지자 신기하고 재미있다는 반응이다. 94년생이라는 불어불문학과 권예슬(19)씨는 "태어나던 해에 바로 이곳에서 일어난 일들이 흥미진진하다. 배우들의 사투리도 수준급"이라며 "자상한 정우(쓰레기)가 꼭 고아라(나정)의 남편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교육학과 이지현(22)씨는 '건축학개론'도 이용주 감독이 연대 재학시절의 이야기를 그렸다는 말이 있어 더 관심있게 봤다. '응사'는 아예 연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다른 학교 친구들이 부러워하더라"고 전하기도 했다.
드라마와 현실의 차이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사회학과 변승록(24)씨는 "그 당시 캠퍼스와 세대에는 저런 낭만이 있었나 하고 동경하게 된다"며 "사실 제대 후 이래저래 학업과 미래 걱정에 치이다 보니, 그런 낭만은 잘 느끼지 못하면서 살기도 한다"고 말했다. 연대 총동아리연합회장인 정치외교학교 정문호(27)씨는 "학교 친구들도 신기하고 재미있다는 반응이다"면서도 "다만 실제 의대생은 그렇게 한가하진 않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신촌 락카페 스페이스
-명칭: 홍대 주차장거리 인근 건물
-주소: 마포구 서교동
-극중 등장: 4회 손호준·김성균 락카페 굴욕장면 등
-비하인드: 실제로는 신촌이 아닌 홍대에 위치해 있는 건물이다. 건물 내에 식당과 바 등이 들어서 있다. 2층에 위치한 바의 사장은 "'응사' 첫방송이 나가기 2주전 쯤 일요일에 연락이 와서 촬영이 진행됐다. 마침 우리 바를 제외하고는 입주가게가 모두 닫은 상태였고, 영업을 못하는 대신 80만원 정도의 사례비를 받았다"고 밝혔다. 40대라고 밝힌 근처의 한 클럽 직원은 "스페이스는 내가 20대 중반에 한창 드나들던 곳"이라며 "당시에는 홍대가 아니라 신촌이 유흥 문화의 중심지였다. 서태지와 아이들 부터 듀스·김건모 등의 가요, 바비브라운과 MC해머 등의 팝송이 흘러나오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원호연 기자 bittersweet@joongang.co.kr 사진=원호연 기자, tvN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