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는 매해 가장 멋진 골을 뽑아 푸스카스상을 시상한다. K리그도 시즌 종료 후 '올해의 골'을 뽑는다. 올 시즌엔 황순민(23·대구)이 유력 후보다.
황순민은 17일 제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절묘한 왼발 감아차기로 추가골을 터뜨렸다. 전반 26분 페널티 지역 모서리에서 골대 구석을 향해 감아찬 공은 우아한 궤적을 그리며 골로 연결됐다. 대구는 황순민의 골에 힘입어 2-1 승리를 거뒀다. 약 5년만에 제주 원정 승리를 거둔 대구는 11위 경남(승점32)을 승점 3점 차로 추격했다.
지난 10월 전남전에서도 황순민은 김병지(43) 골키퍼를 꼼짝못하게 만든 시저스킥으로 명장면을 만들었다. 화려함과 함께 내실도 갖췄다. 그는 미드필더로 출전하면서도 28경기(17경기 선발) 6골의 준수한 득점 기록을 올렸다. 황일수(7골)와 함께 대구의 주득점원이다. 특히 전남·제주전은 황순민의 골이 팀 승리로 직결됐다. 백종철 대구 감독은 "시즌 초에는 주전이 아니었지만, 자신이 기용되어야 하는 상황을 스스로 만들었다. 경기 흐름을 가져오고 골까지 직접 마무리하는 선수"라고 높게 평가했다.
그는 "훈련 때도 자주 슛을 시도하는 자리에서 연습한 대로 찼다"고 명장면의 비결을 밝혔다. 연습경기에서도 다양한 종류의 슛을 날리며 결정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 것이 결실을 맺은 셈이다. 친한 형 임상협(부산) 등 지인들은 황순민의 물오른 활약을 보고 "요즘 무슨 일 있냐? 약 먹었냐"고 묻는다.
황순민은 강등 여부가 걸린 중요한 시점에 전력에서 이탈한다. 경고 누적으로 23일 성남전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그는 "우리 팀은 3경기를 남겨놓고 있지만 내게 남은 건 2경기 뿐이다. 일단 성남전을 열심히 응원한 뒤 힘을 보태겠다. 꼭 이겨달라"고 동료들에게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