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경영을 회피하기 위해 등기 이사직을 사퇴한 기업총수들의 행태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윤영달(68) 크라운해태제과 회장 역시 올 상반기 등기 이사직을 사퇴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퇴 시기가 크라운베이커리 가맹점주들과 마찰을 빚었던 시기와 겹쳐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윤 회장은 최근 크라운제과와 해태제과의 등기 이사직에서 사퇴했다. 크라운제과와 해태제과가 지난 8월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임원 현황 항목에서 윤영달 회장은 두 회사의 미등기임원으로 등록돼있다. 지난 5월 제출한 두 회사의 분기 보고서에는 윤 회장의 이름이 등기 임원으로 올라 있어 그 사이 등기 이사직을 사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시기는 크라운베이커리 가맹점주들이 크라운제과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집단 제소한 시기와 맞물린다. 크라운베이커리 가맹점주 협의회는 “본사가 가맹점주들에게 주문제도 일방 변경, 반품 거부, 케이크 배달 서비스 폐쇄, 할인적립 카드 일방 중단 등 도저히 영업할 수 없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지난 6월 크라운제과 본사의 불공정행위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윤 회장이 이와 관련한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등기 이사직을 사퇴한 것이 아니냐며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관련 전문가들도 이런 지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강정민 경제개혁연대 연구원은 기업별로 특별한 사정이 있을 수 있지만 전혀 근거 없는 지적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강 연구원은 “최근 유통·식품업계에서 다수의 피해자를 발생시킨 기업의 경영진이 피소되거나 국세청·공정위·고용청으로부터 조사받는 일이 많아졌다. 그런 문제들로부터 회피하기 위해 기업 총수가 등기 이사직을 전문 경영인에 넘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미등기임원은 회사의 대표가 아니기 때문에 이사회 등 회사의 결정에 있어서 외부적 책임을 지지 않으며 법적 책임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재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편, 크라운해태측은 윤 회장의 등기 이사직 사퇴와 크라운베이커리 제소 건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소성수 크라운해태 홍보팀장은 “크라운베이커리 관련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목적이라면, 크라운 제과만 사퇴하는 게 맞지 왜 해태제과까지 사퇴했겠냐”며 “지난 3~4월 정도에 등기 이사직을 사퇴하셨는데 크라운베이커리 제소건은 그로부터 2~3달 이후의 일이다. 미리 알고 사퇴했다는 것은 억측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 회장님은 최근 진행한 아리랑 페스티벌을 비롯해 그룹의 전반적인 ‘아트 경영’을 책임지기 위해 사임하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소은 기자 luckyss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