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송파구에 위치한 종합운동장 단지에 2020년까지 호텔과 컨벤션센터 등이 포함된 영동 복합단지 조성을 계획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종합운동장 부지는 스포츠·엔터테인먼트 단지로 꾸며진다. 현재의 잠실야구장을 허물고 돔 구장을 건설하는 것이 핵심이다.
아직은 논의 단계다. 서울시 도시계획국의 김창호 주무관은 21일 본지와 통화에서 "지난 5월 말에 복합단지 용역 착수를 했고 9월 말에서 10월 초에 기반시설 정비에 대한 현황 파악에 들어갔다. 돔 구장 건설은 그 과정에서 나온 여러가지 안 중 하나였을뿐 결정된 사항이 아니다"고 밝혔다.
잠실구장은 1982년 7월 개장했다. 지은지 30년이 넘어 야구계에서는 신축 또는 리모델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지난해 6월 박원순 서울시장이 참석한 청책토론회에서도 이같은 얘기가 나왔다.
야구계는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고 있지는 않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정금조 운영기획부장은 "서울시가 장기 계획으로 다목적으로 활용할 돔 구장을 구상하고 있다는 이야기만 들었다"고 말했다.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고 있는 LG와 두산 구단도 "정확한 내용을 전달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잠실 돔 구장 건설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는 게 야구계의 목소리다. 한 야구계 인사는 "서울 및 수도권에서 잠실만큼 교통 시설이 잘 돼 있고 접근성이 뛰어난 장소가 없다"면서 "돔구장이 들어서면 연간 30경기 정도 우천 취소 경기가 사라진다. 또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같은 국제 대회를 유치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반겼다.
문제는 역시 예산이다. 2015년 2월 완공 예정인 서울 구로구 고척돔은 사업비가 2500억 원 가까이 들었다. 그보다 규모가 클 잠실 돔 구장은 5000억 원이 필요하다는 게 서울시의 추정이다. 서울시는 잠실 돔 구장을 짓게 될 경우 민간 자본 유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건설 중인 광주 챔피언스필드와 대구 새 구장은 연고지 구단인 KIA와 삼성이 각각 300억 원, 675억 원을 부담했다. 잠실 돔 구장을 건설할 경우 LG와 두산이 일정 부분의 사업비를 내야할 수도 있다.
정금조 부장은 "새로운 구장이 늘어나는 것은 좋지만, 민자 유치나 컨소시엄은 결과물이 나오기가 힘들다는 것을 그동안 여러 지자체의 사례에서 봤다. 서울시가 새 구장의 위치로 어디가 가장 좋을지도 좀더 고민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일부에선 고척돔이 프로야구단을 유치하지 못해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는 가운데 막대한 예산을 써가며 돔 구장을 또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