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왕 이병규(39·LG·등번호 9)가 바쁜 가을을 보내고 있다. 이병규는 최근 잇달아 TV 예능 프로그램 두 편을 촬영했다. 평소 그라운드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던 그가 반전 매력을 선보이고 있다. 타격왕이 아닌 '예능왕'을 노릴 기세다.
지난 24일 방송된 SBS 런닝맨에서는 LA 다저스 류현진(26)과 함께 초능력야구 게임을 펼쳤다. 이병규는 '마법진'이라는 주문을 당당하게 외치고는 스스로의 활약에 만족한 듯 흐뭇한 미소를 지어 큰 웃음을 선사했다. "두 아들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라 참여했다"는 그는 "한 번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흐지부지하면 안 된다. 오버도 하고, 재미있게 하려고 했다. 그래야 TV에 자주 나오지 않겠나"라며 껄껄 웃었다.
25일부터 27일까지는 강원도 평창에서 팀내 후배인 박용택(34)과 이진영(33), 손혁(40) MBC SPORTS+ 해설위원과 함께 '아빠 진짜 가(MBC SPORTS+)'라는 프로그램을 촬영했다. 박용택은 딸 솔비(6)양을, 이진영은 큰 딸 채슬(3)양을 데리고 왔고, 손혁 위원은 아들 대일(6)군과 참여했다. 두 아들 승민(8)·승언(6) 형제와 함께한 이병규는 "나만 둘을 데리고 와 더 힘들다. 아이들이 막 뛰어다닌다"며 혀를 내둘렀다.
야구선수인 그가 짧은 휴식 기간을 쪼개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결정한 이유는 "아이들을 위해서"다. 올 시즌 타율 0.348를 올리며 팀을 11년 만의 가을야구로 이끈 만점 캡틴이지만, 아빠로서는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 여느 야구 선수들처럼 시즌 중에는 얼굴을 보는 것도,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도 쉽지가 않다. 시즌이 끝난 후에야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지만 그마저도 스프링캠프가 시작되기 전인 두어 달뿐이다. 이병규는 "야구가 이슈가 되니 예능에서 불러준 것 같다"며 "애들도 다 컸고, 작은 애도 이제 초등학교에 들어간다. 이제 아이들이 바빠 더 시간이 없을 것 같다. 어릴 때 추억거리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며 웃었다. 이어 "아이들도 좋아한다. 재미있어 한다. 이제 (방송분을) 두고두고 보지 않겠나"라며 "어제(25일) 저녁 식사로는 아이들에게 바베큐를 해줬다. 아내 없이 아이들과 여행을 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고 말했다.
큰 마음을 먹고 예능 프로그램까지 출연했지만 좋은 아빠가 되는 건 여전히 어렵다. 그는 "노력은 하고 있는데 쉽지가 않다. 애들이 떼쓰면 밉기도 한데, '그러니까 애들이지' 싶기도 하다. '아이들도 신이 나서 그러겠지' 하고 넘어가는데, 그러다가 남들에게 피해주는 거보면 화가 나기도 하고. 왔다갔다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같이 있어주는 지금이야 좋은 아빠이지만 이제 또 훈련을 시작하고 바빠지면 그냥 '야구선수 이병규'가 될 거다"며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예능감 넘치는 모습을 더 볼 수 있을까. 이병규는 "아이들이 원하면 할 수도 있지만, 이젠 운동을 해야 한다"며 웃었다. 그는 지난 5일부터 11일까지 팀내 주축 선수들과 함께 일본 온천 훈련을 다녀온 뒤 틈틈이 잠실구장을 찾아 훈련을 해왔다. 이병규는 "나에게 12월1일은 2014년의 시작이다"며 본격적인 시즌 준비에 돌입할 것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