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고치에서 마무리 훈련을 이끌고 있는 김기태 LG 감독은 이날 코칭스태프 회의를 통해 신승현으로 의견을 모았다. LG 프런트가 현장의 결정을 그대로 받아들여 신승현 영입이 확정됐다.
이를 두고 반응이 엇갈렸다. 일부에서는 'KIA의 유망주를 뽑을 수도 있었을텐데'라며 아쉬워 했다. 'KIA가 선방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LG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지명 이유를 짧게 정리했다.
LG는 2년 전 FA 보상선수로 젊은 선수만 골라서 지명했다. 이택근(넥센), 조인성(SK) 송신영(넥센)을 모두 잡지 못했을 때 넥센에서 투수 윤지웅, SK로부터 임정우, 한화에선 포수 나성용을 받아왔다. 특히 윤지웅은 경찰야구단 입단이 확정돼 2년 동안 자리를 비워야 했는데도 주저하지 않았다. 셋 다 2011시즌 새내기로 앞날을 내다본 선택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반대로 베테랑을 뽑았다. 신승현 지명에 대해 LG 관계자는 "즉시 전력감으로는 신승현이 가장 좋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존중했다고 밝혔다. 2년 전에는 팀의 미래를 고려했다면 올해는 내년 시즌을 중요시한 것이다.
지명 당시 팀의 청사진이 선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11년 공동 6위, 2012년 7위를 했던 LG는 올 정규시즌 2위에 오르며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내년 시즌에도 성적을 내야 한다는 목표 의식이 뚜렷하게 자리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최적격자는 신승현이라는 판단이 섰다. 프로 14년 차인 신승현은 올 시즌 1승1패 8홀드 평균자책점 4.88을 기록했다. 후반기에 구위가 떨어져 부진하긴 했지만 전반기 KIA 불펜의 필승조로 활약했다. 전반기만 보면 피안타율 0.179로 특급 수준이었다. LG는 구위로나 정신력으로나 신승현이 중간에서 1이닝을 막아줄 수 있다고 믿는다.
신승현은 사이드암 투수다. 팀에 김선규, 김기표, 우규민, 신정락 등 신승현과 비슷한 유형의 투수가 많다는 걸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그 중 불펜 투수는 김선규와 김기표 2명이다. 게다가 둘은 1군 붙박이가 아니었다. 김선규는 올 시즌 29경기에 나와 29이닝을 던졌다. 1, 2군을 왔다갔다 했다. 김기표는 2경기 3⅓이닝으로 거의 퓨처스리그에 있었다. LG는 올 시즌 팀 평균자책점 3.72로 리그 최강의 마운드를 자랑했다. LG 관계자는 "투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신승현의 합류로 인한 마운드 높이 상승을 기대했다.
내년 시즌은 LG가 우승을 노릴 만한 적기다. 3년 연속 챔피언 삼성은 마무리 투수 오승환이 일본프로야구 한신으로 떠나 전력이 약화됐다. 4위 두산은 FA 이종욱 손시헌 최준석을 놓치고 김선우를 방출하는 등 주축 선수 다수가 팀을 떠났다. 올 시즌 4강 중 LG와 3위 넥센, 두 팀만 전력 손실이 거의 없었다.
LG는 신승현을 데려오기 전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도 즉시 전력감 베테랑 외야수 임재철을 1라운드로 지명했다. 에이스 리즈와 재계약하고 뛰어난 외국인 선수 2명을 데려오는 게 전력 완성을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로 남았다. 2014년은 LG가 우승한 지 20년이 되는 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