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선수들이 올해도 어김없이 앞치마를 둘렀다. 2000년 4월 쓰러진 故 임수혁을 기리고, 불우이웃을 돕기 위해서다.
롯데 선수단 상조회(회장 박준서)는 1일 부산에 위치한 '고성범연탄구이' 5개 지점에서 '불우이웃 및 故 임수혁 가족 돕기 행사'를 실시했다. 2000년 겨울 시작된 이 행사는 올해로 벌써 14회째를 맞이했다. 선수들은 미리 짜여진 인원 배정표에 따라 각 지점으로 이동해 행사를 열었다. 팬들에게 직접 음식 서빙을 하고, 로고 볼 등 캐릭터 용품 판매도 했다. 오후 4시에 시작된 행사는 11시까지 진행됐다. 선수들이 2일 선수협회 총회에 참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선수단은 행사를 마친 뒤 수익금을 정산했다. 모인 돈은 불우이웃 및 故 임수혁 선수의 가족을 돕기 위한 기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팬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은 강민호와 전준우·이상화·김문호 등이 배정된 양정점이었다. 양정점 앞에는 행사 시작 2시간 전인 오후 2시부터 많은 팬들이 긴 줄을 섰다. 강민호는 후배들에게 역할을 지시한 뒤 자신은 팬들의 입장 순서를 정했다. 공간이 제한적인 관계로 한 시간 단위로 테이블 순환을 실시했다. 전준우는 팬들의 사진과 사인요청 공세를 받았다. 그는 "로고 볼을 사셔야 사인해 드리고, 사진을 찍어드린다"며 능숙하게 영업을 했다.
강영식과 정대현·손아섭·홍성민 등이 배치된 동래점은 가족 단위 손님이 많았다. 강영식은 "동래점은 전통적으로 가족 손님들이 많이 온다. 날씨가 추울까봐 걱정했는데, 마침 오늘 날씨가 풀렸다. 밖에서 기다리시는 분들이 덜 고생하게 돼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손아섭은 능숙하게 고기를 자르며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그는 "임수혁 선배님을 기리는 뜻깊은 행사 아닌가. 팬들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일도 흔치 않다. 격려도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홍성민은 "아버지가 찾아오셨다. 느낌이 더 남다르다"고 했다.
남포동점에는 '새얼굴'들이 눈에 띄었다. FA(프리 에이전트) 계약을 맺으며 친정팀으로 돌아온 최준석과 고향 팀에 오게 된 이여상이 팬들을 맞이했다. 여기에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장원준은 입구에서 로고 볼 판매에 열을 올렸다. 가장 인기가 많은 선수는 김대우였다. 팬들의 선물과 사진 공세에 눈코 뜰새 없이 바쁜 모습이었다. 상조회 총무를 맡고 있는 문규현은 "구단의 전통이기 때문에 많은 준비를 했다. 팬들의 호응도 좋아서 뿌듯하다. 더 열심히 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롯데 선수단은 '불우이웃 및 故 임수혁 가족 돕기 행사'라는 타이틀은 올해가 마지막이 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내년부터 다른 자선활동을 펼치기로 결정하고, 내용을 고심하고 있다. 14번이나 열린 행사가 특별한 이유는 국내 어느 구단에도 없는 전통이기 때문이다.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선배를 기리기 위해 후배들이 자발적으로 매년 자리를 마련하고 있는 건 롯데가 유일하다. 여기에 팬들과 함께 하는 자리라는 것에 의미가 더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