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예능국이 최악의 연말을 보내고 있다. '월드 챌린지-우리가 간다'(이하 '우간다')는 방송 두 달 만에 폐지가 결정됐고, '심장이 뛴다'도 저조한 시청률로 위기설에 휩싸였다. 앞서 호화 출연진을 내세운 '화신-마음을 지배하는 자'(이하 '화신')와 '일요일이 좋다-맨발의 친구들'(이하 '맨친')도 '정리해고'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특히 '우간다'와 '심장이 뛴다'는 올해 하반기 SBS 예능국이 야심차게 내놨던 카드라 좌절감이 더하다. '짝'과 '정글의 법칙' '힐링캠프' 등 인기 프로그램들도 정체기를 맞은지 오래됐다. 게스트에 따라 포털 검색어 순위를 점령하던 때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SBS 내부에서도 '대폭 물갈이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상황. 과연 SBS 예능 프로그램에는 어떤 문제가 있으며, 해결책은 뭘까.
▶'우간다' '심장이 뛴다'…야심차게 내놓은 신작 성적 저조
'우간다'와 '심장이 뛴다' 등 새 프로그램의 저조한 성적은 SBS 예능국이 가을개편에 실패했음을 의미한다. 당시 SBS 측은 '화신'과 '땡큐'를 폐지하고 두 프로그램을 내세웠다. 신동엽·김구라·김희선이라는 호화 라인업을 내세운 토크쇼 '화신'의 시청률이 3%대(이하 닐슨코리아)까지 떨어지자, 급히 요즘 '대세'라는 '관찰·체험 예능'으로 방향을 바꿨다. 그러나 '우간다'는 시청자들로부터 아무런 반응을 얻지 못한 채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연예인들이 오랜 전통과 역사를 가진 세계 곳곳의 이색 대회에 참가하는 과정을 그린다'는 기획의도는 신선했다. 하지만, '먹방'과 '집방'(멤버 집 방문) 등 뻔한 흥미거리를 내세우며 다른 프로그램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심장이 뛴다'는 진솔한 소방서 체험기로 감동을 자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예능 프로그램으로서의 재미는 떨어졌다. 이 밖에도 개편과 함께 금요일 오후 11시로 이동한 '웃찾사'가 기대만큼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맨친'은 '다이빙', '집방' 등 베끼기만 반복한 끝에 폐지됐다.
익명을 요구한 SBS의 한 PD는 "외부에서는 SBS가 상업 방송이라 아무 제약없이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시청률에 집착하는 분위기 때문에, 오히려 위험한 시도는 잘 하지 않게 된다. 조금만 시청률이 저조하면 기다려주지 않고 칼을 댄다"라며 "그 결과가 '관찰예능' '육아예능' 등 무조건 유행을 따라가는 추세, 그리고 베끼기 등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시청자들이 신선함이 떨어지는 예능을 외면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고 털어놨다.
SBS는 최근 '우간다' 후속으로 MBC '아빠 어디가', KBS 2TV '슈퍼맨이 간다'와 유사한 SBS '오! 마이 베이비'를 파일럿으로 방영했다. 그리고, 결국 내년 1월 정규편성을 확정했다. 신선도 높은 예능을 위해 고심하기보다 손쉽게 요즘 인기좋은 '육아예능'을 만들기로 결정한 것.
SBS 예능국 한 관계자는 "9월 개편 당시, 분명히 더 신선한 기획의 프로그램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너무 유행에 부합하는 프로그램만 골라 정규 편성한 것이 패착이 아니었나 생각된다"며 안타까워했다.
▶'정글의 법칙' '런닝맨' 등 동시간대 강력 경쟁자에 밀려 하락세
'정글의 법칙' '런닝맨' 등 전통 강자들의 하락세도 눈에 띈다. 두 프로그램은 그간 10%대 초중반대의 성적으로 SBS 예능을 떠받쳤던 '공신'들이다. 그러나 '정글의 법칙'은 최근 tvN '꽃보다 누나'의 등장 이후 본격적인 하락세를 탔다. 지난달 29일 방송분의 시청률은 10.3%. '꽃보다 누나'(10.5%, 유료플랫폼 가구 기준)가 편성되자마자 동시간대 1위를 내줬다. 이미 '히말라야 편' '사바나 편'이 크게 두각을 보이지 못해 '위기설'이 나온 상태. 여기에 '꽃보다 누나'가 떠오르자마자 '지상파가 케이블 TV에 제압당했다'는 말을 들어 자존심에 금이 갔다.
'일요일이 좋다'('런닝맨', 'K팝스타3')는 MBC '일밤'('아빠! 어디 가?', '진짜 사나이'), KBS 2TV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 '1박 2일')에 밀리고 있다. 지난 1일에는 10.7%의 시청률로 동시간대 꼴찌로 추락했다. 'K팝스타3'의 한 출연자가 불러 일으킨 '일진 논란'도 잠재적인 위험 요소가 됐다. 'K팝스타3' 제작진이 "진위 여부를 조사중"이라고 밝혔지만, 일주일이 지나도록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
평일 저녁 예능 프로그램도 상황이 좋지는 않다. SBS의 대표 토크쇼인 '힐링캠프'는 지난 8월 새 MC 성유리의 합류 이후, 단 한 번도 10%를 넘어서지 못했다. 사실 전 MC 한혜진이 하차하기 전부터 하락세는 시작됐다. '기성용 편'(12.5%) '고소영 편'(13.2%)등과 '대선후보 빅3 편' 등 화제의 인물을 불러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던 전성기에 비해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했다. '짝' 역시 5~6%대의 시청률을 기록중이다. 한때 출연자 신상 논란 등이 매번 불거지면서 매회 방송분이 화제가 됐던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요즘은 관련 기사도 대폭 줄어들었다.
SBS 출신의 한 방송인은 "'힐링캠프'와 '짝' 등 인기 프로그램들이 하락세를 보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프로그램 포맷 자체에 대한 신선함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며 "그럼에도 방송국 안팎에서는 '힐링캠프'나 '짝'을 스테디셀러로 보는 경향이 있다. 반면 '정글의 법칙'은 그간 특별한 경쟁자가 없는 시간대에 편성돼 덕을 봤지만, 그나마 이젠 한계를 만난 모양새"라고 분석했다. 또한 "무엇보다 타 방송국의 '진짜사나이' '꽃보다 누나' 등 처럼 '대세'라 불릴만한 예능 프로그램을 먼저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뒤늦게 '육아예능'을 모방해봤자 웃음거리만 될뿐 경쟁프로그램을 따라잡는게 쉽진 않을 것"이라며 비관적인 견해를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