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46)가 '설국열차' '관상'에 이어 '변호인'으로 3연타석 홈런을 노린다. 이미 '설국열차'와 '관상'으로 1800만명을 모은 상태라 '변호인'의 흥행성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변호인'이 연말까지 누적관객수 200만명만 기록해도 송강호는 '한해에 2000만명을 모은 배우'가 된다. 단순히 흥행성적만 두고 얘기할 일도 아니다. SF와 사극, 시대극을 넘나들며 몰입도 높은 연기를 보여줘 '역시 송강호'라는 말을 듣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마지막으로 선보이는 영화 '변호인'에서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티프로 만들어낸 캐릭터를 연기해 눈길을 끈다. 화제성이 높을 뿐 아니라 완성도에 대한 평가가 좋아 또 한차례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미 대종상과 영평상 등 주요 시상식에서도 이미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지금, 충무로에서 가장 뜨거운 연말을 보내고 있는 배우가 바로 송강호다.
▶'설국열차' '관상' 흥행성공으로 '위기론' 날려버려
앞서 송강호는 '푸른소금'(11)과 '하울링'(12)의 연이은 흥행실패로 위기론에 휩싸였다. 봉준호 감독과 '설국열차'를 촬영하던 시기에도 충무로 관계자들 중에는 '위험한 시도'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는 이들이 많았다. 할리우드 배우들과의 작업인데다 조연급 캐릭터를 연기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변호인'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젊은 시절을 연상케하는 인물을 연기한다는 말이 돌면서 '자칫 하다간 배우생활에 큰 지장을 초래할수도 있다'는 비관론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위험한 시도'는 위기론을 털어버리는 적시타가 됐다. 데뷔후 처음으로 출연한 SF영화 '설국열차'가 8월 개봉후 국내에서만 930만명(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을 모으며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사실상 송강호가 주인공을 연기한 건 아니다. 하지만 조연인데도 틸다 스윈튼 등 할리우드 명배우들 사이에서 임펙트있는 연기를 보여주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평단에서도 "할리우드 배우들과 정면승부를 해도 절대 밀리지 않는 압도적인 카리스마"라는 호평이 쏟아졌다.
'설국열차'와 한달 간격으로 개봉된 '관상'도 무려 912만명을 극장으로 끌어들였다. '설국열차'에서 조연으로 등장한 것과 달리 당당히 주인공을 맡으며 흥행을 이끌었다. '국가대표급 배우' 송강호의 변하지 않은 입지를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됐다. 연기에 대한 평가 역시 호평 일색이다. 조정석·이정재·백윤식·이종석 등 쟁쟁한 배우들과 분량을 나눠가지는 멀티캐스팅 영화라 전개에 따라 타 캐릭터를 받쳐주는 등 적절한 힘 조절이 필요했던 상황. 수양대군 역할의 이정재와 팽헌을 연기한 조정석이 부각됐던 것도 주연배우 송강호가 영화 전체의 흐름을 읽고 톤을 맞췄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란게 영화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데뷔후 첫 사극연기 역시 합격점을 받았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연기한 '변호인' 득이 될까, 실이 될까
19일 개봉되는 '변호인'(양우석 감독)은 송강호의 필모그래피에서 유독 도드라지는 작품이다. 송강호가 실존인물을 모티프로 삼은 캐릭터를 연기한 게 처음인데다 마침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젊은 시절을 그리고 있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영화의 배경은 1980년대 부산. 고졸 출신의 세무 전문 변호사가 많은 돈을 벌어들이며 승승장구하다가 독재정부의 탄압에 희생당하는 이들의 공판을 계기로 인권변호사가 되는 과정을 그렸다. 영화적인 과장이 곁들여졌지만 사실상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젊은 시절과 1981년 부산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부림사건'을 보여주는 영화다. 이 작품의 성패에 따라서, 혹은 대중과 평단의 반응에 따라 배우 송강호에 대한 평가도 엇갈릴수 있을 것이란게 영화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일단, '변호인'은 시사회에서 공개된뒤 영화적 완성도 면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언론시사회에서 기자들까지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던 영화라 차츰 긍정적인 입소문이 퍼져나가고 있는 상태다. 큰 문제없이 개봉된다면 일단 400~500만명은 훌쩍 넘길 것이란 예상. 송강호의 연기에 대한 평가 역시 호평일색이다. 노무현이란 인물 자체를 보여주기보다 '송우석'이란 영화적인 캐릭터를 완성도 높게 만들어내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평가다. 특유의 인간미 넘치는 연기로 '속물' 변호사 시절은 해학미까지 살려가며 재치있게 연기했다. 공권력의 부당함을 알고 인권에 눈을 뜬 후반부에는 목소리와 표정으로 분노를 표출하며 관객의 속을 시원하게 해줬다. '죽은 시인의 사회'(89)에서 로빈 윌리엄스가 연기한 존 키팅 선생을 떠올리게 만들만큼 호감도 높고 매력적인 인물을 완성시켰다는 평가다.
반면, 잠재적인 위험요소도 무시할수 없다. '변호인'은 어쩔수없이 부각되는 정치색 때문에 보수진영으로부터 부정적인 시선을 받고 있다. 전국을 돌면서 시사회를 열고 열띤 반응을 끌어내고 있지만 포털사이트에서 '별점테러'가 진행되는 등 '관람 반대 운동'도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이 영화의 '얼굴'인 송강호로선 부담이 될수 밖에 없는 일이다. 송강호의 정치색을 한 쪽으로 규정짓고 색안경을 낀채 바라보는 이들이 생길 가능성 역시 무시할수 없다. 송강호가 "영화 외적인 부담이나 정치적 해석에 따른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 특정인의 일대기가 아니라 치열했던 80년대와 그 시대를 열정적으로 살았던 이들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라고 당당한 자세를 취했음에도 '변호인'을 껄끄럽게 생각하는 이들의 생각이 바뀌진 않고 있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변호인'은 배우 송강호를 들었다놨다할만한 작품이다. 과감한 선택을 했고 최고의 연기를 보여줬다. 혹시나 역풍을 맞을 수도 있겠지만 이 시기만 잘 버텨낸다면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자랑스러워할만한 작품이 될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