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일본 가고시마 마무리 훈련을 마치고 귀국한 SK 선수단에 포수 정상호(31)와 이재원(25)은 없었다. 2014시즌 팀 안방을 책임져야 하는 핵심 선수들이지만 나란히 부상 때문에 조기 귀국했기 때문이다. 정상호는 지난달 5일, 이재원은 27일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리그에서 가장 탄탄한 포수진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지만 부상과 불운이 겹치며 팀 전력에 마이너스가 생겼다.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 있는 위기다.
현재 SK 안방은 1년 전과 상황이 비슷하다. SK는 지난해 11월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이재원이 왼손 유구골 부상을 당해 올 시즌 개막전에 나서지 못했다. 수술을 두 번이나 하는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5월26일 뒤늦게 1군에 등록됐다. 최고참 포수였던 박경완(41·현 2군 감독)도 3월24일 NC와의 마지막 시범경기에서 왼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1군 등록이 불발됐다. 뿐만 아니라 개막 후에는 잔부상에 시달리던 정상호가 부진까지 겹쳐 시즌 초 2군에 내려가기도 했다. 결국 신예 김정훈(26)과 노장 조인성(38)이 공백을 메웠다. 정상호와 이재원이 나란히 복귀해 제자리를 찾은 후반기까지 고전의 연속이었다.
모든 문제의 시작은 '부상'이었다. 그리고 올겨울 또다시 부상 악령이 몰아쳤다. 안방이 흔들린다는 것은 SK의 장점이 퇴색할 수 있는 문제다. 자칫 1년 전 악몽이 재현될 수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만수(55) SK 감독은 "이전보다는 상황이 훨씬 낫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중심타선에서 역할을 해줘야 하는 이재원의 부상 정도가 심하지 않은 게 다행이다. 이만수 감독은 "(왼 손등이 골절된) 이재원은 핀을 고정시켜 덜 위험하다. 부상 후에도 개인 훈련을 해 살을 뺐더라. 보기 좋았다. 개막전 출전도 아직 시기가 꽤 남았으니까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개막이 임박한 스프링캠프가 아닌 마무리 훈련에서 부상을 당한 건 불행 중 다행이다. 길게는 8주 정도의 회복 기간이 필요한 이재원의 경우 내년 3월 말 개막전까지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다.
여기에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정상호도 빠르게 몸 상태를 추스르고 있다. 정상호는 "오른 햄스트링이 부분 파열됐지만 큰 부상은 아니다"며 "지금은 거의 다 나은 상태"라고 말했다. 어김없이 '부상 태풍'이 몰아쳤다. 하지만 지난해와 달리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SK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