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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우생순’ 여자 핸드볼, 세계선수권서 강호 네덜란드 격파
여자 핸드볼대표팀이 유럽의 강호 네덜란드를 꺾고 세계선수권대회 첫 승을 올렸다.
여자 핸드볼대표팀은 9일(한국시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피오니르 체육관에서 열린 네덜란드와의 2013 국제핸드볼연맹(IHF) 여자 세계선수권 본선 A조 2차전에서 29-26으로 이겼다.
뒤숭숭한 팀 분위기를 딛고 이룬 승리라 더욱 값졌다. 한국은 8일 열린 몬테네그로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22-24로 패했다. 경기를 앞두고 어처구니 없는 해프닝이 발생해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드라간 아드직 몬테네그로 감독이 6일 우리 대표팀의 훈련 장면을 관중석 상단 방송실에 숨어 몰래 훔쳐보다 적발돼 경기장 밖으로 쫓겨났다.
대한핸드볼협회 관계자는 "우리 경기분석관이 현장을 적발한 뒤 항의하자 아드직 감독은 '지인과 전화통화를 했을 뿐'이라며 발뺌한 뒤 황급히 현장을 떠났다"면서 "우리는 프랑스의 전력을 파악하기 위해 직접 프랑스로 건너가 경기를 지켜보며 힘들게 분석했다. 지난해 유럽선수권에서 몬테네그로를 정상으로 이끈 유명 지도자가 이런 짓을 할 줄 몰랐다"며 혀를 찼다. 대한핸드볼협회는 7일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대회 감독자 회의에서 상황을 설명하고 정식으로 항의했지만,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안정을 되찾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여파는 네덜란드전 초반까지 이어졌다. 한국은 체격이 큰 네덜란드의 압박수비과 속공에 끌려다니며 경기 시작 직후 3연속 실점을 허용했다. 하지만 골키퍼 박미라(삼척시청)의 잇단 선방을 발판으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고 우선희(삼척시청), 류은희(인천시체육회), 김진이(대구시청) 등의 연속골이 터져 5-5 동점을 만들었다. 곧이어 이은비(부산시설공단)의 페널티스로우가 더해지며 6-5로 경기를 뒤집었다. 전반을 17-11, 6점 차로 앞선 채 마친 한국은 후반 중반에 25-16까지 점수를 벌려 승기를 잡았다. 후반 막판에 네덜란드가 맹추격했지만 리드를 끝까지 지킨 끝에 3점 차 승리를 거뒀다. 좌우 쌍포 김진이(7득점)와 권한나(6득점·서울시청)가 13점을 합작해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임영철 대표팀 감독은 "후반 중반 이후에 점수 차가 벌어지면서 선수들이 다소 방심했던 것 같다"면서 "오늘 경기 비디오 분석 과정에서 선수들과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누겠다. 남은 경기에도 최선을 다 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은 11일 3차전 상대인 콩고민주공화국을 상대로 2연승에 도전한다. 이후 도미니카공화국, 프랑스 등을 차례로 상대한다. A조 6개국 중 상위 4팀이 16강에 오르는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8강 이상의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