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 인구가 늘면서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아웃도어 전문가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아웃도어에 입문하는 이들을 위한 교육은 물론 코치(Coach)를 자처하는 전문가들이다. 각종 아웃도어 레저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을 위해 ‘아웃도어 피플을 만나다’를 연재한다.
지난 7일, 경기 광주시 검천연수원에서는 서울산악조난구조대(이하 서울구조대)의 ‘홈커밍데이’가 열렸다. 100여 명의 전현직 대원이 참석한 자리에서 구은수(43) 대장은 “여러 선배들이 만들어놓은 인수봉, 선인봉의 전설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북한산과 도봉산을 대표하는 암봉인 인수봉(804m)·선인봉(708m)은 국내 산악인 양성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해왔다. 서울·경기 지역에서 바위를 타본 사람이면 누구나 한번쯤 거쳐간 암벽이기 때문이다. 반면 이 과정에서 많은 희생이 뒤따랐다. 그래서 당시 뜻있는 산악인들이 모여 1972년에 창설한 단체가 서울구조대다.
국내 산악 구조 역사의 시작이라 할 수 있을만큼 역사가 깊다. 서울구조대는 현재 32명의 전문 산악인으로 꾸려져 있으며, 시민안전등반교실과 청소년암벽체험 등 산악 안전 사고 예방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또 올해부터 특전사 산악교관을 대상으로 산악 구조 훈련 등 전문적인 교육도 하고 있다.
구 대장은 지난 2월,제 6대 서울구조대장으로 임명됐다. 구조대장은 40여 년 동안 단 6명만이 거쳐간 특별한 자리다. 모두 국내 산악계를 대표하는 산악인이다. 지난 1986년과 1988년 각각 K2(8611m)·에베레스트(8488m)를 연속 등정한 장봉완(61) 대장, 지난 2009년 로체(8516m) 남벽 원정대장을 한 김남일(50) 대장 등이다.
그 중 구 대장은 ‘산악계의 신사’로 통한다. 보통 산악인은 자기 주장이 강하고 카리스마가 넘칠 것이라 생각하지만, 구 대장은 오히려 조용하다. 말투도 어눌할 정도로 느릿느릿하다. 산에서도 역시 묵묵하다. 지난 2006년 인도히말라야 탈레이사가르(6904m) 북벽 원정은 애초 후방 지원조로 참가했지만, 정상 공격조가 고소 적응에 실패하는 바람에 기회가 주어졌다. 당시 구 대장은 고산 경험이 전혀 없는 유상범(36) 대원과 자일 파트너를 이뤄 정상까지 갔다. 평소 묵묵하고 차분한 그의 성격이 ‘초짜’와 줄을 묶고도 무사하게 등반을 마친 요인이었다.
지난 2011년 10월에는 고(故) 박영석대장 구조대로 네팔에 파견돼 최일선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박 대장의 시신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베르크슈룬트(빙하의 갈라진 틈) 속으로 직접 들어간 것이다. 베르크슈룬트는 현지 셰르파(네팔 고산족)도 ‘언제 무너질 지 모른다’는 이유로 손사래를 치는 죽음의 동굴이었다.
구 대장은 “누군가 들어가야 해서, (내가) 들어갔다”며 “당시 장비가 충분하지 않았는데, 그 동안 구조대에서 배운 교육이 현장에서 임기응변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서울구조대에 들어간 것도 대원들끼리의 끈끈한 우정 때문이다. 목숨을 내건 구조 활동을 펼치기 때문에 구조대는 민간 단체 중에서는 보기 드물게 규율이 엄격한 편이다. 구 대장은 특이하게도 군대에서 산을 처음 접했다. 스무 살에 입대한 특전사 교육 중 암벽 등반에 재능을 보여 이후 로프를 묶고 벽을 오르내렸다. 그는 “시키면 무조건 한다는 특전사식 규율이 구조대 활동에 잘 맞았다”고 했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대장으로 임명된 그는 앞으로 많은 일을 계획하고 있다. 근래 들어 암벽 등반 인구가 늘면서 등반 루트 상에 설치된 확보물 등을 보수해야 될 일이 많아졌다. 내년 3월 도봉산 선인봉에서 국립공원관리공단, 119구조대와 함께 안전시설물을 보수를 할 계획이다. 또 전문 교육 뿐 아니라 서울시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도 계획 중이다.
고산 거벽 등반가로서 알피니즘(Alpinism) 추구를 위한 등반도 계획하고 있다. 내년 가을께 네팔 쿰부히말라야의 피크41(6648m) 신루트 등반을 준비하고 있다. 몇몇 후배들과 소규모로 팀을 조직해 신루트로 도전할 생각이다. 그는 “슬로베니아팀이 등정한 봉우리지만 북서벽은 아직 루트가 없다. 후배들과 함께 멋진 등반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