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 스케이팅 '쾌속 삼총사'가 2014 소치올림픽 리허설을 마치고 기분 좋게 귀국했다.
이상화(24·서울시청), 모태범(24), 이승훈(25·이상 대한항공)이 10일 귀국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소치 겨울올림픽에 대한 각오를 밝혔다. 이들은 9일(한국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막을 내린 2013-201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 스케이팅 월드컵 4차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렀다. 이 대회는 소치올림픽 전에 열리는 마지막 월드컵이었다.
모태범은 월드컵 4차대회 500m·1000m에서 2관왕에 올랐고, 이상화는 4차 대회 500m 1차 레이스까지 7회 연속 월드컵 우승에 성공했다. 이승훈은 남자 5000m에서 3위, 단체전 팀추월 경기에서 2위에 올랐다.
이상화 "쉬고 싶어요"
감기몸살에 시달린 이상화는 부쩍 여윈 모습이었다. 그는 10일 기자회견에서 "지금 성적이 좋은데 나중에 실수하지 않을까 걱정은 든다. 정상의 자리를 지키는 게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이상화는 "경기가 많고 체력이 떨어질수록 감기가 빨리 찾아오는 것 같다. 지금은 그저 쉬고 싶은 생각밖에 없다"며 웃었다. 이상화는 올 시즌 월드컵 시리즈 여자 500m에서 세계신기록을 3차례 갈아치웠다. '소치올림픽 금메달은 떼논 당상'이라는 주변의 기대가 부담스러울 법하다.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친 상태였지만 이상화는 여유를 보였다. 그는 "지금 너무 부담 갖지 않으려고 한다. 늘 하던 대로 하려고 노력 중이다. 어떻게 마인드컨트롤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나올 것 같다"고 했다.
모태범 "소치를 좀 더 재미있게 준비"
모태범은 "2010년 밴쿠버올림픽 전에는 사실 관심도 못 받았고,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준비했다. 밴쿠버 이후 한동안 결과가 안 좋아서 걱정했지만 지금은 자신감도 생겼고, 생각도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밴쿠버 대회 때보다 소치를 좀 더 재미있게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승훈 역시 "기분 좋은 마음으로 소치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쾌속 삼총사'는 서로가 힘들 때 서로 돕고 격려하는 친구 이상의 존재다. 모태범은 "승훈이와 상화 모두 어렸을 때부터 친구였다. 둘 다 없어서는 안 될 친구들"이라며 쑥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상화는 똑같은 500m 단거리 선수로서 잘할 때마다 '나도 정신 똑바로 차리고 해야겠다'며 동기 부여를 가져다줬다"고 말했다.
케빈 오벌랜드 대표팀 코치는 이들에게 만족감을 표했다. 그는 "특별한 지도가 필요 없는 선수들이다"며 "내년 1월 일본 나가노에서 열리는 세계 스프린트선수권 참가 여부는 좀 더 고려해본 뒤 대한빙상경기연맹과 상의해 결정하겠다. 올림픽까지 훈련에 큰 변화를 주지 않고 준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