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 및 횡령·배임,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을 받고 있는 조석래(78) 효성그룹 회장이 10일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윤대진)는 이날 오전 9시44분께 조 회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해 역외탈세, 계열사 자금 횡령·배임, 비자금 조성, 국외재산도피, 위장계열사 내부 거래 의혹 등을 캐물었다.
특히 조 회장이 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총수로서 자금 관리·집행 과정에서 비자금 조성 등과 같은 부당한 지시를 내렸는지, 세무당국 신고누락과 관련된 보고를 받았는지, 장남과 차남의 회삿돈 횡령을 묵인했는지 등을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그룹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해외 사업에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자 10여년에 걸쳐 계열사의 매출이나 이익 규모를 축소 처리하는 등 1조원대 분식회계로 수천억원 상당의 법인세를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 회장은 1990년대부터 주식을 타인 명의로 보유하는 등 1000억원대 차명재산을 관리하고 양도세를 탈루하고, 그룹 계열사인 효성캐피탈에 오너 일가에 대한 불법 대출을 지시한 의혹도 사고 있다.
검찰은 조 회장이 해외 페이퍼컴퍼니나 특수목적법인, 홍콩·싱가포르 등 현지 법인을 동원해 회사 자금을 횡령하거나 역외 탈세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 법인과 페이퍼컴퍼니에서 불법 외환거래나 국외재산은닉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조 회장이 임직원 명의로 조식을 보유하거나 임원에게 지급한 상여금의 일부를 되돌려 받는 등 차명계좌 210여개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증식·세탁했을 개연성도 적지 않다.
한편 조 회장은 이날 검찰 조사를 받기위해 검찰에 출두하기전 취재진을 만나 “성실히 조사 받겠다”고 짧게 대답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기운없는 무표정으로 일관하다 그룹 관계자의 부축을 받으며 느린 걸음으로 조사실로 향했다.
조 회장은 고혈압과 심장 부정맥 증상 악화로 지난 10월30일 서울대병원 일반특실에 입원해 보름 만에 퇴원했으나, 지난 5일 부정맥 증세로 서울대병원 암병동 특실에 다시 입원했다. 조 회장은 전날 병세가 호전되자 주치의 소견과 변호인단 의견 등을 종합해 소환에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 회장을 강도높게 조사한 뒤 장·차남과 다른 임직원들의 진술내용 등을 비교 검토한 결과를 토대로 재소환 또는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형구 기자 nine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