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위태롭지 않다. 한국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H조에서 러시아(6월18일), 알제리(6월23일), 벨기에(6월27일)를 차례로 상대한다. 월드컵은 6개월 넘게 남았지만 벌써 정보전은 시작됐다.
마르크 빌모츠 벨기에 감독은 “한국을 낱낱이 분석할 것”이라고 말했고, 알제리 언론은 한국을 두고 “멈추지않고 짐승처럼 달린다”고 평가했다. 일간스포츠가 3회 시리즈를 통해 러시아·알제리·벨기에 축구를 경험한 선수와 전문 해설위원을 통해 상대국을 속속들이 파헤친다.
◇2014 브라질 월드컵 H조 상대국 집중 해부 <글싣는 순서> ①김동진·오범석이 말하는 러시아 ②한준희·장지현에게 듣는 알제리 ③설기현이 본 원조 붉은악마 벨기에
한국 축구대표팀은 6월 23일 오전 4시(한국시간)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리의 베이라 히우 경기장에서 알제리와 2014년 브라질월드컵 H조 2차전을 치른다. 16강행을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경기다.
알제리 축구는 생소하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에서 1무2패로 탈락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팬도 많다. 역대 월드컵 진출은 브라질월드컵까지 4회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알제리는 한국의 1승 제물이라고 할 만큼 약체일까. 매니어로 시작해 축구 전문가가 된 한준희(43·KBS)·장지현(40·SBS ESPN) 해설위원에게 알제리에 대해 물어봤다.
-알제리를 1승 제물이라고 표현해도 좋나.
장지현(이하 장) : "결코 아니다. 역대 월드컵 성적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쉽게 보는 경향이 있다. 한국과 알제리를 비교하면 50대 50이다. '해 볼 만하다' 정도지 '쉽게 이긴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한준희(이하 한) : "알제리도 한국을 1승 제물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한국전에 공격적인 전술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 알제리는 아프리카 선수들의 특징인 창조성이 뛰어난 팀이다. 경계해야될 선수가 한 두 명이 아니라 부담스럽다."
-알제리 축구 스타일은.
한 : "빠르고 강한 공격, 허술한 수비라고 요약할 수 있다. 공격에서는 개인 능력이 좋아 소속팀에서도 인정받는 선수가 많다. 발재간이 뛰어나 한국 수비진이 고전할 수 있다. 반면 수비진은 조직력이 부족하다. 아직까지 주전 수비수 4명이 결정되지 않았을 정도로 문제가 있다."
장 : "알제리 선수 대부분이 프랑스에서 축구를 시작한다. 북아프리카 특유의 기술과 유럽 축구가 더해진 선수들이라고 보면 된다. 중동팀과 같은 빠른 공격도 가능하다. 한국이 중동팀에 유독 약하지 않나. 알제리는 업그레이드된 중동팀이라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
-경계해야 할 선수는.
한 : "소피앙 페굴리(24·발렌시아)는 한때 소속팀을 먹여 살렸다. 측면과 중앙에서 모두 뛸 수 있는 공격적인 미드필더다. 측면에서 안쪽으로 파고들면서 득점을 하는 유형이다. 페굴리와 비슷한 유형인 엘 아비 히렐 수다니(26·디나모 자그레브)는 양쪽 발을 다 잘 사용한다. 골키퍼와 일 대 일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는 게 장점이다. 최전방 원톱 이슬람 슬리마니(25·스포르팅 리스본)는 186㎝의 큰 키에 발도 빠르다. 알제리의 공격 3총사를 조심할 필요가 있다."
장 : "한국에도 해외파가 있지만 알제리는 거의 모든 선수가 해외파다. 이사크 벨포딜·사피르 타이데르(이상 21·인터밀란), 같은 어린 선수도 빅 클럽에서 뛰고 있다. 알제리 대표팀의 주전 선수는 아니지만 잠재 능력이 있어 언제 터질지 모른다."
-알제리엔 어린 선수들이 많이 합류했다.
한 : "야신 브라히미(23·그라나다)를 주목해야 한다. 알제리의 핵심이 될 인물이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중위권 팀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브라히미는 '알제리의 리오넬 메시'라고 불러도 좋다. 스페인 리그에서 드리블만 놓고 보면 상위 5명 안에 꼽힌다. 내년 6월까지 경험을 더 쌓으면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숨어있는 경계 대상 1호다."
장 : "알제리 선수들은 프랑스를 기점으로 스위스·포르투갈·스페인 등 다양한 리그에서 뛰고 있다. 프랑스 대표팀 출신인 지네딘 지단(41·은퇴), 사미르 나스리(26·맨체스터 시티), 카림 벤제마(26·레알 마드리드) 등이 모두 알제리 혈통이다. 끊임없이 좋은 선수가 나오고 있는 팀이라 월드컵 직전까지 방심할 수 없다."
-단점도 있다.
한 : "아프리카 예선 영상을 봤더니 수비 조직력이 엉망이었다. 경기가 안 풀리면 성급한 태클로 망치는 경우도 많다. 대표팀 주장인 중앙 수비수 마지드 부게라(31·레퀴야)마저 흥분하면 경솔한 플레이를 한다. 한국이 일단 페널티박스 안쪽으로만 들어간다면 득점 가능성이 커진다. 2선 침투에 능숙한 이청용(25·볼턴)과 손흥민(21·레버쿠젠)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장 : "알제리 수비만 놓고 보면 한국이 충분히 공략할 수 있다. 또 이름값이 높은 선수가 많지 않아 한국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무시할 팀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기지 못할 팀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