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규(39·LG)의 골든글러브 수상을 가장 먼저 축하해 준 사람은 경쟁자 이호준(37·NC)이었다. 이병규는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일어서 이호준과 포옹하고 단상으로 올라갔다. 그런 이호준이 이병규는 고맙고 미안했다.
이병규는 10일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7번째 골든글러브를 받았다. 총 유효표 323표 중 201표를 얻어 95표의 이호준, 22표에 그친 홍성흔(36·두산)을 따돌렸다. 그는 한국 나이로 마흔인 올 시즌 타율 0.348를 쳐 타격왕에 올랐다. LG를 정규시즌 2위에 올려놓은 데에도 주장과 중심타자 역할을 한 그의 공이 컸다.
이번 골든글러브는 이병규가 2005년 이후 8년 만에 받은 것이다. 그는 2년 전 타율 0.338 16홈런 75타점의 훌륭한 성적을 내고도 고배를 마신 아픔을 씻었다. 또 처음받은 지명타자 부문 골든글러브여서 감회가 남달랐다.
상을 받고 "사장님, 단장님, 감독님" 등에 고마움을 전한 그는 행사가 끝나고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그는 "아까 깜빡하고 말하지 못했는데 (이)호준이와 (홍)성흔이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했다.
이병규는 올 시즌 98경기 중 50경기에 지명타자로 출전했다. 47경기는 외야수로 나왔고, 1경기는 1루수였다. 이병규와 달리 이호준과 홍성흔은 타격 붙박이로 뛰었다. 각각 126경기와 127경기에 지명타자로만 나와 타율 0.278 20홈런 87타점, 타율 0.299 15홈런 72타점을 올렸다.
이병규는 한국야구위원회(KBO) 골든글러브 포지션 규정(85경기 이상 출전 선수 중 지명타자 출전 경기수가 최다)에 따라 지명타자 후보에 올랐다. 수비 출전 85경기 기준에 미달돼 외야수 후보가 될 순 없었다.
이병규는 시상식 전 이호준에 연락했다고 밝혔다. 둘은 "누가 상을 받든 같이 시상식장에 나와 축하해주자"고 약속했다. 이호준은 이병규를 뒤따라가 꽃다발을 전해주며 다시 한번 선배의 수상을 축하했다.
이병규는 외야수로도 많이 뛴 자신이 순수 지명타자인 둘을 제치고 영광을 얻어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다. 거듭 "지명타자 선수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