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삼남매가 동시에 올림픽에 나간다. '빙상 박(朴)남매' 박승주(23·단국대), 박승희(21·화성시청), 박세영(20·단국대)이 스피드 스케이팅, 쇼트트랙 대표팀으로 소치 겨울올림픽에 나란히 출전한다.
박승주는 지난 11일 국제빙상경기연맹(ISU)에서 발표한 2014 소치 겨울올림픽 엔트리에서 여자 500m 출전권을 획득했다. 이미 쇼트트랙 대표팀에 발탁된 두 동생 박승희, 박세영에 이어 맏이까지 소치행을 확정했다. 전세계적으로도 3남매가 나란히 단일 올림픽 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이미 셋은 빙상계에서도 정평이 나 있는 '명문가 삼남매'다. 맏이인 박승주는 '빙속 여제' 이상화(서울시청)와 함께 꾸준하게 대표팀에 뽑혔을 정도로 국내 여자 단거리 선수 중에 상위권에 올라있다. 둘째 박승희는 고등학교 3학년 때인 지난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에 나가 여자 1000m 동메달을 획득해 이름을 알렸고, 지난 3월 열린 2013 세계선수권에서 종합 2위에 올랐다. 막내 박세영은 최근 2년 연속 주니어 세계선수권 종합 우승을 거둔 뒤, 4월 대표 선발전에서 종합 2위에 올라 쇼트트랙 차세대 기대주로 주목받았다.
'박남매의 부모' 박진호(53), 이옥경(47) 씨도 10여 년 동안 남매들을 뒷바라지한 데 따른 보상을 받았다. 어머니 이씨는 "첫째가 올림픽에 못 나갈까봐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잘 됐다. 지난 올림픽 때 승희만 나간 것도 영광이었는데 아이들 모두 올림픽에 나가게 돼 보람이 컸다. 우리는 복받은 집안"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어렸을 때 피겨스케이팅을 소재로 한 순정만화를 보고 두 딸을 초등학교에 있는 빙상부에 들어가도록 했다. 그는 "피겨 스케이팅을 하는 줄 알았는데 딸들이 링크만 뱅뱅 도는 걸 보고 의아하게 생각했다. 뒤돌아 보면 아이들 다 잘 됐으니 오히려 더 잘 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부모의 헌신적인 뒷받침이 없었다면 '삼남매 올림피언'도 없었다. 이씨는 1년에 6만㎞를 직접 운전해 남매들을 태우고 훈련장을 오갔다. 남매들이 모자람없이 선수 생활을 하기 위해 집을 판 적도 있었다. 아버지 박씨는 "아이 셋을 공부시키는 것도 힘든데 스케이트 선수를 셋이나 키워내며 힘든 과정도 많았다. 그래도 아이들이 묵묵히 잘 해줘서 아버지로서 고마울 뿐"이라고 했다.
부모들이 올림픽에서 바라는 것은 단 하나였다. 메달 욕심보다 안 다치고 건강하게 돌아오는 것뿐이었다. 이 씨는 올림픽에 대한 스트레스, 부담은 덜고, 그저 안 다치고 최선만 다한다면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