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2부 리그 강등’ 좋지 못한 선례 남기는 대구 FC
2부리그로 강등된 대구 FC가 대대적인 프런트 물갈이를 결정했다. 현재 대구의 일처리는 향후 2부리그로 떨어지는 다른 팀들에게 좋지 않은 선례로 남게 됐다.
대구시는 지난 12일 대구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52차 이사회에서 대표이사 및 이사진 9명 전원의 사임을 결정했다. 올해 8월 사퇴 의사를 밝혔던 김재하 대표이사는 구단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구단 업무를 총괄하는 석광재 사무국장의 사표도 수리됐다. 대구시는 비상대책위원회를 열어 감독 선임 및 구단 운영진 개편, 장기계획 수립 등을 논의할예정이다.
사정의 칼날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사회에서는 대구 FC의 팀장급들에게도 사퇴도 권고했다. 이에 따라 주찬용 운영팀장, 편영호 경영지원팀장, 김현희 홍보마케팅팀장 등 대구 실무를 책임지는 사람들이 모두 물러나게 됐다. 내년 시즌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한 발짝 더 뛰어야 할 상황에서 그야말로 실무진을 마비 상태로 만들어놓은 셈이다. 더군다나 2부리그 강등의 책임을 이들에게 떠넘기는 모양새가 됐다.
대구는 올 시즌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으로 팬 프랜들리 클럽상을 수상했다. 지난 3일 열린 K리그 시상식에서는 사랑 나눔상(공로상)도 받았다. 지역공헌활동도 다른 K리그 구단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훌륭했다. 대구 프런트는 홈구장인 대구스타디움이 시내와 한참 떨어져있는 지리적 불리함을 이겨내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와 이벤트를 궁리했다. K리그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대구 FC가 김재하 대표이사가 온 이후 혁신에 앞장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대구시와 김재하 사장이 구단 운영을 놓고 알력 다툼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김 대표이사가 사임 의사를 밝혔다. 팬들의 반대로 다시 남게 됐지만 결국 2부리그 강등이 확정되자 김 대표이사는 구단을 떠날 운명에 놓였다.
대구는 올 시즌 성적 부진의 책임을 물어 두 차례나 감독을 교체했다. 당성증 감독과 백종철 감독이 올 시즌 차례로 물러났다. 이제는 대구 프런트가 그 책임을 지고 있다. 그러나 대구 FC는 올 시즌을 앞두고 선수 구성면에서 유력한 강등 후보였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소기의 성과를 낸 프런트가 부진한 성적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짊어지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대구는 실무진 공백으로 선수단 개편 및 내년 시즌 운영 계획 수립에 큰 차질을 빚게 됐다.
오명철 기자 omc1020@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