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구단은 얼마 전부터 선수들과 2014시즌 연봉을 두고 얘기를 나누는 중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타자 쪽은 빨리 끝낼 수 있을 것 같은데 투수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전망했다.
LG는 올 정규시즌에서 2위에 올랐다. 팀 평균자책점 1위(3.72)를 차지한 탄탄한 마운드가 포스트시즌 진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성적이 좋은 만큼 고과가 높은 투수도 많다. 하위권에 머무른 작년엔 6500만 원이 뛴 1억2500만 원에 사인한 투수 유원상이 최대 인상액을 기록했다면 올해는 6500만 원 이상 올려받을 선수가 꽤 나올 분위기이다.
마무리 봉중근의 연봉에 가장 큰 관심이 쏠린다. 봉중근은 올 시즌 38세이브를 거둬 넥센 손승락에 이어 부문 2위에 올랐다. 평균자책점은 1.33으로 마무리 투수 중 톱이었다.
LG는 넥센과 손승락의 계약을 눈여겨보고 있다. 넥센은 46세이브를 거둔 손승락과 작년보다 1억7000만 원 오른 4억3000만 원에 계약했다. LG의 한 관계자는 "봉중근은 재작년 3억8000만 원에서 1억5000만 원으로 연봉이 절반 이상 깎였다. 이 점을 참작해 원상 복구는 시켜줘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출발점을 알렸다. 지난 시즌 26세이브를 거두고도 팀에 피해를 준 행동으로 연봉이 동결된 봉중근은 "올핸 사고가 없었던 만큼 좋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선발 중에는 우규민과 류제국이 연봉 대폭 인상을 꿈꾸고 있다. 우규민은 올 시즌 리즈 다음으로 많은 147⅓이닝을 던지며 10승9패 평균자책점 3.91을 기록했다. 다급할 때는 불펜으로 나와 수고한 것도 플러스 요소이다.
류제국은 우규민 못지 않은 활약을 펼쳤다. 12승2패 평균자책점 3.86으로 LG에서 가장 많은 승리를 올리며 데뷔 첫해 승률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우규민과 류제국은 올 시즌 각각 9000만 원, 1억 원을 받았다. 불펜에서 72이닝을 소화하며 고생한 이동현(6승3패 25홀드), 5선발 역할을 잘 한 신정락(9승5패 평균자책점 4.26)도 눈높이가 올라가 있다. 이동현의 올 시즌 연봉은 8500만 원, 신정락은 3000만 원이었다.
LG의 한 관계자는 "팀 성적이 좋아 선수들이 잔뜩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잡음없이 잘 끝내고 싶은데…"라고 걱정을 털어놨다. LG는 승리한 경기에서의 기여도를 측정한 승리 공헌도(윈셰어·WS) 50%와 내부고과 50%를 합산해 연봉을 책정한다. 다른 팀에 비해 잘 한 선수는 연봉이 많이 오르고 못 한 선수는 많이 깎인다. 팀이 많이 이길수록 선수들의 몫도 커진다.
신연봉제를 실시한 2010년부터 지난 3년 동안 LG가 57승-59승-57승에 그쳐 선수들이 목소리를 내기 힘들었다. 실제로 신연봉제 하에서 연봉이 1억 원 넘게 오른 선수는 2012시즌 전년보다 2억 원 인상된 6억 원에 계약한 해외 복귀파 이병규(등번호 9)뿐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팀이 74승을 거둬 선수들의 기대치가 클 수밖에 없다.
타자는 상대적으로 계약이 수월할 전망이다. 이병규(등번호 9), 박용택, 이진영, 정성훈 등 성적 좋은 간판 선수 대부분이 자유계약선수(FA)여서 주전급 선수 중엔 정의윤, 오지환, 손주인과 사인이 남아 있다. LG 구단은 세 선수와 계약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LG는 송구홍 운영팀장이 18일 봉중근, 우규민, 류제국, 이동현 등 투수조가 훈련 중인 사이판으로 넘어가 연봉 협상을 시작한다. 백순길 단장도 이번 주말께 사이판행 비행기를 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