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신혜(23)가 데뷔 10년 만에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 13일 자체 최고 시청률 25.6%(닐슨코리아)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둔 SBS 드라마 '상속자들'을 통해서다. 극중 '가난 상속자' 차은상 역을 맡은 박신혜는 이민호·김우빈의 사랑을 한몸에 받으며 여성 시청자들의 질시를 한 몸에 받았다. 너무 뻔한 '캔디' 캐릭터일 수 있었지만, 박신혜 특유의 말간 외모와 똑부러진 연기가 '차은상' 캐릭터에 설득력을 더했다. 드라마 '천국의 계단'(03) 최지우 아역으로 데뷔해 드라마 15편과 영화 6편을 거치며 쌓은 연기력이 뒷받침된 덕분이다. 드라마 종영 후 기자들과 만난 박신혜는 "데뷔 후 가장 뜨거운 인기다. 초등학생팬들에 둘러싸여 매니저오빠에게 SOS를 칠 때도 많았다"며 웃는다.
-미모에 물이 올랐다.
"이민호·김우빈, 두 남자의 사랑을 받아서 예쁘게 나온 거 아닐까. 그리고 카메라 감독님의 공이 크다. 워낙에 예쁘게 잡아주셨으니까. 반사판도 한몫했다. 여배우들끼리 반사판에 각자의 이름을 써놓은 전용 반사판을 만들었다. 나는 '은상이거', 크리스탈은 '뽀나 거', 지원이는 '라헬'이라 쓴 뒤 드라마 속 뱅 헤어스타일을 한 캐릭터를 그려넣었다."
-극중 정말 많은 아르바이트를 했다.
"아직 아르바이트는 끝나지 않았다. 우리 부모님이 양대창집을 운영하시는데 가끔씩 서빙을 하기도 한다. 팬들이나 관계자 분들이 오시면 커피도 대접한다. 드라마는 끝났지만 은상이의 알바는 계속된다.(웃음)"
-기억에 남는 촬영은.
"눈이 펑펑 내리는 날 일산 라페스타에서 최종회 마지막 장면을 찍었다. '컷' 사인이 떨어지니 서운하고 아쉬운 감정이 확 밀려들어오더라. 그 자리에 서서 엄청 울었다. 내 눈물인지 하늘에서 내리는 눈 물인지 모르겠더라. 1~2주만 더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더 잘하지 못한 것에 후회도 들었다. 그래도 은상의 갈등은 나도 그 시절에 겪었던 것들이라 표현하기 수월했던 것 같다. 엄마와의 갈등, 18세 소녀가 감당하기 버거운 삶의 무게 등 말이다."
-박신혜의 열여덟살은 어땠길래.
"엄마와의 관계, 친구 문제 때문에 많이 힘들어 했다. 슬럼프도 겪었다. 아역 타이틀이 너무 싫고 부담스러웠다. '천국의 나무'(06) '궁S'(07) 등의 주연을 맡았지만 내 나이보다 한참 많은 역할이라 맞지 않는 옷을 입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아역 이미지를 벗고 성인배우로 가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속이 곪아가는 것 같더라. 그래서 대학에 입학한 직후 활동을 접고 학업에 열중했다.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나도 많은 일을 겪고 싶었다. 그런데 동기 고아라 ·김소은·김범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게 눈에 들어오더라. 작품에 대한 욕심도 나고 '나를 다시 찾아주는 사람이 있을까'에 대한 생각도 들었다. 그 때 '미남이시네요' 제안이 들어와 복귀하게 됐다. 다시 한 번 달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준 작품이다."
-이민호와의 키스신.
"턱을 잡아당기는 키스를 할 때 정말 많이 놀랐다. 카메라가 돌아가면 진짜로 키스해야 된다는 감독님의 지시가 있었다. 민호오빠랑 그 지시를 들으면서 멀뚱히 서로를 바라만 봤는데 촬영이 시작되자마자 민호오빠가 내 턱을 잡아당겨 키스하더라. 대본에 '턱을 잡아당기며 키스'라는 지문이 있었지만 실제로 그렇게 할 줄은 정말 몰랐다. 나도 모르게 당황해 민호오빠의 옷을 꽉 잡았다. 화면에도 그 모습이 그대로 나가더라. 당황한 흔적이다."
-두 남자(이민호·김우빈) 중 이민호를 선택했다. 다시 선택할 기회가 온다면.
"그래도 탄이(이민호)를 선택하겠다. 부드럽고 자상한 남자,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남자가 좋다. 기댈 수 있는 사람 말이다. 두 사람의 실제 모습은 정반대다. 민호오빠는 현장 분위기를 위해 장난을 치며 재밌게 현장을 이끈다. 우빈이는 내가 힘들어서 가라앉아 았을 때 조용히 옆에 와 다독여주는 스타일이다. 둘이 반반 섞으면 딱일 것 같다."
-김은숙 작가와는 어떤 말을 나눴나.
"첫 촬영 전에는 '이전에 연기했던 캐릭터와 전혀 다른 느낌이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또 알바에 쩌들어 살고 엄마는 말을 못하는 등 힘든 상황을 잘 표현해달라'고 하셨다. 촬영이 모두 끝나고 '너무 울려서 미안하다'고 하시더라. 세트장에 오셔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데 '어쩜 그렇게 억울하다는 듯이 우느냐'고 물으셨다. 잘 했다고 칭찬해주셨다."
-이번 작품은 후배들이 많았다.
"동생들이 많은 촬영장은 처음이었다. 형식·민혁·지원·크리스탈 등 모두가 사랑스러웠다. 크리스탈이 처음 만났을 때 '언니, 내가 낯을 많이 가려요. 이해해주세요'라고 말하는 모습이 그렇게 귀엽더라. 친해지면 애교도 많은 동생이다. 지원인 보기와 달리 굉장히 순둥이다. 머리채 잡는 신의 '컷' 사인이 떨어지자 마자 눈물이 맺히더니 '언니 미안해요'라고 하더라. 그래서 '지원아, 우리 세게 잡고 한 번에 끝내자'라고 말했다.(웃음) 형식이는 분위기 메이커다. 해맑음을 몰고다니는 귀여운 아이다. 민혁이는 이전 작품을 함께 한 터라 편했고 하늘이는 대학 동기라 힘이 많이 됐다."
-여자팬들이 많다. 비결이 뭔가.
"중성적인 모습을 예쁘게 봐주시는 것 같다. 여리여리하고 부서질 듯한 스타일은 아니니까. '상속자들'을 통해 초등학생 팬들도 얻었다. 얼마 전 집 근처 네일샵에 가서 내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데 한 아주머니가 나가시며 '엄마 다니는 네일샵에 '상속자들' 차은상 언니 있다'고 통화를 하시더라. 잠시 후 밖을 보니 초등학생들이 네일숍 창문에 딱 붙어 휴대폰으로 나를 찍고 있더라. 그 아주머니네 아이가 소문을 냈나보다. 나가기 곤란한 상황이 연출돼 매니저 오빠에게 전화를 걸어 SOS를 쳤다. '초통령'이 된 기분이었다."
-올 한 해는 박신혜에게 어떤 의미인가. .
"영화 '7번방의 선물'을 하면서 선생님들 사이에서 연기하는 큰 기쁨도 누렸다. 조연으로 출연했음에도 불구하고 '1000만 배우'로 불러주셔서 기뻤다. 덕분에 '상속자들'에도 들어갔다. 인상쓸 겨를 도 없이 뛰어다녔다. 내년엔 발랄한 여고생에서 벗어나는 역할로 대중 앞에 서고 싶다. 나이에 맞게 사회에 갓 발을 들인 20대 전문직 여성 역할에 도전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