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이 핵심계열사인 현대증권 매각을 비롯한 고강도 자구계획을 발표했다.
현대그룹은 22일 현대증권을 비롯한 금융 3사를 매각하고, 현대상선 항만터미널 사업을 매각해 약 3조3400억원을 마련하는 등 자구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대그룹은 이 같은 선제적 자구안으로 최근 시장에서 제기된 그룹 유동성 문제를 해소할 방침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2014년 상반기까지 현금보유도 충분한 상황이지만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선제적이고 자발적인 고강도 자구안을 마련했다”며 “현대그룹의 한축인 금융계열사 매각 여부에 대해 고심을 거듭했으나 유동성 문제 해결과 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해 최후의 결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현대그룹의 자구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현대증권, 현대자산운용, 현대저축은행 등 금융계열사를 매각해 금융업에서 철수하기로 한 점이 눈에 띈다. 현대그룹은 금융계열사 매각을 통해 7000억원에서 1조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다.
현대그룹은 SPC(특수목적회사)를 설립하여 금융계열사 등의 자산을 이전시키고 세부적인 매각방안과 절차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비롯한 금융권과 협의하여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다음으로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이 보유한 항만터미널사업의 일부 지분을 매각하고 벌크 전용선부문의 사업구조를 조정하여 약 1조5천억원을 조달할 방침이다.
현대상선이 보유한 국내외 부동산, 유가증권, 선박 등도 4800억원에 매각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부산 용당 컨테이너 야적장을 비롯해 미국과 중국, 싱가폴 소재 부동산과 보유중인 유가증권도 포함된다.
자산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와 더불어 자본확충 노력도 이어질 전망이다. 현대상선의 외자유치 추진과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 현대로지스틱스 기업공개를 추진해 3200억원 이상을 마련키로 했다.
이밖에 그룹이 소유한 반얀트리호텔도 매각함으로써 총 3천400억원 이상을 조달하기로 했다.
자구안이 실현되면 현대그룹은 이번에 확보된 유동성으로 1조3천억원 정도의 부채를 상환하여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로지스틱스 등 주요 3개사 기준 부채비율을 2013년 3/4분기말 493%에서 200% 후반대로 대폭 낮추고 2조원 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은 이번 자구안을 계기로 그룹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금융부분을 매각하고 그룹의 자원과 역량을 현대상선이 중심이 되는 해운, 현대로지스틱스의 물류, 현대엘리베이터의 산업기계, 현대아산의 대북사업 등 4개부분에 집중해 향후 새로운 도약을 이끌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이형구 기자 nine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