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호가 21일 오후 생방송으로 진행된 '2013 KBS 연예대상'에서 대상을 받았다. 유재석·강호동·이경규·이영자·신동엽 등 쟁쟁한 선배 예능인들과 경합을 펼친 결과다. 한동안 유재석·강호동이 예능에서 '2강 체제'를 유지하며 방송사 연예대상을 싹쓸이하다가 지난해 부터 신동엽이 예능을 다작하며 유재석과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 데 이어 또 한번 예능에 지각변동이 일어난 셈이다. 김준호의 대상 수상은 여러모로 화제가 되며 주말 내내 포털사이트를 달궜다. 도박 사건에 연루돼 한동안 방송에도 출연하지 못하며 바닥을 찍었던 그가 최고 정점을 찍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또 '갈갈이' 박준형 이후 10년 만에 '개그콘서트' 주축 멤버가 대상을 가져갔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김준호도 수상이 믿어지지 않는지, 대상 호명 직후 "진짜 저 주신 거예요? 진짜로?"라며 거듭 확인했다. 이어 "중학교 때, 심형래 선배 개그를 보러 KBS에 왔다가 쫓겨난 적이 있다. 경비 아저씨에게 복수하려 개그맨이 됐다. 이미 그 꿈은 이뤘고, 더 큰 걸 이룬 것 같다. 대상 먹었다"라며 벅찬 소감을 밝혔다. 그렇다면, 김준호는 과연 어떻게 대상의 기쁨을 맛볼 수 있었을까.
▶KBS 예능에 '선택과 집중'
대상까지 꼬박 17년이 걸렸다. 1996년 SBS 5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그는 10년 만인 2006년 KBS로 이적, 공채 14기가 됐다. 이후 KBS 2TV '개그콘서트'에 고정 출연하며 개그맨으로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고비는 있었다. 2009년 도박으로 물의를 빚고 방송활동을 중단하고 7개월을 쉬었다. 2010년 3월 '개그콘서트'로 복귀한 뒤에도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았다. 완벽히 다시 자리를 잡는데 까지는 3년이 걸렸다.
지난해부터 KBS에 '선택과 집중'의 자세를 보이며 활동에 박차를 가하더니 올 들어 쉼 없이 일했다. 친정과도 같은 '개그콘서트'를 계속 하면서 KBS 2TV '해피투게더3'·'퀴즈쇼 사총사'·풀하우스'·'인간의 조건' 등에서 MC·패널 등으로 출연해 활발히 활동했다. 최근엔 KBS 대표 예능인 '해피선데이-1박2일' 시즌3의 멤버로 합류했다. 누구보다 KBS 예능을 많이, 그리고 열심히 했다. 예능국도 이 점을 높이샀다.
'개그콘서트'를 함께한 서수민 KBS 예능 CP는 "김준호가 유재석·강호동·신동엽 등 쟁쟁한 선배들과 겨뤄 상을 받았다. 기존 3파전 구도가 깨진 것은 눈여겨 볼 만한 대목"이라며 "김준호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만큼 '개그콘서트'·'인간의 조건'·'1박2일'시즌3 등에 기여한 공헌도가 높다"고 밝혔다. 실제로 '개그콘서트'를 하면서 다른 KBS 프로그램을 병행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개그콘서트'는 일주일 내내 아이템 회의를 하고, 수차례 리허설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런 상황에 '인간의 조건'과 '1박2일' 시즌3 등에서 활약한 점이 예능국의 평가점수를 높였을 것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비(非)예능인이 아닌 공채 개그맨 출신이라는 점도 가산점이 됐다. KBS 공채 개그맨이 대상을 받은 건 박준형(03)·유재석(05) 이후 처음이다. 열악한 환경에서 활동하는 KBS 후배 개그맨들에게 희망과 힘을 불어넣기 위해서라도 그의 대상 수상이 절실했다. 예능국 관계자는 "이번 김준호의 수상이 김준호 자신에게와 후배 개그맨에게 큰 힘이 됐을 것"이라며 "동시에 김준호의 어깨는 한층 무거워졌을 테지만 개그맨 후배들에게도 꿈과 희망을 심어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미디 문화 활성화에 앞장서
코미디의 활성화를 위해 앞장 선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김준호가 운영하는 개그 전문 기획사 코코엔터테인먼트에 속해 있는 개그맨은 총 40여명. 후배들과 함께 똘똘 뭉쳐 활동하며 코미디계에 힘을 싣고자 이 회사를 설립했다. 이후 후배 개그맨들이 자유롭게 코미디와 예능에 출연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통로 역할을 했다. 덕분에 김지민·김준현·유민상·김민경 등 다수의 코코엔터테인먼트 소속 코미디언들이 '2013 KBS 연예대상'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지난 8월에는 부산에서 나흘간 진행된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BCIF)'의 집행위원장을 맡아 코미디의 대중화와 세계화에 힘을 보탰다. 배우나 가수를 위한 축제는 있지만 코미디언을 위한 축제는 없다는 점을 안타깝게 생각해 온 그는 사비를 털어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그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2년 전 부산국제영화제를 보면서 왜 국제 개그페스티벌은 없을까란 생각을 많이 했다. ‘개그콘서트’가 인기가 높고 한류가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는 만큼 세계 각국의 국제페스티벌을 연구해 부산국제코미디 페스티벌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행사 지원금을 받기 위해 직접 문화관광부와 부산시 고위관계자까지 만났다. 페스티벌 준비로 바빠져 결국 '해피투게더'에서도 하차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주머니도 털어보탰다. 그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정확한 사비 지출에 대해서는 결과가 나와야 아는 것 같다. 사실 처음이고 홍보가 잘 되지 않아 상황이 열악하다. 예산이 조금 모자랐다"고 털어놨다.
서수민 CP는 "아직 국내 코미디 분야는 시스템 및 다양성 부분에서 취약한 게 사실이다. 김준호는 개그 전문 기획사인 코코엔터테인먼트를 운영하면서 코미디계에 힘을 싣고 있다. 코미디의 발전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는 점은 후배들도 본받아야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