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가장 말 많고 탈 많았던 드라마는 단언컨대 임성한 작가의 MBC '오로라공주'였다. 지난 20일 150회로 종영되는 날까지 드라마는 하루도 빠짐없이 네티즌들의 따가운 시선과 질타를 받았다. 개연성 없는 스토리와 엽기적인 대사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며 '막장 드라마'의 새 역사를 써내려갔다.
갑작스러운 배우들의 '줄하차'로 스토리도 여러번 뒤바뀌었다. 이 가운데 임성한 작가가 추가 연장을 고집하면서 시청자들의 화를 돋웠다. 하지만 이 같은 논란은 출연 배우들에게 '긍정적인' 자극제가 됐다. 드라마와 함께 질타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연기 준비를 더욱 성실히 했고, 촬영장에서 똘똘 뭉쳐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극 중 기자 출신 연기자 박지영 역을 맡아 타이틀롤 전소민(오로라)과 대립각을 세운 정주연(24)을 종영 후 만나 드라마와 관련된 얘기를 속시원히 해봤다.
-논란의 중심에 선 드라마에 출연했다. 촬영하는 동안 힘들지 않았나.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다. 밖에서 시끄러울수록 안에서는 결속력이 생겼다고나 할까. 우리까지 흔들리면 안되니깐 더 중심을 잡고 촬영에 임하려고 노력했다. 다들 같은 마음이었는지 오히려 안에서 배우들과 감독님들의 호흡도 좋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즐겁게 촬영을 했다."
-임성한 작가의 작품에 참여해본 소감은.
"임 작가님의 작품이 '흥행보증수표' '신인등용문'이라는 수식어가 있지 않나. 그런 점에서 나도 도전해보고 싶었다. 나같은 신인에겐 좋은 기회였던 만큼 최선을 다해 촬영에 임했다. 아쉬운 부분도 분명히 있지만 만족스러운 부분이 더 많은 드라마였다. 생각했던 것만큼 확실히 이슈는 된 것 같다. 기대 이상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단, 내 러브라인이 좀 더 그려지지 않아 조금 아쉽긴 했다. 만약 추가 연장을 했다면 내 러브라인이 부각됐을텐데 연장이 취소되면서 갑자기 급 마무리된 느낌이다. 그냥 개인적인 욕심이다."
-임성한 작가와의 교류는 있었나.
"임성한 작가님과 연락은 거의 못 했다. 작가님이 아주 가끔 방송을 보고 문자를 보내셨는데 그게 전부였다. 따로 연락하지 않았다. 작가님이 중간에 번호도 한 번 바꾸셨던 것으로 알고있다. 사실 작가님은 알려진 것 보다 따뜻한 분이었던 것 같다. 특히 신인들에게 애착을 가지고 잘 챙겨주셨다. 신인들의 열악한 사정을 많이 배려해주셨다. 드라마 촬영 중 광고나 화보 등의 기회가 주어지면 감독님에게 직접 얘기할테니 고민하지 말고 하라고 해주셨다. 그런 배려에 감사했다."
-스포일러를 막기 위해 내부적으로 내용에 대한 보안에 신경을 많이 썼다던데.
"하차하는 배우들의 명단이 먼저 기사화되서 그랬던 것 같다. 극 후반에 가서는 메일을 통해 배우들에게 직접 대본을 전달했다. 배우들도 자신의 분량만 대본을 받았기 때문에 드라마의 전체 그림을 그려볼 수가 없었다. 마지막에 어떻게 끝나는지도 방송을 보고 알아야했다. 가족들이 드라마가 어떻게 되는거냐고 물을 때마다 정말 난감했다. 진짜 모르는데 '모른다'고 대답하기가 그래서 '방송으로 확인해'라고 말하고 다녔다."
-황당한 전개 때문에 캐릭터에 몰입하기 힘들었을 것 같다.
"초반에 캐릭터를 잡을 수 있는 준비 기간이 있었고 긴 호흡의 드라마라 캐릭터에 대한 집중도는 꽤 높았던 것 같다. 또 어떤 상황과 장면이든 나만의 방식으로 진정성을 찾고 촬영에 임하려고 노력했다. 힘들진 않았다."
-2009년 데뷔해 주연급 캐릭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올 한해는 7~8개월간 한 작품만 찍었다. 내년엔 더 많은 작품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차기작을 잘 선택해서 한 단계 더 발전하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같은 소속사인 김우빈과도 호흡을 맞춰보고 싶다. 내가 171cm인데 김우빈과 나란히 서면 키도 잘 맞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