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의 큰 키는 마운드 위에서 유리하게 작용할까. 대답은 '그렇다'다. 야구 관계자들 대부분이 "키가 작은 투수보다는 큰 선수가 여러모로 유리한 부분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두산이 지난 28일 외국인 투수 크리스 볼스테드를 영입했다. 그가 거둔 메이저리그 35승보다 더 관심이 가는 것이 있다. 바로 볼스테드의 키다. 볼스테드는 207cm에 달하는 큰 키를 자랑한다. 이는 두산 장민익과 함께 국내 리그에서 뛰는 투수 중 가장 큰 키다. 볼스테드의 영입으로 두산은 니퍼트(203cm), 장민익(207cm)을 포함해 키 2m가 넘는 투수 3명을 보유하면서 마운드의 높이를 한껏 드높였다.
대체로 투수의 키는 크면 클수록 좋다는 인식 강하다. 이유는 있다. 키가 큰 투수들은 긴 팔을 이용해 공을 최대한 홈플레이트에서 가까운 곳에 뿌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투수판과 홈플레이트 간의 거리는 18.44m지만, 실제로 공이 투수의 손을 떠나 홈플레이트에 도달하는데 까지 날아오는 거리는 16.66m다. 하지만 키가 큰 선수들은 릴리스 포인트를 최대한 앞으로 끌고 나올 수 있어 공이 타자한테 도달할 때까지의 시간과 거리흫 단축 시킬 수 있다. 이는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기 좋다는 평가다.
또 장신 선수의 경우 키가 작은 선수에 비해 보다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다. 크기가 작은 새총보다 큰 새총이 돌을 더 빠르고 멀리 보낼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다. 키가 큰 투수들의 릴리스 포인트가 높다는 점도 구속을 향상시키는 좋은 원료가 된다. 특히 큰 키에서 아래로 내리 꽂듯이 던지는 공은 타자들의 체감 구속을 더욱 드높인다. 실제로 국내 타자들이 두산 니퍼트가 던지는 공에 대해 "아파트 2층에서 뿌리는 느낌이 든다. 굉장히 위협적"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키가 작은 투수는 불리할까. 정명원 KT 투수코치는 "키가 작은 투수의 경우 단점이 많다기보다 키가 큰 투수들에 비해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는 것이 많다. 공을 놓는 위치에 따라 손해를 보는 정도가 다르다. 나이트(넥센)의 경우도 크지 않은 키임에도 팔을 끝까지 들어올려 최대한 높은 곳에서 공을 던지다 보니 공이 좋지 않냐. 또 투수마다 가진 재능이 얼마 만큼이냐에 따라 얼마든지 손해를 줄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