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산에서 할 수 있는 아웃도어는 다양하다. 그 중 산악스키는 순백의 설산을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고의 겨울 아웃도어로 꼽힌다. 1~2월에만 눈이 쌓이는 우리나라는 산악스키 시즌이 짧은 편이지만, 근래 익스트림 스포츠를 선호하는 동호인을 중심으로 부쩍 저변이 늘고 있다.
박경이(48·네파 홍보대사)씨는 우리나라 산악스키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지난 2003년 발족한 한국산악스키협회 교육이사로 활동하면서 산악스키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산악스키는 산에 올라가야만 탈 수 있으므로, 등산과 스키를 모두 할 줄 알아야 한다.
박씨의 아웃도어 인생도 산에서 출발했다. 서울교육대학교 신입생 시절인 1985년, 산악부에 입문해 암벽 등반을 배웠다. 대학산악연맹 부회장 시절인 1988년에는 백두대간 구간 종주를 기획해 백두대간을 일반인에게 알리는 데 앞장섰다.
“20개 대학 산악부 대원들이 모여 지도를 펴놓고 길을 찾았어요. 우리의 아름다운 산하인 백두대간을 알리게 된 계기가 됐죠. 이후로 백두대간 종주가 널리 퍼지게 됐으니까요.”
졸업 후에는 대학산악부 동기들과 함께 히말라야 등반에 나섰다. 1991년 네팔 쿰부히말라야 아마다블람(6856m)을 등정했으며 1997년에는 파키스탄 카라코람히말라야 가셔브룸2봉(8035m), 남미 최고봉 아콩카구아(2002년) 정상에 올랐다. 그러나 이후 결혼과 직장 생활 등 현실적인 이유로 산에서 멀어져 갔다.
산악스키에 빠지게 된 건 2007년이다. 어렸을 때부터 줄곧 스키를 탔지만, 스키를 신고 산에 가는 건 또 다른 매력이었다. 당시 산악스키 보급에 앞장섰던 고(故) 김형주씨에게 산악스키를 배웠다. 입문하자마자 곧바로 대회에 출전해 아시안컵 산악스키대회 3위에 입상했다. 이듬해에는 산악스키국제심판에 도전했다. 때마침 국제산악스키연맹에서 산악스키 보급을 위해 한·중·일 3개국에 국제심판 자격을 부여할 때다. 모두 12명이 지원했지만, 박씨를 비롯해 단 3명 만이 자격을 취득했다. 현재도 아시아에서 산악스키 국제심판은 3명 뿐이다.
그는 소문난 산악계의 마당발이다. 현재 갖고 있는 직함만 대한산악연맹 이사, 대한산악스키협회 교육이사, 산악스키 국제심판, 훠리스트 스키등반팀 감독 등 10여 개에 달한다. 본업은 을지대학교 스포츠아웃도어학과 교수로 그동안 현장에서 익힌 경험을 학생들에게 전수하고 있다.
산악스키협회는 매년 일반인을 대상으로 산악스키 강습을 진행한다. 고가의 장비 때문에 수강료를 받았지만, 올해부터 산림청 녹색자금 지원을 받아 무료로 교육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한 산악스키 강습 기회다.
“스키는 늘 사고에 대비해야 해요. 산악스키는 더합니다. 단단히 다져진 눈이 아니라 자연설이기 때문에 더 그렇죠. 그래서 처음부터 전문가에게 배우는 게 중요합니다. 슬로프에서 타는 알파인스키와 자연설을 타는 스키는 많이 다릅니다. 올 겨울 강습은 직장인은 물론 학생, 장애우를 위한 무료 강습이라 산악스키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좋은 기회가 될 겁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산악스키의 매력을 체험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산악스키 무료 강좌는 내년 2월 초부터 약 두 달 동안 진행된다. 2박3일 일정으로 15회 진행될 예정이다. 참가 신청은 1월 중에 산악스키협회 홈페이지(www.kafsma.or.kr)를 통해 할 수 있다. 장비는 스키협회에서 빌려준다.
※산악스키=알프스에서 태동한 스포츠로 설산에서 이동하기 위한 수단에서 스포츠로 발전했다. 스키 플레이트(Plate) 바닥에 스킨(Skin)이라는 특수 장비를 붙여 오르막에서 밀리지 않도록 고안됐다. 스킨이란 한 방향으로 누워 있는 털로 초기에 물개 가죽이 사용했으나 근래에는 나일론과 모헤어(Mohair·앙고라 산양의 모 섬유)를 혼용한 제품이 많이 쓰인다. 강원도 선자령과 울릉도, 제주 한라산 등에서 산악스키를 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