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지상파 3사의 연예대상은 달라진 예능계 판도를 살펴볼수 있는 무대였다. 유재석이 9년만에 처음으로 대상 수상에 실패했고, 전직 축구 국가대표부터 현직 의사, 10살 미만의 아이들까지 다양한 수상자들이 등장했다. 새로운 얼굴들의 등장, 무엇보다 '비연예인'들의 수상이 눈길을 끌었다. 유재석과 강호동, 그리고 이경규 등 '예능 최강자'들이 한발 물러서면서 수년간 지상파 연예대상에서 볼수 없었던 풍경이 연출됐다. 올해 연예대상이 전년 시상식에 비해 달라진 점 3가지를 짚어봤다.
▶'유·강 체제' 완벽히 무너져
올해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유재석-강호동의 '2강 체제'가 무너졌다는 사실이다. 유재석이 3사 연예대상에서 무관에 그친 건 9년만이다. 강호동이 2011년 잠정은퇴를 선언하고 공백기를 거친후 힘들게 복귀 신고식을 치를 때에도 유재석은 독주 체제를 이어갔다. 하지만, 올해는 유재석에게도 대상은 돌아가지 않았다. 완전히 '판갈이'가 이뤄진 셈이다. KBS는 김준호, MBC는 '아빠!어디가?', SBS는 김병만이 대상을 받았다.
정순영 SBS 부국장은 "김병만과 김준호는 제작자 입장에서 봐도 정말 굉장한 노력파다.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라고 평했다. 이어 "강호동이 단지 한 해 쉬었을 뿐인데도 벌써 시청자들이 낯설어하는 것을 보면 연예계의 변화가 정말 빠르다는 말"이라며 "오히려 10여년 가까운 세월동안 강호동과 유재석 두 사람이 대상을 계속 받아온 게 더 놀라운 일"이라고 밝혔다. 반면 '무한도전'이나 '런닝맨'에서 꾸준히 활약중인 유재석이 내년에도 독주 체제를 이어갈거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유재석은 연말 방송사 연예대상에서 대상이 좌절됐을 뿐, 지난 5월 '49회 백상예술대상'에서는 TV부문 대상을 받았다. 사실상 10년 연속으로 존재감을 인정받은 셈이다.
▶비예능인들의 활약 두드러져
지상파 3사 시상식장에는 그간 보지 못했던 신선한 얼굴들이 대거 등장했다. 일반인 뿐 아니라 배우·가수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KBS에서는 '1박2일' 차태현이 최우수상을, SBS에서는 송지효(런닝맨)와 성유리(힐링캠프)등이 최우수상-우수상을 수상했다. '정글의 법칙'에 출여난 김성수·조여정은 인기상을, 안정환은 베스트 챌린지상을 수상했다. MC부문 신인상은 소녀시대 수영에게 돌아갔다. MBC에서는 '진짜 사나이' 김수로가 최우수상을, '나 혼자 산다' 김광규·김용건이 우수상과 예능 늦둥이상을 받았다. '우결' 이소연·정유미는 각각 우수상과 신인상을 수상했다. 시상식에 많은 연예인을 불러들이기 위해 없는 상을 만들어 '퍼주기'를 했다는 논란도 피할순 없다. 하지만, 이 수상결과로 그만큼 예능계의 흐름이 변했다는 사실을 체감할수 있었다.
정순영 SBS 부국장은 "관찰 예능이 대세가 되면서 출연자에서도 변화가 온 자연스러운 결과"라며 "예전처럼 스튜디오에서 분량을 뽑아주는 전문 예능인이 아니라도 조금 어설픈 모습이 리얼함을 줄 수 있기에 비예능인들이 유입된 것"이라고 밝혔다.
▶가족예능, 토크쇼 코미디보다 앞질러
'가족 예능'의 약진도 무시할 수 없는 추세다. 전통 강자인 토크-코미디보다 앞서는 성적을 거두며 절대 다수 출연자가 트로피를 얻어갔다. 추성훈·함익병 등 비 예능인 뿐 아니라 10살 미만의 아이들도 수상자가 됐다.
'아빠 어디가'에 대상을 준 MBC에서는 성동일과 송종국·이종혁이 각각 우수상과 올해의 스타상을 수상했다. 김민국·윤후·송지아·성준·이준수 등 아이들은 특별상을 받았다. KBS에서는 '슈퍼맨이 돌아왔다' 추성훈이 최고 엔터테이너상을 받았고, 추사랑·이하루 등 아이들은 '모바일TV 인기상'을 받았다. 피부과 전문의 함익병은 SBS에서 신인상을 받았다.
문화평론가 정덕현은 "'1박2일' '런닝맨' 등도 넓은 의미에서 보면 요즘 말하는 '가족 예능'의 포맷과 같다. 대중이 캐릭터쇼가 아닌 리얼함을 원하게 되면서 가족 예능이 대세가 된 것"이라며 "대중이 재미 이상의 유대감을 주는 예능을 원하는 한, 가족 예능은 계속 인기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