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과 친목을 위해 등산을 즐기는 인구는 갈수록 늘고 있다. 대한산악연맹은 우리나라 등산 인구를 약 170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보리산악회를 소개한다.
지난 2일, 강원 태백산으로 향하는 보리산악회 회원은 약 400여 명이 함께 했다. 단일 산악회치고는 대단한 인원이다. 평균 연령은 50대 후반, 하지만 20~30대 못지 않은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로 10년 된 보리산악회는 매달 두 차례씩 정기 산행을 하고 있다. 이밖에 내년 한두차례씩 중국 태항산, 일본 후지산 등을 다니고 있다.
“우리 산악회는 쉬엄쉬엄 갑니다. 자기 수준에 맞게 올라가는 게 좋지요. 그래도 중간에 낙오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다같이 함께 가는 거죠.” 박영도(66)씨의 말이다. 바람직한 점은 또 있다. “우리 산악회는 음주가무가 없어요. 하산에 쫓기지 않고, 회비도 저렴합니다. 그래서 부부 회원이 많아요” 홍추찬 회장의 말이다. 그의 말대로 보리산악회에 가면 부부끼리 나란히 산행을 하는 모습이 흔하다.
보리산악회의 가장 바람직한 산행 문화는 쓰레기 줍기에 있다. 산에 있는 쓰레기를 줍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대부분이 실천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홍 회장은 “쓰레기를 많은 줍는 사람에게 상을 주자”고 제안했다. 산행 전 회원에게 쓰레기봉투를 나눠준 뒤 각자가 주운 쓰레기의 양을 잰다. 산행 때마다 매번 쓰레기 줍기 경연대회가 열리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충남 태안에서 등산대회에서는 1700여 명의 회원들이 참가해 기지포 해수욕장을 걸으며, 쓰레기를 수거했다. 이 밖에도 ‘남한산성 살리기 운동’을 포함해 산 짐승 먹이 주기, 산불 예방 캠페인 등 산 생태계를 지키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보리산악회의 선행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연말 산행, 버스 안에는 반짝이는 금빛 모금함 한통이 버스 앞 자리에서 뒷자리까지 돌려졌다. 연말 불우이웃 돕기 성금을 걷은 것이다. 모금함은 산행이 끝나고 송년회에서 개봉했다. 이렇게 모인 모금액은 매년 KBS 불우이웃 돕기에 기부했다. 뿐만 아니라 월드비전, 어린이재단, 소년소녀 가장 돕기, 소망의 집 등을 꾸준히 돕고 있다.
김연대(75)씨는 “우리가 산이라는 자연에서 다양한 혜택을 받은 만큼 자연을 보호하고 잘 관리해서 후손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물려주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보리산악회는 자랑할 만 하지요”라고 말했다. 팔순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산행을 즐기는 정한석(85)씨는 “산악회에 나와 같은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을 만나면 운동하는데 더욱 동기부여가 됩니다. 홍 회장이 보리산악회를 잘 이끌어줘서 등산도 즐기고 건강도 챙기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보리산악회 홍주찬 회장은 심부름꾼을 자처한다. 버스 운전석 옆 조수석에 앉아 회원들을 챙기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홍 회장의 솔선수범 덕에 보리산악회는 송파구 뿐만 아니라 금천구, 강동구 등 서울 전 지역에서 더 많은 회원들이 인기 산악회가 됐다. 되었다. 그래서 애초 ‘송파 보리산악회’라는 이름에서 그냥 보리산악회로 더 알려져 있다.
홍 회장의 목표는 올바른 산행문화가 정착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는 현재 서울시등산연합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심판이나 지도자 등 등산의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올바른 산행문화의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자체적으로 등산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산행에서 만나는 회원들을 대상으로 일회용품사용하지 않기, 버스에서 음주가무하지 않기, 산에서 음주하지 않기, 산행 후 음주는 가볍게 하기 등을 교육하고 있다. 처음에는 일부 회원들의 반발도 있었지만, 요즘 보리산악회에서는 홍 회장의 권고를 지키지 않는 이는 찾아보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