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베테랑 투수 이용훈(37)은 지난 6일 열린 구단 체력테스트에서 3분31초의 기록으로 여유있게 기준선을 통과했다. 팀 내 최고참 투수지만, 후배들을 제치고 전체 3위의 기록을 세웠다. 정민태 투수 코치는 이용훈의 모습을 보면서 "자기 관리는 정말 최고"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용훈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며 올 시즌 각오를 다졌다.
이용훈은 지난해 1월 열린 스프링캠프에서 갑작스럽게 부상을 당했다. 조기 귀국을 한 그는 상동에서 치료에 전념했다. 그러나 좀처럼 몸 상태가 올라오지 않았고, 결국 지난 시즌 1군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선수 생활이 끝났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용훈 역시 자신이 보류 선수 명단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솔직히 최악의 시나리오(방출)도 생각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구단는 이용훈에게 기회를 줬다. 연봉 삭감을 피할 수 없었지만, 그는 다시 마운드에 설 수 있다는 것에 기뻐했다. 몸 관리를 꾸준히 해 온 만큼 공을 던지는데는 문제가 없다. 이용훈은 "선발이든 중간이든 팀이 필요한 곳에서 내 역할을 다하고 싶다"며 "올해 장원준도 돌아왔고, 우리 팀 마운드가 더 좋아졌다. 현재 내 목표는 스프링캠프 명단에 합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시진 롯데 감독은 올 시즌 5선발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여러 후보들 가운데 이용훈도 이름을 올렸다. 김 감독은 "이름값이 아니라 좋은 컨디션을 보이는 선수가 5선발을 차지하지 않겠나. 누구에게나 기회는 열려있다고 본다. 스프링캠프에서 냉정하게 평가하겠다"고 말했다. 이용훈이 지난해 부진을 털어내고, 다시 부활한다면 롯데 마운드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