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제 28회 골든디스크 시상식이 팬들의 뜨거운 성원 속에 치러졌다. 대한민국 최고의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가요 시상식이라는 평가답게 화려한 음악과 퍼포먼스, 그리고 음악적인 깊이까지 담아낸 무대였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올해 골든디스크 무대를 관통한 슬로건은 '세대를 잇는 음악적 공감'이었다. K-POP을 대표하는 젊은 가수들의 음악뿐 아니라 수십년간 음악인으로서의 세월을 묵묵하게 지켜온 조용필·들국화·이승철 등의 무대까지 고루 어우러 졌다. 특히 지난 27년간 역대대상 수상곡을 후배가수들이 리메이크 한 무대는 10대뿐 아니라 중장년층 음악팬들에게까지 공감을 끌어내며 박수를 받았다.
시상식이 펼쳐진 16일 내내 주요 포털사이트 검색어는 모두 골든디스크 관련으로 도배되다시피 했고, 골든디스크 공연 동영상을 뒤늦게라도 찾아보려는 팬들 때문에 주말 내내 검색어는 상위권에서 내려갈 줄을 몰랐다. 제 28회 골든디스크 시상식 무대를 뜨겁게 달군, 잊지못할 무대 '베스트5'를 꼽았다.
▶'국제 스타' 싸이의 등장…전 국민이 놀랐다
2012년 이후 국내 가요 시상식에 처음 등장한 '국제 가수' 싸이 때문에 현장이 발칵 뒤집혔다. 1부 음원 대상 시상자로 나선 이보영과 이종석이 "'젠틀맨' 싸이"를 호명하자 장내는 순간 정적이 흘렀다. 이때까지만 해도 시청자뿐 아니라 객석, 그리고 무대에 선 가수들까지 싸이는 이날 시상식에 불참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이렇게 10여초 정적이 흘렀을 즈음 '젠틀맨'이 울려퍼지며 보타이에 재킷 차림의 싸이가 깜짝 등장했다. 객석은 물론 1부 전 출연진까지 싸이의 등장에 술렁였다. 싸이는 대상 수상이 임박해 식장에 도착, 전용밴에서 곧바로 무대로 뛰어올라갔다. 뮤직비디오를 찍다말고 시상식장으로 온 싸이는 "정말 기쁘다. '한국 가수로서 누릴건 다 누려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또 주실지 몰랐다. 연속 수상의 영광을 누린 가수가 많지 않을텐데 그 대열에 합류했다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라며 "신곡 작업이 거의 마무리됐다"는 반가운 소식도 전했다.
▶전인권의 한 마디…"주찬권에게 바칩니다"
"심사위원특별상 들국화. 축하합니다." 아내와 나란히 객석에 앉아있던 전인권은 일어나 뚜벅뚜벅 무대로 걸어나갔다. 그리곤 주머니에서 스마트 폰을 꺼냈다. 스마트 폰에는 미리 준비한 수상 소감이 담겨있었다. "감사합니다. 상받으니까 설레고 좋네요. 이 상을 고인이 된 허성욱·주찬권에게 바칩니다. 변치않는 팬클럽 친구와 가족과 마음의 벗 문학인 박민규 감사합니다. 락앤롤." 길지 않은 소감이었지만 뭉클했다.
음악인 전인권은 행복했지만, 그의 삶은 평탄치 못했다. 거듭된 마약 관련 투옥과 음주 습관은 사랑하는 아내마저 떠나게 할 만큼 지독했다. 하지만 지난 몇년간 아내의 헌신적인 사랑이 그에게 새삶은 가져다 줬다. 사경을 해맸던 전인권은 건강을 회복하자 음악이 고팠고, 멤버들을 다시 찾았다. 최성원·주찬권과 들국화 재결성을 합의, 지난해 12월 신보 '들국화'가 탄생했다. 세상 밖으로 나온 들국화의 노래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그러나 앨범 발매를 몇 달 앞두고 드러머 주찬권이 세상을 떠났다. 키보디스트 허성욱은 1997년 앞서 세상을 등졌다. 주찬권을 떠나보낸 들국화는 활동을 전면중단했다. 골든디스크 무대에 선 홀로 선 전인권은 단 세 마디를 하고 싶었다. '허성욱, 주찬권 그리고 락앤롤.'
▶29년 관록이 빛난…이승철의 '마이 러브'
노래 잘하는 가수는 많지만 이승철은 특별하다. 아이돌 일색인 가요계에서 29년을 노래하면서 '목소리' 하나로 정상의 위치를 고수하고 있다. 2013년에는 정규 앨범 '마이 러브'를 발표하고 다시 차트 맨 꼭대기에 이름을 올렸다. 조용필에 이어 '포스트 가왕'을 노리는 이승철은 음원 본상의 영예를 안았다. 수상자로 무대에 선 이승철은 "올해로 데뷔한지 29년이고 내년이면 30년이다. 그 동안 가수하면서 골든디스크는 올해로 4번째 받았다. 우리 나라의 어느 가수라도 골든디스크상을 타고 싶어할거다. 나도 그렇다. 5번째 수상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며 열정을 드러냈다. 1986년 록그룹 부활로 데뷔한 이승철은 미디엄 템포의 발라드 '마이 러브'를 강렬하게 편곡해 자신의 밴드와 함께 불렀다. 자신은 기타를 연주하며 흥을 냈다. 여유로운 무대 매너, 그 보다 더 여유로운 목소리에 관객은 깊게 빠져들었다.
▶골디의 전통이 빛났던…후배들의 콜라보
1회부터 27회까지 골든디스크 영예의 대상곡을 후배들이 노래하는 신구 화합의 장이 열렸다. 공연의 화려한 막은 1995년 골든디스크 대상곡인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280만장 판매)으로 열었다. SM타운 가수들은 자사 선배들의 무대를 꾸몄다. 엑소M은 2008년 대상곡인 동방신기의 '주문 미로틱'을 엑소K는 2009년 최고 히트곡 슈퍼주니어 '쏘리쏘리'를 불렀다. f(x)는 2011년 디지털 음원 대상을 받은 소녀시대의 '더 보이즈'를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했다. 에이핑크는 평소 분위기대로 1997년 대상곡인 H.O.T '행복'을 상큼발랄하게 불렀다. 해당 영상은 이번 골든디스크 시상식 공연 중 유튜브에서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이 밖에도 씨스타와 인피니트는 골든디스크 통산 3회 대상에 빛나는 조성모의 '슬픈 영혼식' '아시나요'를 각각 불렀다. 골든디스크에서만 볼 수 있는 대상 수상곡 메들리 공연으로 젊은 층 뿐 아니라 장년층에게도 박수를 받았다
▶풍성했던 골디…비가 느낌표 찍다
2008년 '레이니즘' 본상 후 6년만에 무대에 나타난 비는 골든디스크 열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정규 6집 컴백으로 바쁜 와중에도 시상식 2부 무대에 올라 더블 타이틀곡 '라 송(La song)'과 '써티 섹시(30 sexy)'로 분위기를 후끈 달궜다. '써티 섹시'로는 절제된 섹시미와 능숙한 퍼포먼스로 보는 이들의 눈을 휘둥그레하게 만들었고 자유분방함이 돋보이는 '라 송' 무대로는 마초적인 매력을 발산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관록과 여유에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로 후배가수들을 압도하는 존재감을 드러냈다. 비는 공연에 앞서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 홍승성 회장의 제작자상을 시상하고 대리 수상해 감격을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