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을 기점으로 '변호인'이 '천만영화' 대열에 합류했다. 이로써 국내 상영작중 관객수 1000만명을 넘긴 작품의 수는 정확히 10편이 됐다. '꿈의 숫자'로 불렸던 1000만 고지를 넘어선 영화들인만큼 대중성 면에서는 더 이상 말이 필요없을터. 하지만, 많은 관객을 모았다고 해서 무조건 관객 만족도가 높았던건 아니다. '천만영화' 중에서도 관객의 기억에 오래 남는 작품은 따로 있기 마련. 완성도 면에서도 각각 다른 평가를 얻었던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10편의 '천만영화' 중 관객들로부터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건 어떤 작품일까. 리서치 전문사이트 소비자리서치패널 틸리언을 통해 네티즌의 의견을 들어봤다.
총 1만 8624명의 네티즌이 설문조사에 참여했으며 10편의 '천만영화'중 최근작인 '변호인'이 23.0%의 지지율로 1위에 올랐다. 2위는 역대 국내개봉작 흥행성적 1위 자리를 지키고있는 '아바타'다. 10년전 개봉된 '태극기 휘날리며'가 5위에 올랐다는 것 역시 흥미로운 점이다. 각 영화의 총 관객수는 26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공식통계 집계를 기준으로 삼았다.
*설문조사 참여자수 총 1만 8624명.
10대 1%, 20대 19%, 30대 40%, 40대 27%, 50대 10%, 기타 4%. 성별 남46%, 여54% .
1위 '변호인' 23.0%(4285명) 감독 : 양우석 / 출연 : 송강호·김영애·곽도원·임시완 총관객수 : 1056만 8150명 / 개봉연도 : 2013년
지난해부터 올해초 극장가를 뒤흔든 화제작. 최근작인만큼 네티즌들로부터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하지만, 단순히 최근작이라 1위로 선정됐다고 말할순 없다. 그만큼 영화를 본 관객만족도가 높기에 나온 결과라는 설명. 개봉전 온갖 오해 속에 '평점테러'까지 당했지만 공개된 뒤에는 각 포털사이트에서 9점대까지 평점이 올라갔다. 관련기사 댓글 및 블로그 등에 올라온 네티즌 평가 역시 호평일색. 각 매체 영화기자 및 평론가들도 극찬을 했던 영화다. 1000만 고지를 넘어선뒤에도 꾸준히 관객을 모으고 있는 상태. 최종관객수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2위 '아바타' 18.9%(3514명) 감독 : 제임스 카메론 / 출연 : 샘 워싱턴·조 샐다나·시고니 위버 총관객수 :총관객수 : 1362만 4328명 / 개봉연도 : 2009년
'3D영상 혁명'이라는 말을 들으며 전세계 극장가에서 약 27억 달러(약 3조원) 이상의 흥행수입을 벌어들인 작품이다. 국내에서도 역대 개봉작 흥행성적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국내 개봉당시 '꼭 스크린에서 3D로 봐야하는 영화'로 꼽히면서 어린 관객부터 중장년층까지 폭넓은 연령대의 관객을 두루 극장으로 불러들였다. 1000만 돌파 시점은 '변호인'보다 7일이나 느렸지만 이후 뒷심을 발휘해 후반에도 많은 관객을 모았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속편 제작에 나섰으며 2편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만 무려 10억달러(약 1조원)가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져 또 한번 화제가 됐다. 2016년 개봉예정이다.
3위 '광해, 왕이 된 남자' 10.6%(1971명) 감독 : 추창민 / 출연 : 이병헌·류승룡·한효주 총관객수 : 1231만 9542명 /개봉연도 : 2012년
충무로에 사극열풍을 불러일으킨 작품. '광해'가 '천만영화'로 떠오른 뒤 블록버스터급 사극 제작붐이 일었다. 이후 송강호·하정우 등 현대물에서 주로 활동했던 배우들도 한복을 입고 상투를 틀었다. 역사속 광해의 주요 업적, 그리고 조선왕조실록에서 사라진 15일간의 기록에 의문을 제기하고 '역사속 광해는 사실 두 사람이었다'는 기발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이병헌이 광해와 천민 하선 등 1인2역을 소화하며 또 한번 연기력으로 호평을 끌어냈다.
4위 '7번방의 선물' 10.4%(1944명) 감독 : 이환경 / 출연 : 류승룡·갈소원·오달수·정만식 등 총관객수 : 1281만 776명 / 개봉연도 : 2013년
2013년 새해 극장가를 뜨겁게 달궜던 '대박영화'. 순제작비 35억원, P&A(프린트+마케팅 등의 비용)를 합쳐 총제작비 62억원이 들어간 작품이다. 손익분기점이 200만명 수준이었지만 최종적으로 1200만명의 관객을 모아 관계자들까지 놀라게 만들었다. 무려 357억원에 달하는 순매출을 올려 '제작비 대비 최대 수익'을 올린 영화로 꼽혔다. 주연배우 류승룡을 충무로 톱스타의 반열에 올려놓은 작품이기도 하다. 따뜻하고 감성적인 내용과 웃음이 어우러져 폭넓은 연령대의 관객을 휘어잡을수 있었다.
5위 '태극기 휘날리며' 10.0%(1854명) 감독 : 강제규 / 출연 : 장동건·원빈 총관객수 : 1174만 6135명 / 개봉연도 : 2004년
개봉된지 10년이 지났는데도 많은 네티즌의 지지를 받아 5위에 올랐다. '실미도'에 이어 두번째로 '천만영화' 대열에 합류한 작품이다. 특히 사실적인 전쟁신을 만들어내 호평을 들었다. 이 작품 이후 한국 영화계의 특수효과 기술이 눈에 띄게 일취월장했다. 아시아 각국의 전쟁·액션영화에 깨알같이 한국 스태프들의 손길이 들어가게 된 것도 '태극기 휘날리며' 이후 구축된 노하우 때문이다. 장동건과 원빈이라는 두 '꽃미남' 스타의 조합만으로도 큰 화제가 됐던 영화다.
6위 '실미도' 6.8%(1265명) 감독 : 강우석 / 출연 : 설경구·안성기·정재영·허준호 총관객수 : 1108만 1000명 / 개봉연도 : 2003년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천만 흥행'을 일궈낸 작품. 1971년 8월 실미도에서 훈련받던 북파공작원들이 자신들의 억울함을 알리겠다고 서울진입을 시도하던중 영등포 일대에서 교전하다 자폭한 실제 사건을 소재로 다뤘다. 30여년간 베일에 싸여있던 사건의 진상을 알리며 사회적으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설경구와 안성기 등 탄탄한 연기력과 인지도를 가진 명배우들을 대거 캐스팅했으며 '충무로 승부사'라 불리는 강우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시너지효과를 냈다.
7위 '왕의 남자' 6.7%(1242명) 감독 : 이준익 / 출연 : 이준기·감우성·유해진·정진영·강성연 총관객수 : 1230만 2831명 / 개봉연도 : 2005년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얻은 영화다. 신예 이준기는 이 작품 한 편으로 톱스타 반열에 올랐다. 이준익 감독 역시 '왕의 남자'와 함께 셀러브리티가 됐다. 영화팬들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반복관람 열풍이 일어나기도 했다. 각 장면과 소품, 배우의 표정연기 하나까지 큰 화제가 됐다. 스크린 독점이나 억지스러운 '버티기'를 하지 않고도 팬들의 힘으로 관객수 1000만명을 넘어서 '진정한 천만영화'라 불렸다. 총제작비 72억원이 투입됐고 무려 360억원의 순이익을 남겼다. 무엇보다 관객 만족도면에서 최고의 점수를 받았던 작품으로 호평이 자자하다.
8위 '괴물' 5.9%(1106명) 감독 : 봉준호 / 출연 : 송강호·변희봉·박해일·배두나·고아성 총관객수 :1301만 9740명 / 개봉연도 : 2006년
한국영화 최초로 대낮 한강에서 튀어나온 괴물을 보여줘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송강호와 변희봉 등 연기파 배우들의 '찰진 연기'와 한국적 정서에 딱 맞아떨어지는 해학적인 표현이 보는 재미를 더했다. 대중성만 쫓는게 아니라 사회비판적인 시선까지 드러내며 갖은 이슈를 만들어냈다. '살인의 추억'에 이어 '봉준호 영화'라는 브랜드가 '괴물'을 통해 확고하게 구축됐다. 이병우 음악감독이 만든 OST '한강찬가'의 경쾌한 트럼펫 소리도 관객의 흥을 돋우는 절묘한 요소로 쓰였다. 많은 이야깃거리가 있는 영화인만큼 평론가들로부터 크게 환영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9위 '해운대' 4.2%(784명) 감독 : 윤제균 / 출연 : 설경구·하지원·박중훈·엄정화·김인권 총관객수 : 1145만 3338명 / 개봉연도 : 2009년
국내 최초의 재난 블록버스터로 눈길을 끌었다. 부산 해운대를 배경으로 쓰나미가 몰려오는 장면을 연출해 현실감을 높였던 영화다. 이 작품이 국내 관객에게 통했던 이유는 볼거리보다 '재미있는 드라마'가 있었기 때문. 재난 블록버스터를 표방했지만 CG와 볼거리보다 윤제균 감독의 주특기인 코미디를 전면에 내세워 몰입도를 높였다. 후반부에 꺼내놓은 '쓰나미 카드' 역시 완성도 면에서 좋은 평가를 끌어냈다. 화려한 볼거리에만 집착하다 '이야기'를 놓치고 관객의 외면을 받는 '한국형 블록버스터'가 속출했던게 충무로의 현실. '이야기'로 중심을 잡고 후반부에 볼거리를 집중시켜 관객의 심장박동수를 높인 전략이 주효했다.
10위 '도둑들' 3.5%(659명) 감독 : 최동훈 / 출연 : 김윤석·김혜수·김해숙·전지현·이정재·김수현 총관객수 :1298만 3330명/ 개봉년도 : 2012년
신뢰할만한 배우들의 집합, 매력적이고 개성 넘치는 캐릭터의 향연, 시종일관 호기심을 자아내는 스토리와 다양한 볼거리를 종합선물세트처럼 구성한 영화다. 최동훈 감독의 연출작이란 사실 만으로 이미 기대감이 충만했던 작품이다. 배우 개개인의 특성을 부각시키며 '멀티캐스팅 영화'의 장점을 잘 활용했다. 개봉후 22일만에 1000만 고지를 넘어섰다. '천만영화'중에서도 가장 빠른 속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