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얼마전까지 배우 공유(35)를 말할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로맨틱남'이었다. '커피프린스 1호점'이란 빅히트작 뿐 아니라 앞서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수많은 멜로물에 출연해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타고난 외모에 멜로 주인공이란 이미지가 겹쳐 여성들이 꼽는 '매력남' 상위권에 줄곧 머물렀다. 배우로서, 그리고 남자로서 성숙했다는 사실이 느껴진건 군생활을 마친 후였다. 제대후 내놓은 '도가니'의 여파가 컸다. 사회적인 시선이 담긴 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나서 화제의 중심에 섰다. 그리고 최근 본격 액션영화 '용의자'에서 저돌적인 야성까지 드러내며 '액션 히어로'라는 수식어까지 추가했다. 그 사이에 '주력장르'인 멜로도 내놨지만 더 이상 '멜로에만 어울리는 배우'는 아니었다. 활동폭을 넓히며 배우로서 성장가능성을 보여줬다는건 부인할수 없는 사실이다. .
맥주 한 잔을 곁들이며 마주앉아 대화를 나눠본 공유는 예상했던 것보다 더 소탈한 '사람'이었다. 인기만 따라가거나 과장되게 자신을 포장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시간의 흐름을 받아들이며 살아온 덕분에 인간적인 매력까지 느낄수 있었다. 어느새 서른 중반이 된 이 배우는 "이제야 일하는 재미를 제대로 느낀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갑오년 설 연휴를 앞두고 일간스포츠 독자에게 자필사인과 함께 새해 덕담을 건네는 것도 잊지 않았다.
-배우 활동에 대한 회의가 들었던 시기도 있었나요.
"있었죠. 28·29살 무렵이예요. 그때 정말 심각했어요. 이 일을 계속 할까, 아니면 과감히 접을까 고민했거든요. 더 잘되고 싶다는 생각에 찾아온 권태감은 아니었어요. 그냥 본질적으로 내가 그려보고자했던 배우의 길을 잘 걸어온건가 고민되더라고요. 뜬금없이 20대 후반에 사춘기가 한번 더 온거죠. 그때 주변에 계신분들도 저 때문에 많이 힘들었어요. 뭘 같이 하자고 해도 무기력해져서 안 한다고 거절하는게 다반사였거든요."
-어떻게 극복했나요.
"그 힘든 시기를 극복한건 '커피프린스 1호점'이란 드라마를 만나면서부터예요. 카메라 앞에 서는게 이렇게 좋구나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거든요. 성과가 좋았기 때문은 아니예요. 오히려 전 그 드라마가 그렇게까지 잘될지 몰랐어요. 다만, 현장에 가는게 좋았고 배우·스태프들과 함께 일하는게 신났어요. 당시 이윤정 감독님이 배우가 마음껏 뛰어놀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줬어요. 모든 배우가 즐기면서 시너지효과를 낼수 있었죠."
-'커피프린스 1호점'이 큰 계기가 됐군요. 당시 윤은혜씨와의 조합이 크게 화제가 됐었잖아요.
"사실 전 촬영전 윤은혜라는 배우가 불안했어요. 저도 많이 모자라지만 그때만 해도 가수출신 배우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 친구가 정말 보란듯이 제대로 한방을 날렸어요. 저한테도 정말 멋진 시간을 줬어요. 제가 애드리브라도 꺼내면 기다렸다는 듯이 리액션을 보여줬어요. 나중에 '못 믿었던것 정말 미안하다. 그리고 진심으로 고맙다'라고 말했어요."
-결혼 등 미래에 대한 고민도 하나요.
"고민하죠. 하지만, 자주 하진 않아요. 재미있는건 서른 중반이 된 지금에 와서 일에 대한 열정이 커지고 있다는거예요. 과거에는 일 때문에 남자로서의 내 삶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결혼도 빨리 하고 싶었어요. 물론 시기를 놓치긴 했지만요. 그런데 지금은 일하는게 굉장히 재미있어요. 또 오랜 시간 이 일을 하면서 외로움에 익숙해진것도 같아요."
-결혼하면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은지 궁금해요.
"전 항상 조용한 외지에 마당있는 집을 짓고 살고 싶다는 꿈을 꿔요. 언젠가 그렇게 해보고 싶어요. 일단 아버지·어머니께 전원주택을 마련해주고 싶은데 문제는 부모님께서 도시에서 살고 싶다고 버티신다는거죠. 나중에 제 아이들이 마당 있는 할아버지댁에 찾아가는게 참 멋질것 같거든요. 부모님께서 그러시더군요. '네가 그리는 미래 때문에 아직 창창한 우리를 시골에 보내려는 거냐'라고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