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삼성의 괌 전지훈련. 주로 러닝·수비 등 보강 훈련이 실시되는 시간대에 투수들이 하나둘씩 수영장으로 이동했다. 선수들이 너나없이 수영장으로 뛰어들자 이내 공 하나가 수영장에 들어왔다. 그리고선 '늙은팀' '젊은팀'으로 나눠 전후반 20분씩, 총 40분간 수구 경기를 했다. '지루하지 않게' 실시되는 삼성의 이번 전지훈련이다.
수구는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물에 뜨는 공을 이용하여 상대방 골에 공을 넣어 득점을 겨루는 수영 경기의 하나이다. 이전에는 수영 및 걷기 등 보강훈련이 있었지만 수구는 삼성의 역대 전지훈련을 통틀어 처음이다. 지난달 24일에 한 차례 실시한 적 있는데 당시 선수들의 반응이 좋아 이번에는 경기시간을 10분 늘였다. 1차전에서는 승부던지기 끝에 늙은팀이 이겼고, 아이스크림 내기를 한 2차전 역시 '늙은팀'이 5-3으로 이겼다.
이색 훈련은 코칭스태프의 고심과 배려 속에 생겨났다. 류중일(51) 삼성 감독은 캠프전 "과연 지난 3년간 어떻게 훈련했고, 2기 첫 번째 해는 어떻게 훈련시키며 선수들의 움직임을 바쁘게 할까'를 고민 중이다"고 밝혔었다. 최근에는 "훈령양보다는 효율이 중요하다. 틀을 깨지 않는 선에서 선수들이 지겨워 하지 않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소화할 것이다"는 계획을 밝혔다. 코칭스태프는 비시즌기간 1박2일 워크숍, 시무식 뒤 3시간여 회의하며 훈련 프로그램에 관해 머리를 맞댔다. 반복되는 훈련 속에 선수들이 지루함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수구 훈련을 계획한 김현욱(44) 삼성 트레이닝 코치는 "괌의 날씨가 무척 덥다. 선수들의 힘들어 할 시기인 만큼 기분 전환 효과 피로 회복 차원에서 실시했다"고 밝혔다.
코칭스태프 및 선수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다. 승리팀에 다음날 러닝훈련의 절반을 깎아주는 '당근'이 제공된다. 선수들의 승부욕도 넘치는 만큼 경기도 치열했다. 운동 효과도 상당하다. 김현욱 코치는 "수중 훈련은 지상 훈련과 달리 자신이 가진 힘을 사용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몸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훈련하는 방법으로 매우 효과적이다"며 "선수들이 즐겁게 해주니까 고맙다. 그 동안 너무 강하게만 훈련을 진행하려고 했는데, 즐거워하면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며 '더 많은 프로그램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러닝 훈련도 가끔은 색다르게 진행된다. 세 명의 코칭스태프가 일렬로 나란히 서 선수들과 가위바위보를 한다. 이때 선수들이 코치에게 이기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만약 지면 해당 단계 훈련을 소화해야만 한다. 3단계는 '허들' '스텝판' '대쉬' 훈련이다. 선수들의 장난기가 발동되고, 가벼운 농담이 오가면서 반복되는 훈련 속에서 잠시나마 웃음꽃이 피어난다.
야구공을 럭비공으로 사용할 때도 있다. 2인 1조 혹은 3인 1조로 짝을 맞춰 달리면서 야구공을 주고 받는다. 그냥 뛰기만 하면 선수들이 지겨워할 수 있어서다. 김현욱 코치는 "보통 러닝훈련을 하면 선수들이 눈치를 보면서 50~60% 힘으로 뛴다. 그러나 이같이 훈련하면 상대 속도를 맞춰야돼서 자기도 모르게 90~100% 더 빨리 뛰게된다"고 설명했다. 야수조의 권오원(35) 트레이닝 코치 역시 "감독님께서 '선수들이 훈련을 지겹지 않고, 즐겁게 하도록 하자'고 주문한다. 일반 훈련을 진행하면서도 선수들이 지루함을 느끼지 않도록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