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이 뜨거운 인기를 누리며 국내 극장가를 장악하고 있다. 2일까지 누적관객수 600만 4181명(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을 기록하며 역대 국내 개봉된 외화 흥행순위 9위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개봉된 애니메이션 중에서 600만 관객을 동원한 첫 작품이기도 하다.
'렛잇고' 등 OST도 인기 K-POP을 밀어내고 10여개 음원사이트 차트 1위를 차지하며 영화의 뜨거운 인기를 실감케했다. 국내 뿐 아니라 전세계 40여개국 박스오피스 1위를 휩쓸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작품이다. 최근 2년여간 강세를 보인 한국영화에 밀려 만족할만한 흥행성적을 올린 외화가 드물었던게 국내 극장가의 현실. 이런 상황인만큼 해외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선전은 특히 눈길을 끈다. 역대 히트 외화들의 예와 비교해보면 '겨울왕국'이 만들어낸 각종 기록과 이슈들이 얼마나 대단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수 있다.
▶'레미제라블' '인셉션'등 화제작 제쳐, OST '렛잇고' 국내 차트 1위 '올킬'
'겨울왕국'이 역대 외화 흥행순위 9위로 올라오면서 앞서 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레미제라블'(총관객수 591만명)은 10위로 하락했다. '인셉션'(582만명)은 아예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인셉션'은 2010년 국내 개봉 당시 '천재적인 시나리오'라는 극찬과 함께 마니아층까지 형성하며 화제가 됐던 작품. '다크나이트' 시리즈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만남으로 시너지 효과를 냈다.
꿈과 현실을 오가며 벌어지는 복잡한 구성 때문에 다양한 해석을 낳기도했다. 하지만 화제성 면에서 '겨울왕국'은 '인셉션'보다 한수 위다. '인셉션'이 주로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영화적인 이슈들을 생산하는데 그쳤다면 '겨울왕국'은 각종 패러디 영상물까지 낳으며 보다 폭넓게 대중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겨울왕떡국' 영상물, 김연아 선수의 포스터에 '겨울왕국' 캐릭터 엘사 여왕의 느낌을 덧입힌 '연아엘사' 등 다양한 패러디물이 쏟아지고 있는 중이다.
'레미제라블' 역시 2012년 12월에 개봉돼 '좋은 영화'로 불리면서 회사와 학교 등 조직별 단체관람을 이끌어냈던 히트작이다. 뮤지컬영화인만큼 배우들이 직접 부른 OST도 큰 인기를 끌었다. 국내 개봉된 뮤지컬영화로 독보적인 성적을 보유하고 있었던 영화지만 '겨울왕국'의 기세에 밀려 순위가 하락했다. 노래와 춤이 곁들여진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을 뮤지컬영화라고 봤을때 이 작품의 파급효과는 '레미제라블'보다 한층 압도적이다.
앞서 '원데이 모어' 등 '레미제라블'의 수록곡들은 국내 음원사이트 차트 40위권 또는 100위권 안에 이름을 올려 '이례적인 성과'라는 말을 들었지만, '겨울왕국'은 여기서 더 나아간다. 팝가수 이디나 멘젤이 부른 OST '렛잇고'를 아예 국내 10여개 음원사이트 차트 1위에 올려놓는 기염을 토했다. 커피숍과 주점 등 번화한 공간에서 연일 '렛잇고'가 들려오고, 가요 프로그램에서도 인기스타들이 이 노래를 불러 '겨울왕국'의 뜨거운 인기를 실감케하고 있다.
▶'트랜스포머' '어벤져스' 등 만화 기반 히트작보다 부가상품 판매 수익 높아
역대 국내 개봉외화 흥행순위 10위권 안에 든 작품들은 '트랜스포머' 시리즈(1·2·3편 각 700만명 돌파)와 '아이언맨3'(900만명, 현재 2위) '어벤져스'(707만명, 7위) '다크나이트 라이즈'(639만명, 8위) 등 주로 특수효과가 돋보이거나 '슈퍼영웅'을 내세운 블록버스터들이다. 국내 개봉외화 뿐 아니라 한국영화까지 통틀어 역대 박스오피스 최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아바타'(1330만 2637명) 역시 애니메이션과 특수효과를 부각시킨 3D 영화다. 어린 관객부터 성인까지 폭넓은 연령대에 어필해 큰 성과를 냈다. 특히 이 작품들의 경우 영화의 성공과 함께 캐릭터를 본떠 만든 완구류 등 부가상품까지 팔아치우며 1석2조의 효과를 누렸다.
'겨울왕국'은 기획단계에서부터 부가상품 판매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하는 디즈니사의 작품. 다양한 상품들이 개봉과 동시에 시중에 판매됐다. 상영기간중 부가상품 판매수익을 따졌을때 '겨울왕국'이 올리고 있는 성과는 역대 어떤 작품도 따라오지 못할 정도다. 디즈니가 5000여개 한정판으로 내놓은 엘사와 안나·올라프 인형은 이미 정식 루트를 통해 구매하기가 힘들어진 상태. 관련 온라인 사이트와 커뮤니티 등을 통해 '겨울왕국' 한정판 캐릭터 인형을 구한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지만 구매자들이 어렵게 구한 한정판 캐릭터 인형을 쉽게 내놓지 않고 있다. 그외 '겨울왕국' 관련 스티커와 포크 및 수저세트, 또 관련 도서까지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겨울왕국', 역대 흥행순위 4위 '미션임파서블4' 따라잡을까
그렇다면, '겨울왕국'의 상승세는 어디까지 이어질까. '겨울왕국'의 600만 돌파시점은 역대 국내 개봉외화 흥행순위 4위인 '미션임파서블:고스트프로토콜'(757만명, 24일만에 600만 돌파)보다 6일이나 빠르다. 설 연휴기간에 '수상한 그녀'에 이틀간 박스오피스 1위를 빼앗겼다가 탈환하는 등 여전히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때 2월 둘째 주말을 넘기면 무난히 700만명 이상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속도로 봤을때 '미션임파서블4'를 제치고 4위에 오르는건 시간문제. 제대로 뒷심을 보인다면 현재 3위를 지키고 있는 '트랜스포머3'(778만명)도 따라잡을 수 있을거라는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단, 2위를 지키고 있는 '아이언맨3'(900만명)와는 격차가 커 따라잡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겨울왕국' 측 한 관계자는 "'겨울왕국'에 앞서 500만명을 넘어선 애니메이션은 '쿵푸팬더2' 한편 뿐이었다. 아무리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누려도 국내에서 애니메이션은 실사영화를 이길수없다고들 했는데 '겨울왕국'이 이 한계를 극복했다"라며 "이대로라면 '미션임파서블4'를 넘어 역대 흥행순위 4위까지는 쉽게 오를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