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무한대로 넘쳐나는 끼는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냈다. 무대에 '초' 집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롤러코스터를 탄 듯 등락을 반복하는 구성진 꺾기는 마음까지 들었다 놨다. 탁월한 가창력을 기본으로 무대 위에서 웃고 우는 표정연기도 압권. 배우 뺨을 후려칠 정도로 일품이다. 신인 트로트 가수 양지원의 첫 무대를 감상한 소감이다.
최근 양지원을 만나고 여러 가지 의문이 풀렸다. 트로트 신동으로 불리며 14살에 일본에 건너가 엔카까지 경험한 중고 신인이라는 점. 장윤정·박현빈이 소속된 인우프로덕션에서 집중 육성한 최고의 재능이라는 점. 20살의 젊은 신인 가수 양지원이 생방송 무대에서 그토록 여유가 넘친 이유였다. 최근 싱글 '아야야'를 발표한 양지원을 만났다.
-국내에는 트로트 신동으로 알려졌다. 초등학생 때 앨범도 냈었다고.
"해를 거듭할수록 신동이라는 말의 한계를 벗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진짜 프로 세계에 들어왔으니까. 더 프로같이 준비하고 신경써서 퍼펙트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더 이상 신동은 칭찬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학창시절에 일을 시작했다.
"그런 면 때문에 감수성이 떨어지는 문제는 있다.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싸움도 하고, 급식도 먹고, 그런 추억이 없다. 그래서 '아야야'라는 노래도 표현할 때도 힘들었다. 사랑이란 감정을 잘 모르니까. 간접적으로 체험한 것들을 떠올리면서 부르고 있다. 남들 공부할 때 지방 행사를 다녀, 잠을 못자서 신체가 왜소하다."
-일본에서 오래 활동했다고 들었다.
"13살에 데뷔해 트로트를 시작했다. 14살에는 인우 프로덕션 홍익선 사장님에게 캐스팅됐다. 나훈아 선생님 같은 가수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러다 일본 트로트 전문 기획사인 콜롬비아 레코드에서 스카우트 제안이 왔다. 변성기라 노래를 좀 쉬어야 할 타이밍이어서 일종의 위탁 교육을 받기로 했다. 일본에서는 엔카라는 장르가 국민이 사랑하는 장르더라. 배울게 많을거라고 생각했다. 일본에서 공부한 뒤 트로트의 세계화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
-어린 나이라 일본 생활이 쉽지 않았을 거다.
"처음 10개월은 부모님 없이 혼자 살았다. 홈스테이를 했지만 언어도 모르고 문화도 모르니까 힘들었다.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황에 문화 차이를 견디기 힘들었다. 그 때 홍 사장님이 아버지에게 일본에서 함께 있는게 어떻겠냐고 했다. 아버지가 직업까지 포기하고 일본에 왔다. 엄마는 화장품 장사를 하면서 뒷바라지 했다. 힘든 시기였다. 그러다 지난해 9월 한국에 오고 고향인 부산의 뒷산에서 가족끼리 삼겹살을 구워 먹었다. 감동적이었다."
-일본에서의 활동도 궁금하다.
"난 사실 일본에 가면 바로 노래를 할 줄 알았다. 근데 정말 강하게 키우더라. 일본어를 이해해야 노래를 할 수 있다며 일본어 공부부터 시켰다. 그렇게 2년을 보내니, 다음엔 지하철역 앞에서 셀프 홍보를 시켰다. 아무도 봐주지 않는데, 전단지 열심히 돌렸다. 지하철에서 자기소개를 하고 노래를 부르는 건 예삿일이었다. 지하철 홍보까지 한 뒤에는 드디어 라디오에 출연하게 됐다. 그러고 나니, 기성가수들도 '네가 엔카의 길을 제대로 밟았다'며 인정해줬다. 어느 정도 팬이 모인 뒤에는 신오쿠보에서 단독 콘서트도 했다. 200명 정도가 모였고 2011년에는 '변덕쟁이 소녀'라는 곡으로 활동도 했다."
-트로트를 일찍 시작하지 않았다면.
"평범한 학생이지 않을까. 근데 노래 외에 것은 상상도 하기 힘들다. 노래 자체가 좋다. 노래를 못하면 병이 날 정도다. 한 번은 병원에 입원했는데 노래를 몇일간 못 부르니까 화병까지 났다. 그러다 무대에 오르면 고통이 사라진다."
-신곡 ‘아야야’는 어떤 곡인가.
"가벼운 사랑이야기다. 보통 옆 사람을 꼬집으면 ‘아야야’하는데 ‘그 아픔을 사랑이 아야야한다’는 의미다. 중국악기 고쟁이 들어가 있다. 신선하고 어깨춤도 나고 흥겹다. '미어캣 댄스'가 포인트 안무인데 쉽고 재미있다. 온 국민들이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라고 생각한다."
-'아야야' 체감 반응은 어떤가.
"10대 20대 분들에겐 외면 받을 줄 알았다. 근데 조금씩 반응이 올라오더라. '중독성 짱이다''이 노래에 빠지면 아이돌 음악은 떠오르지 않는다'는 댓글도 봤다. 기분이 좋다."
-소속사 선배들이 조언을 많이 해줬을거 같다.
"장윤정 선배님은 노래를 듣더니 굉장히 신선하다고 했다. 딱 들으면 양지원 목소리라고 칭찬을 많이 해줬다. 이 노래를 부를 때는 나이에 맞게 풋풋하게 불렀으면 한다고 했다. 근데 현빈 선배는 20살이 됐으니 남자답게 부르라고 조언했다. 상반된 조언이지만 모두 흡수하려고 한다. 풋풋하고 남자다운 모습을 보여주겠다."
-끼가 장난이 아니다.
"돌변하는 스타일이다. 평소에는 얌전하다가 무대에만 올라가면 바뀐다. '똘끼'가 있다고 한다. 끼를 주체하지 못한다."
-'뮤직뱅크'에도 출연하고 '가요무대'에도 나간다.
"'뮤뱅'에서는 어린 친구들이 보기에 위화감을 갖지 않게 하려고 노력한다. 어떻게 나를 받아들이게 할까에 초점을 맞춘다. '가요무대'에서는 노래를 더 잘하려고 하고 예의 바르게 보이려고 노력한다. 할아버지·할머니가 들어도 잘하다는 말이 나와야 한다."
-가장 존경하는 가수는.
"나훈아 선생님이다. 심금을 울리는 음악을 들은건, 나훈아 선배님의 콘서트가 처음이었다.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는데 자신의 스타일로 재해석해 부르는거다. 깊은 곳에서 나오는 호랑이 같이 웅장한 느낌이 있다. 저·중·고음 세 가지를 3분짜리 노래 안에서 모두 보여준다. 한국에도 전 세계적인 인물이 있구나라고 느꼈다. 남들이 따라할 수 없는 테크니션이라고 생각한다. 애간장을 녹인다. 선생님의 음악은 많이 듣고 분석하려고 한다."
-슈퍼주니어의 멤버가 될 뻔했다고.
"아주 어릴 때다. 부산 MBC에서 노래를 불렀는데 끝나고 SM 매니저가 명함을 주고 갔다. 슈퍼주니어 멤버 13명을 뽑으려고 오디션을 보고 있는데 서울 사무실에서 한 번 보고 싶다고 하더라. 근데 당시만 해도 사기꾼이 많아서, 부모님이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 달을 보내니 다시 연락이 왔다. 한 달간 오디션을 봤으면 한다고 하더라. 하루는 노래, 하루는 사진, 하루는 춤을 봤다. 5주차에 팀장이 슈퍼주니어 8번째 멤버로 함께 연습했으면 한다고 했다. 근데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포기해야 했다. 슈퍼주니어가 됐다면 좋았겠지만 트로트 가수 양지원에 만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