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최영미는 시집에서 '서른 잔치는 끝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배우 이창욱(30)에게 서른은 이제 시작이다. MBC 일일극 '내 손을 잡아'에 출연 중인 이창욱은 늦깎이 신예다. 연기 데뷔는 2009년 영화 '백야행'. 당시 그의 나이는 25세였다. 최근 대세 배우로 주목받는 김수현(26)과 김우빈(25)과 비교하면 한참 늦은 시기에 연예계에 첫 발을 들인 셈이다. 늦게 시작한 만큼 연기에 대한 열정과 욕심은 남다르다. '내 손을 잡아'에서 감초 캐릭터 정현수 역을 맡은 그는 자신을 캐스팅한 제작진의 기대에 부응하고, 연기력을 차곡차곡 쌓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열심히 한 덕분에 초반보다 비중도 많이 늘었다. 이창욱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점점 성장해나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 이병헌·이정재 선배님처럼 큰 배우가 되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내 손을 잡아' 촬영장 분위기는 어떤가.
"초반 보다 배우들이 많이 친해져서 분위기는 굉장히 좋다. 공개 연애 중인 박시은 누나와 진태현 형이 동반 출연 중이신데 커플이 있다고 어색하거나 그런 건 없다. 오히려 태현이 형이 장난을 많이 치시고 현장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든다."
-드라마에서 아역 배우를 제외하곤 서열상 막내다.
"그렇다. 주조연 중에서 막내다. 막내면 선배님들에게 좀 살갑게 다가가고 애교도 부려야하는데 성격상 잘 그러지 못 한다. 좀 무뚝뚝한 편이다. 어쩌다가 대화를 하다가 선배님들에게 개그를 하면서 나름의 애교를 부리는데 그때 선배님들이 어색한 미소로 응해주신다.(웃음)"
-비중있는 캐릭터는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 비중있는 연기도 처음인데 세트 촬영장에 적응하는 것도 힘들어서 연기하는 게 쉽진 않았다. 긴장도 많이 했다. 공연이나 뮤지컬을 하다가 드라마를 하려고 하니 모든 게 다 어색하고 당황스러웠다. 시스템에 적응한 이후엔 연기하는 것도 좀 편해졌다. 촬영 초반에 태현이 형이 옆에서 말도 먼저 걸어주시고, 연기를 할 때 도움도 많이 주셨다. 감사하다."
-모델로 데뷔를 했다.
"스무살 때 '빈폴진' 모델로 데뷔했다. 당시 한 방송사에서 '빈폴진' 모델을 뽑는 대회를 개최했는데 거기에 지원을 했다. 참가할 당시 번호는 키 순서였다. 내 키가 180cm인데 워낙 전문 모델들이 많아서 번호를 1번으로 받았다. 다른 지원자 보다 키도 작고 경력도 없어서 당연히 떨어질 줄 알았는데 3등에 뽑혔다. 당시 1등의 키가 188cm였다. 지금 생각해도 내가 왜 뽑혔는지 잘 모르겠다. 대회에서 수상을 한 뒤 1년 정도 모델 활동을 했고 이듬해 세종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연기 공부를 하며 연기자의 꿈을 키워나갔다."
-연기자의 꿈을 가진 건 꽤 오래 전이다. 연기 데뷔가 늦은 이유는 뭔가.
"오디션을 보긴 했는데 나이에 비해 어린 역할만 들어왔다. 대부분이 아역이었다. 영화 '마라톤'에서 조승우 선배님의 동생 역을 오디션 본 적도 있다. 그런데 그 때마다 마땅한 역할을 만나지 못 했다."
-뚜렷한 연기 활동을 하지 못 해 부모님의 걱정도 많았을 것 같다.
"물론이다. 그동안은 별 말씀을 안하시다가 서른살이 되면서 잔소리를 좀 하시더라. '너도 이제 안정적인 직업을 가져야하지 않겠니. 유학을 갈래?' 등 여러가지 말로 압박을 주셨다. 하지만 그때마다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얘기했다. 요즘 '내 손을 잡아'에 출연하면서 연기자로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다. 부모님도 드라마를 보시면서 뿌듯해 하신다."
-그동안 수익도 일정하지 않았을텐데.
"돈이 부족하진 않았다. 부모님께 용돈을 받기도 했고, 세종대 홍보대사라 학교에서 장학금을 받았다. 성적을 잘 받아서 장학금도 받았다. 덕분에 경제적으로 그렇게 힘들진 않았다. 계속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는데 성악을 부전공하면서부터 장학금을 받지 못 했다. 예체능학과에선 좋은 학점을 받기 힘든 것 같다."
-포털사이트에 연관검색어로 이필모가 뜬다. 특별한 인연이 있나.
"고등학교 때 연기학원을 다녔는데 당시 연기 선생님이셨다. 우연히 수원에서 촬영하다가 뵙고 인사드린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연락이 안 닿는다. 꼭 한번 작품에서 만나 같이 연기하고 싶다."
-같이 호흡을 맞추고 싶은 배우는.
"송혜교가 이상형이다. 꼭 한번 같이 연기해보고 싶다.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를 보고 더 반했다. 외모도 예쁘신데 연기도 굉장히 잘하시는 것 같다."
-앞으로 하고 싶은 캐릭터는.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김남길 선배님이 했던 비담 캐릭터 같은 역할을 해보고 싶다. 영화 '달콤한 인생'의 이병헌 선배님 캐릭터도 욕심난다. 내면의 아픔을 가진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힘든 상황을 극복하는 과정을 연기하고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전해주고 싶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롤모델은 이병헌 선배님과 이정재 선배님이다. 한 단계 한 단계 성장해서 선배님들처럼 큰 배우가 되고 싶다. 일단 5년 안에 주인공을 하는 게 목표다. 그렇기 위해선 앞으로도 쉬지 않고 달려야할 것 같다. 느슨해지거나 지치지 않겠다. 앞만 보고 달려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