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드라마 '총리와 나'가 평균 5%대 시청률로 종영했다. '막장' 없는 '착한 드라마'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훈훈하게는 만들었지만, 전개에 힘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든 윤시윤(28)의 표정은 정작 밝았다. '제빵왕 김탁구'(10)를 시청률 50%대까지 끌어올린 주인공이었기에 더욱 아쉬움이 클 터. 윤시윤은 "스코어를 신경 썼다면 시청층의 폭이 좁은 로맨틱 코미디물을 선택하지 않았을 거다. '반짝 인기'보다는 꾸준한 '사랑'을 원한다"고 야무지게 말했다.
-'제빵왕 김탁구'부터 '이웃집 꽃미남'까지 모두 주연이었는데 이번 작품은 서브 주인공이었다.
"고민을 많이 하긴 했는데 캐릭터가 좋아서 선택했다. 캐릭터 비중 보다는 어떤 역할을 하는 인물인지가 중요한 것 같다. 나도 인간인지라 이걸 두고 심각하게 고민할 때가 있을 거다. 하지만 다양한 작품에 출연해 필모그래피를 차근차근 쌓으려고 노력하려 한다."
-흥행 성적은 처참했다.
"보는 분들은 그렇게 여기실 수 있다. 하지만 만족한다. 후회할 작품이었다면 출연 조차 하지 않았을 테니까. 이전의 기록들에 도취해 사는 것, 작품을 통해 인기를 많이 얻거나 대작 원톱 주인공을 꿰찬다고 우쭐해하는 건 건방진 자세라고 생각한다."
-함께 호흡을 맞춘 이범수·윤아는 어떤 배우인가.
"이범수 선배의 연기를 곁에서 지켜보고 호흡한 것 만으로도 대만족이다. 투박스러우면서도 진실되게 감정 표현하는 것을 보고 정말 놀랐따. 또 함께 하는 배우들을 빛내주는 능력까지 갖추셨더라. 덕분에 긴장하지 않고 편한 분위기 속에 촬영했다. 윤아는 보는 사람의 감성을 건드리는 능력을 지녔다. 잔잔하고 소소한 감성들을 섬세히 표현한다. '30대가 되면 어떤 배우가 돼 있을까'가 궁금해지는 배우다."
-국무총리 이범수(권율)의 수행과장 강인호 역이었다. '총리의 부인' 윤아(남다정)을 짝사랑하는 게 정말 가능했을까.
"윤아 정도의 여자라면 '혹'했을 것 같다.(웃음)내가 본 강인호는 윤아를 '소울 메이트'로 생각했던 것 같다. 불우한 가정환경에 대해 털어놓고 의지한 사람이 다정이었으니까."
-촬영 중 쉬는 시간에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나만의 컨디션 조절 방법이다. 어린시절부터 책 읽는 걸 좋아했고 배우가 난 뒤에는 독서를 습관화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쉬는 시간에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을 들여다보고 촬영을 시작하면 대사의 톤부터 정신까지 '붕' 뜬 느낌이다. 하지만 책을 읽거나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서 대기하다가 내 분량 촬영을 하면 모든 게 안정적이다. 가끔 구석에서 책을 읽고 있으면 이상하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으시더라. 오해는 말아달라.(웃음)"
-예의 바른 배우로 소문났더라.
"네 살 때부터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다닌 서당의 영향인 것 같다. 부모님은 서울에서 워낙 바쁘게 생활하셔서 전남 순천에 있는 할머니 댁에서 자랐다. 영어 공부는 못 했어도 서당다니면서 한자·생활철학을 담은 사자소학·명심보감 등은 배웠다. 예의에 어긋나면 훈장님께 회초리를 맞았다. 어떻게 사는 게 올바른 가를 공부해왔기 때문에 착한사람은 아니더라도 바른사람이 되자는 생각을 늘 품고 살아왔다. 이런 마음을 품게 해주신 할머니·할아버지께 늘 감사하다."
-선배들과 교류하는 걸 좋아한다고.
"배울 수 있는 점도 많고 또래 문화에서 느낄 수 없는 '그 무언가'가 흥미롭다. 가장 가까운 분이 임하룡 선생님이다. 종종 연락을 해서 밥도 먹고 이야기도 나눈다. 한 번은 김구라 형이 '너랑 예능 프로그램 하고 싶다. 예능엔 너 같이 고리타분한 아이가 필요하다'고 말하시더라. 하하. 내 성향이 독특한지 난 잘 모르겠다."
-올해 군 입대를 한다고.
"정확히 언제 갈지 모르겠지만 곧 갈거다. 2년이란 긴 여행을 떠나고 오면 좀 더 성숙해질 거라 믿는다. 좀 더 단단히 여물어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보면 꿈꾸는 '믿고 볼 수 있는 배우'가 돼 있지 않을까"
-연기는 왜 시작했나.
"초등학교 때 국어 교과서에 희곡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대본을 보고 연기하는 게 정말 재밌더라. 배우에 대한 막연한 꿈을 꾸다가 영화 '파이란'(01)을 보고 '연기라는 게 이렇게 사람을 흥분시킬 수 있구나'를 깨달았다.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연기자가 되기 위해 준비했고 경기대학교 연기학과에 진학했다. 4년 동안 무명으로 활동을 했다. 마트나 물류창고 등에서 갖은 아르바이트도 했다. 힘든 상황에서도 배우의 꿈은 절대 포기할 수 없더라."
-술·담배는 하나.
"술은 친구들과 식사를 하면서 간단하게 하는 건 좋다. 하지만 취할 때까지 마시진 않는다. 열심히 일하고 맥주 한 잔을 시원하게 들이킨 뒤 푹 자는 느낌이 좋아서 마시는 거다. 담배는 단 한 번도 입에 댄 적 없다."
-봉사활동을 꾸준히한다고 들었다.
"차인표 선배를 따라 봉사단체 '컴패션'에서 활동하고 있다. 봉사활동 참여는 자주 못 한다. 한 달에 한 번 정도하는 수준이다. 차인표 선배처럼 엄청난 일들을 하는 게 아니라 질문을 받을 때마다 부끄럽다."
-올해 목표.
"30대가 되기 전까지 내가 모든 걸 작품에 쏟아내고 싶다. 그래야 30대가 되서 새로운 것들을 채울 수 있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