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32, 텍사스)는 올해 초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자신의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의 대단한 능력에 감탄했다. 추신수는 "보라스의 언론플레이가 대단하다"며 그의 영업비밀을 살짝 드러내기도 했다.
보라스는 2012년 말 류현진과 LA 다저스의 계약 때는 벼랑끝 끝장 전술로 선수에게 최대한 유리한 계약을 이끌어냈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약 278억원으로 우선 협상권을 따낸 다저스와 협상 마감시한을 불과 30초 남겨두고 최종 합의했다. 류현진이 고수했던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확보했고, 6년간 3600만 달러(옵션 600만 달러 별도)의 거액을 류현진에게 안겨줬다.
보라스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거물 에이전트 답게 윤석민의 계약에서도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다. 윤석민은 지난해 말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뒤 하염없는 시간을 보냈다. 거물급 FA들의 거취가 정리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고, 다나카 마사히로(뉴욕 양키스)가 미국 진출을 선언하면서 윤석민은 한동안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 있었다. 윤석민의 과거 어깨 부상에 대한 의혹의 시선도 있었다.
올해 초 한 야구인은 "윤석민이 두 개의 제안을 받았다고 들었다. 하나는 스플릿 계약이고, 하나는 메이저리그 계약인데 금액은 거의 비슷한 것 같더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금액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분명한 것은 선수가 만족할 만한 내용은 아니었다. 보라스측은 불만스러운 제안을 받아들이지도 않았고, 시기가 2월로 들어갔음에도 서두르지 않았다. 여전히 수준급 선발 요원이 필요한 구단들은 아직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FA 투수들의 거취가 하나둘씩 결정되면서, 보라스는 윤석민 세일즈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어깨 부상에 대한 우려는 공개 훈련이라는 이름으로 트라이아웃을 실시했다. 보라스는 윤석민의 공개 훈련을 준비해 관심있는 구단들이 직접 윤석민의 몸 상태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지난 1일 첫 공개 훈련을 통해 볼티모어와 샌프란시스코가 관심을 드러내자, 두 번째 훈련으로 경쟁 구도를 만들었다. 동시에 "2개 구단, 4개 구단에서 관심을 갖고 있다"는 식으로 언론플레이를 하기도 했다.
결국 보라스는 윤석민을 가장 적극적으로 원한 볼티모어를 상대로 3년 575만 달러의 계약을 이끌어냈다. 보장 금액은 다소 낮지만 725만 달러의 옵션이 추가돼 있어, 윤석민의 노력 여하에 따라 1000만 달러 계약이 될 수도 있다. 선수에게 유리한 '마이너리그 거부권'도 얻었고, 단기 계약이 아닌 3년이라는 계약 기간도 윤석민에게 유리한 조건이다. 계약까지 긴 시간이 걸렸지만, 선수가 얻을 수 있는 것들은 최대한 확보한 게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