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검찰,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횡령-배임혐의 수사…자택 압수수색
검찰이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17일 오전 8시30분께 강 전 회장의 자택을 비롯해 서울시 중구 STX남산타워에 있는 ㈜STX, STX조선해양, 팬오션 등 계열사 사무실에 수사팀을 보내 하드디스크와 회계장부, 내부 보고서 등을 확보했다.
이번 압수수색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회사 측으로부터 내부 비리와 관련한 수사 의뢰가 들어와 압수수색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STX건설은 지난 2010년 1월 미국기지 괌 이전에 따른 현지 근로자 숙소 건설사업에 참여하면서 시행사 유넥스글로벌이 군인공제회로부터 만기 1년의 10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을 받을 때 연대보증을 섰다.
시행사와 STX건설은 만기일인 2012년 7월까지 200억원만 상환했다. 이에 군인공제회는 나머지 800억원의 만기를 1년 연장하는 조건으로 STX건설과 협력관계 있는 STX중공업에 연대보증을 요구했고, STX중공업은 이사회를 열고 STX건설에 대한 연대보증을 결정했다.
이후 STX건설은 2012년 12월 추가로 100억원을 상환했으나 지난해 4월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되면서 나머지 700억원은 STX중공업 몫이 됐다. STX중공업은 지난해 7월 원리금 일부인 150억원을 상환, 현재 약 550억원의 채무를 지게 됐다.
이에 산업은행 등 STX중공업 채권단은 “STX중공업과 STX건설이 오키나와 미군기지의 괌 이전공사에서 선 보증채무 때문에 신규 자금 500억원을 추가 지원해야 한다”며 강 회장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하며 회사측에 강 전 회장을 비롯한 전 경영진을 고소해줄 것을 요청했다. 지난 10일 STX그룹은 강 전 회장 등 경영진 5명을 횡령·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STX중공업 이사회가 STX건설에 대한 연대보증을 결정하는 과정이 합리적인 경영상의 판단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또 괌 현지의 부지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비자금이 조성됐는지 여부를 확인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STX그룹의 정상화를 위해 수조원대 추가 자금 지원이 예상되는 상황이라 신속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의 압수수색 소식이 알려지며 이날 STX그룹 계열사들의 주가가 일제히 곤두박질 쳤다. ㈜STX주가는 1275원로 떨어지며 하한가를 기록했고 STX중공업 주가도 전일대비 8.18% 떨어졌으며, 팬오션과 STX엔진도 5% 내외의 하락폭을 보였다.
한때 재계 13위까지 올랐던 STX그룹은 2008년 금융위기로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3월, 해운 계열사인 STX팬오션의 공개 매각을 추진하면서 숨겨왔던 부실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핵심 계열사인 STX조선해양과 STX중공업, STX엔진도 채권단 자율협약 체제로 전환됐다. 이어 STX엔진과 팬오션마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그룹 전체가 와해됐다.
빠른 시간 안에 그룹의 몸집을 불리며 ‘인수합병의 귀재’로 재계의 주목을 받던 강덕수 전 회장은 경영에서 사실상 완전히 물러나 현재 STX엔진 이사회 의장직만 맡고 있다.
이형구 기자 nine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