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환(왼쪽) 9단이 27일 저우루이양 9단을 상대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박정환(왼쪽) 9단이 27일 저우루이양 9단을 상대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중국 수문장 나와라!'
한국의 수문장으로 나선 박정환(21) 9단이 농심신라면배에서 중국의 수문장 스웨 9단을 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지난해 한국의 마지막 주자로 나서 우승을 이끌어낸 박 9단이 올해도 막강한 활약을 하면서 이창호에 이은 한국의 새로운 해결사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박 9단은 27일 상하이 그랜드센트럴호텔에서 벌어진 제15회 농심신라면배 본선 13국에서 중국 저우루이양 9단을 상대로 203수 만에 백불계승을 거뒀다. 26일 탄샤오 7단과의 대결에서도 중반까지 고전하며 진땀나는 승부를 펼쳤던 그는 이틀 연속 막판에 짜릿한 역전승을 일구어냈다.
▶이틀 연속 대역전극
박 9단은 저우루이양 9단에 초반 맹공을 가했다가 실리를 크게 잃었다. 중국 측에서 저우루이양 9단이 무난히 승리하지 않겠느냐는 낙관론이 흘러나왔다. 박 9단은 저우루이양 9단이 다소 느긋해진 한 순간을 틈타 상대가 먼저 장악한 오른쪽 위 영토를 빼앗아냈다. 결국 저우루이양 9단은 오른쪽 상당 부분을 내주며 돌을 던졌다. 이 대결을 지켜본 네티즌들은 "대단한 역전승이었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은 "박 사범이 99% 진 바둑인데 저우루이양이 너무 쉽게 생각해 대역전에 성공했다"면서 "스웨와 박 사범은 세계 1·2위를 다투고 있다. 하지만 박 사범이 상승세라 해볼만하다"고 설명했다.
▶정신력의 승리
4주간의 기초군사훈련을 마치고 지난 20일 퇴소한 박 9단은 머리를 짧게 깍은 채 비장한 각오로 이번 대회에 임했다. 지난해 국제대회 개인 타이틀을 단 하나도 따내지 못하며 위기에 몰린 한국 바둑을 대표해 '한·중·일 바둑삼국지'인 농심신라면배만큼은 반드시 사수하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날카로워진 눈빛에서 엿보였다. 박 9단은 26·27일 연승을 통해 약 한달 간 바둑돌을 잡지 못해 '감각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주변의 우려도 불식시켰다.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은 정신력이 돋보였다.
사실 박 9단이 탄샤오 7단에게 패했더라면 역대 최악의 농심신라면배 대회로 기록될 뻔한 상황이었다. 25일 믿었던 한국의 네 번째 주자 김지석 9단이 탄샤오 9단에게 덜미를 잡히면서 중국은 세 명이나 남았기 때문이다.
한국은 박 9단의 분투에 힘입어 대회 열 두번째 우승을 노릴 수 있게 됐다. 박 9단은 28일 스웨 9단과의 최종 대결에서 승리하면 한국의 열 두번째 우승과 함께 본선 3연승 상금 1000만원을 덤으로 얻는다.
한편 일간스포츠가 주최하고 (재)한국기원이 주관하며 (주)농심이 후원하는 제15회 농심신라면배의 총규모는 10억원, 우승 상금은 2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