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원(28·본명 육혜승)이 4년 간의 긴 재정비를 마치고 안방극장에 돌아왔다. JTBC ‘귀부인’에서 서지혜(신애)의 의리파 친구이자 철없는 애인을 야무지게 뒷바라지하는 정석영 역을 맡고 있다. 과거보다 한층 안정된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다는 평을 이끌어냈다.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기까지 꽤 긴 시간이 걸렸다. 2005년 SBS ‘온에어’로 연기자로 변신했지만 아이돌 출신 배우들이 그렇듯 그에게도 지독한 악평이 따라붙었다. 또한 같은 걸그룹 슈가 출신의 황정음·박수진이 브라운관에서 종횡무진 활약할 때 4년이라는 긴 공백기를 보내야 했다. 그럴때마다 악플을 동력삼아 대중들이 원하는 모습을 파악하고 과거 작품을 수십 번 돌려보며 부족한 부분을 채워갔다."'온에어' '찬란한 유산'까지 과거에 했던 모든 대사를 기억하고 있을 만큼 과거 출연 작품을 돌려봤다"며 "혹평은 피하려하지 않고 새겨들으려 한다. 아직 많이 부족하겠지만 매일 성장하는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야무지게 말하는 그에게서 자신감이 느껴졌다.
-공백기가 길었다.
"이전 소속사와 계약이 끝나고 현재 소속사를 만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17살(2001년)에 슈가로 데뷔해 연기·뮤지컬을 오가며 쉬지 않고 활동했다. 이번 기회에 하고 싶은 것도 하면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싶었다. 미국·싱가포르·필리핀 등 해외여행부터 국내 여행까지 많이 다녀왔다."
-쉬는 동안 불안하진 않았나.
"마음 한구석이 편하지는 않았다. '대중들의 기억 속에서 잊히면 어쩌나' 걱정도 됐다. 마음이 약해질 때마다 운동하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새로운 운동을 배울 때마다 완벽하게 마스터한다는 생각으로 집중하고 땀을 빼면 마음이 나아졌다. 한번은 12시간 넘게 야외에서 테니스를 친 적이 있다. 주변에서 박수까지 받았다. 스킨스쿠버·골프·수영까지 안하는 운동이 없다. (웃음)"
-가수 활동에 미련은 없나.
"처음 연기자로 전향했을 때는 없었다. 그 당시에는 가수 출신 연기자에게 항상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슈가 시절 이미지를 벗기 위해 육혜승에서 한예원으로 개명까지 한 거다. 요새는 가수 출신이라는 게 마이너스가 되는 거 같지 않더라. 워낙에 노래하는 걸 좋아해서 지금은 다시 욕심이 나기도 한다. 노래에 대한 욕심 때문에 '온에어' 촬영 당시 OST에 참여하고 뮤지컬을 하기도 했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무대에 서고 싶긴 하지만 지금은 연기활동에 더 집중하고 싶다."
-슈가 멤버들과 교류는.
"아유미는 일본에 있기 때문에 자주 만나진 못하지만 여전히 잘 지낸다. (박)수진이랑은 어제도 만나 함께 '귀부인'을 봤다. 동갑이다 보니 수진이랑 가장 친하다. (황)정음 언니는 연기에 대해 진지하게 조언을 많이 해준다. 시간 맞춰서 촬영장에 응원오겠다고 하더라. 해체하면 서로 소원해지는 그룹이 있는데 이해가 안된다."
-황정음이 어떤 조언을 해주나.
"'귀부인'에서 우는 장면이 있었는데 눈물이 잘 나오지 않아서 힘들었다. 'KBS 2TV '비밀'에서 어떻게 그렇게 잘 울었냐'고 조언을 구했다. '캐릭터에 완전히 몰입해야 한다'는 뻔한 조언이었지만.(웃음) 다음에 대본 가지고 와서 같이 연습하자고 하더라."
-슈가 멤버들에 대한 마음이 각별한 것 같다.
"어려웠던 시절을 함께 보내서 더욱 애틋하다. 슈가 활동할 때는 여느 20대 여자애들처럼 싸우기도 하고 두 명 씩 편이 갈리기도 했다. 하지만 싸워도 결국 울면서 화해했다. 외동딸이라 멤버들이 자매같이 느껴진다. 가끔 혼자 슈가 노래를 들으면 그때가 그리워서 눈물이 난다. 그럴 땐 멤버들에게 장문의 단체 문자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