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예능프로그램 '짝'을 녹화하던 중 사망한 전모씨(29)의 유족이 제작진의 사후처리 및 경찰 수사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다.
전씨의 모친과 부친은 9일 오전 일간스포츠에 자신들의 입장을 적은 자필문서를 보내오며 심경을 토로했다. 이들은 자필문서를 통해 '경찰이 휴대전화·SNS 조사를 완료하고 자살 동기가 없다고 발표한 바 이에 수긍할 수 없음을 밝힌다'라고 입장을 전했다. 이어 전씨의 부모는 전화통화에서도 "딸이 '촬영이 힘들다' '방송이 나가면 힘들어 질 것 같다' 등의 내용을 휴대전화와 SNS를 통해 밝혔다. 이런 내용이 뚜렷하게 남아있는데도 경찰 측에서는 촬영과정에서 자살의 동기가 될만한 일이 없었다고만 한다"면서 "멀쩡하던 딸이 방송 출연중 왜 힘들어했고, 어떻게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게 됐는지 밝히고 싶다"고 강조했다.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서귀포 경찰서 강경남 수사과장은 9일 "전씨가 '짝'에 출연하는 과정에서 제작진의 강압이 있었는지 제작진과 출연진을 참고인으로 다시 불러 추가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전씨의 촬영분량이 담긴 테이프 전량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추가수사를 통해 의혹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유족 측은 사고 이후 줄곧 제주도에 머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장례식도 미룬 채 딸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상황. 전씨의 모친과 부친의 입장을 직접 들어봤다. 두 사람은 "딸의 사망 소식을 듣고 건강이 악화됐다. 몸이 안 좋아진게 문제가 아니라 딸을 이렇게 보내놓고도 멀쩡히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고통스럽다"라고 울먹거렸다. 또한, "이번 일로 '짝'이란 프로그램이 폐지까지 됐는데 막상 SBS에서는 우리에게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도 않았다"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SBS 측은 이와 관련 9일 내내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경찰의 수사과정 및 발표내용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건가.
"조심스러운 부분이지만 그렇다. 프로그램 녹화과정에서 자살 동기가 될만한 일이 없었다니 수긍할수 없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다시 말해 수사의 촛점 자체가 잘못된 것 같다. 멀쩡했던 딸이 '짝'에 출연하겠다고 제주도에 갔다가 싸늘한 주검이 돼 돌아왔다. 딸이 '짝'의 녹화분이 방송되는걸 두려워했다. 딸과 가진 전화통화 등에서 녹화과정이 심리적으로 큰 부담이 됐다는 사실을 알수 있었다. 심지어 '호주 쪽으로 어학연수를 떠나고 싶다'는 말까지 했다. 도대체 왜 죽었는지, 녹화과정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이유를 자세하게 밝혀줬으면 한다.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는건 너무 억울하다."
-SBS 측에도 섭섭한 부분이 있나.
"SBS가 우리를 배려해주고 있는것 같진 않다. 최초 딸이 사망했다는 소식도 SBS 측이 아니라 경찰을 통해 들었다. 이후에도 자신들의 입장을 언론을 통해 알릴뿐 우리와 이야기를 하지는 않고 있다."
-제작진과 몇차례 만남을 가진게 아니었나.
"5일 오전 제주도에 내려온 후 총 세 번을 만났다. 그것도 우리가 먼저 연락을 해 만난 거다."
-당시 제작진과 어떤 얘기를 주고 받았나.
"두 번 만남을 가질때까지 그들은 별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마지막 만남에서 '장례 절차를 진행하고 힘 닿는데까지 돕겠다'고 했는데 지금까지 아무 소식이 없다. 벌써 닷새가 지났다."
-장례식을 아직도 안 치르고 있다.
"장례식을 치러야하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지금 이대로 장례식을 치르게 되면 딸에게 미안해진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밝혀야한다. 장례식도 치르지 않고 있다며 우리를 욕하는 사람들도 많더라. 솔직히 그런 시선이 무서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렇게 넘어갈순 없다. 아직 서울로 올라갈 시기도 못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