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원(25) 통신원은 영국 런던에 거주하고 있다. 한국에서 스포츠 매니지먼트를 공부하다 축구산업을 체험하기 위해 영국으로 2012년에 건너갔다.
그리고 지난 2012-2013시즌부터 두 시즌 째 일간스포츠 통신원으로 활약 중이다. 앞으로 중계카메라가 보여주지 못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장 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달할 예정이다.
안녕하세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통신원 서재원입니다.
지난 8일 오후(한국시간)에는 런던 북부에 위치한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 다녀왔습니다. 바로 아스널과 에버턴의 2013-2014 잉글랜드 FA컵 8강전의 현장을 지켜봤는데요. 최근 8년간 무관에 그쳤던 아스널이 정상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을 지가 관심이 가는 경기였습니다. 이번 시즌 FA컵 64강전부터 홈에서 토트넘(2-0)과 코벤트리시티(4-0), 리버풀(2-1)을 연달아 꺾으며 상승세를 탔죠. 아르센 벵거 감독이 이끄는 아스널이 '성지' 웸블리로 가는 마지막 관문, 에버턴까지 격파할지 기대를 갖고 지켜봤습니다.
런던에는 따뜻한 봄 날씨가 찾아왔죠. 이 때문인지 이른 낮 경기(현지시각 12시 45분)에 치러진 경기임에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경기장 주변에 몰려 있었습니다. 얌전한 아스날 팬들의 특성상 과격한 행동이나 장외 응원전이 펼쳐지진 않았죠. 그러나 일상처럼 경기장 밖에서 맥주와 햄버거를 먹으며 서로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경기장에 들어서자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다름 아닌 대규모의 에버턴 팬들이었습니다. 아스널 팬들과는 정반대였습니다. 골대 뒤쪽 1층 부분에 자리잡은 약 5000여명의 에버턴 원정 서포터들이 약 10배에 이르는 아스널 팬들을 압도하는 응원전을 보여줬죠. 그 열기가 이미 정평이 나있는 에버턴 팬들의 응원은 입이 쫙 벌어질 정도로 장관을 이뤘습니다.
경기 결과는 외질부터 아르테타, 지루(2골)가 연속골을 넣은 아스날이 4-1로 승리했죠. 에버턴은 루카쿠가 한 골을 넣어 0패를 면한데 만족해야 했습니다. 5골이나 터진 경기에서 경기내용보다 눈길을 끌었던 것은 단연 에버턴 팬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이들은 90분 내내 쉬지 않고 응원했습니다. 종종 자신의 유니폼 색과 같은 푸른색 연막탄(청염)을 터뜨려 아스널의 안전요원들을 당황시키는 모습이 흥미로웠습니다. 한 명이 끌려가도 또 다른 사람이 청염을 터뜨렸죠. 원정팬들이 줄줄이 끌려가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아스널 지루의 세 번째 쐐기 골이 터지자 성난 에버턴 팬들이 슬슬 자리에서 일어나 경기장을 나가는 모습이 보였는데요. 청염에 자극을 받았는지, 아스널 팬들이 에버턴 팬들을 조롱하기 시작했습니다.
과격한 에버턴 팬들이 가만 있을리 없었죠. 물리적 충돌도 발생했습니다. 물병 등 이물질들이 날아다니고, 주먹다짐까지 일어났죠. 결국 대기중인 경찰까지 투입되는 상황까지 갔습니다. 에미레이츠 경기장에 경찰들이 투입되어 팬들을 진압한 것은 이번 시즌 처음 보는 광경이었습니다.
결국 경기는 4-1로 아스널의 승리로 끝났죠. 벵거 감독의 아스널은 2011년 칼링컵 결승에 오른 이후 3년 만에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경기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졌습니다. 경기 종료 후 경기장을 나오며 “웸블리~ 웸블리~”라고 노래를 부르는 아스널 팬들의 모습에서 오랜만의 우승컵을 바라는 기쁨과 간절함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005년 FA컵 이후 8년 동안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한 아스날이 FA컵에서 우승할 수 있을지, 앞으로 4강전과 결승전을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그 소식을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