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프로농구는 사상 유례없는 치열한 순위 싸움이 전개됐다. 창원 LG가 창단 17년 만에 첫 우승을 일궜지만, 2위 울산 모비스, 3위 서울 SK도 막상막하 전력으로 팽팽한 삼국지를 형성했다. 또 4위 자리를 두고도 인천 전자랜드, 부산 KT, 고양 오리온스가 전쟁을 벌였다. LG와 모비스는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12일 시작하는 6강 플레이오프에서는 3위 SK와 6위 오리온스, 4위 전자랜드와 5위 KT가 맞붙는다.
힘든 정규리그를 보낸 여섯 팀 모두 플레이오프를 앞두고는 비장했다. 10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3-2014 시즌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6팀 감독은 승리를 장담하지 못하고 상대 팀 눈치를 봤다. 우승 팀 LG 사령탑 김진 감독부터 한껏 몸을 낮췄다. 김 감독은 "모든 팀이 껄끄럽다. 플레이오프는 단기전이라서 경험을 무시할 수가 없는데 우리는 대부분 어린 선수들이라 경험이 없다"며 "그러나 오히려 거침없는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어서 그 부분에 기대를 건다"고 했다.
'만수' 유재학 모비스 감독도 다소 난감한 표정이었다. 유 감독은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는 "이런 멤버를 가지고 우승을 못하면 내가 능력이 없는 것"이라고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만수라는 별명이 부담스럽다"며 긴 답변을 피했다. 하지만 준비는 철저히 하고 있었다. 유 감독은 "정규시즌을 치르면서도 플레이오프 생각을 늘 했다. 체력적인 부분이 가장 걱정이었는데 4강에 직행하면서 여유가 생겼다. 단기전은 집중력에서 판가름나는데 경험이 있어서 선수들을 믿는다"고 했다.
문경은 SK 감독도 특히 겸손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했지만 챔피언 결정전에서 모비스에 4전 전패를 당한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또 이번 시즌 정규리그 우승 싸움에서 막판에 밀려나면서 3위로 마감했다. 문 감독은 "아쉬움이 많다. 초심으로 돌아가겠다. LG를 보면 지난 시즌 우리 팀처럼 해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모비스는 워낙 전통적으로 강한 팀이지만 LG보다는 모비스와 대결하는 게 나은 것 같다"고 했다.
없는 살림으로 플레이오프에 오른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경험이 중요하겠지만 이기고자 하는 열정이 더 중요하다. 우리 팀은 분위기를 잘 타야하는데 KT와 5차전까지 갈 것 같다"고 했다. 전창진 KT 감독은 "시즌 시작 전에는 8위만 하면 좋다고 생각했는데 플레이오프에 올라왔다. 전자랜드가 끈끈한 팀이라서 걱정이다.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반면 추일승 오리온스 감독은 독을 품고 있었다. 오리온스는 SK와 정규리그에서 6전 전패를 당했다. 또 SK와 오리온스는 이번 시즌 판정시비로 원수 아닌 원수가 됐다. 추 감독은 "정규리그에서 SK를 한 번도 이기지 못해 한이 됐다. SK에 빚이 있어서 이번에는 갚아줘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