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외국인 선수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개인 블로그를 만들어 한국 적응기를 써내려가는가 하면, 국내 무대를 떠났음에도 한국 관련 소식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전하기도 한다. 낯선 '이방인'으로만 여겨졌던 외국인 선수들이 이제는 팬들에게 좀더 친근하게 다가서고 있다.
'서울의 여름'부터 '강남 파티'까지
LG의 새 외국인 투수 리오단은 '서울의 여름(A Summer in Seoul )'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개인 블로그를 운영한다. 그는 이 블로그에 자신의 한국 적응기를 올리고 있다. 9일 리오단은 한국 도착 후 자신의 행적을 쭉 써내려가며 느낀 바를 솔직하게 전달했다. 그는 "(한국에서의) 좋은 경험을 떠나 (LG 동료) 조쉬 벨과 나는 몇 가지 애로사항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오늘 근처 가게에 가서 세탁기에 넣는 세제를 사는 데 5분이나 걸렸다. 모든 제품이 한글로만 쓰여 있었다"고 말하면서도 "이곳(한국)에 온지 며칠 안됐지만 내 집처럼 느껴진다. 벌써부터 길을 걷다 나를 알아보는 분들과 사진을 찍었다. 이보다 행복할 순 없다"고 전했다. 리오단의 글을 접한 팬들은 '신선하고 재미있다. 야구만 잘하면 된다', '정감 가는 선수'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올해도 삼성의 마운드을 지키는 밴덴헐크는 트위터를 통해 팬들과 활발히 소통한다. 그것도 한국어로 한다. 물론 정확한 문법과 단어 사용을 위해 아직까지 주위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한국어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가 지난해 삼성과의 계약 직후 한국어 교본을 구해 공부를 한 일화는 이미 팬들 사이에서도 유명하다. 밴덴헐크는 "트위터는 팬들과의 소통을 위해 시작했다"면서 "한국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두산의 새 외국인 타자 칸투는 한국행이 확정되자 자신의 트위터에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떠올리며 '강남에서 파티를 하자(Let's have a gangnam party!)'라는 짧은 글을 남겼다. 지난 10일에는 '1, 2, 3… go bear!!'라는 문구를 올리며 소속팀 두산을 응원하기도 했다. 칸투는 "한국은 팬들의 열정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나도 그 기를 받아 야구를 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이젠 외국인 선수도 '우리 편'
1998년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후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외국인 선수는 국내 리그에서 단순히 '전략적인 보완책으로 데려온 용병' 정도로만 여겨졌다. 외국인 선수들도 한국을 그저 '더 큰 무대로 가기 위해 거쳐가는 곳' 쯤으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외국인 선수들은 단순히 '용병'으로만 취급되지 않고 있다. 팀의 일원으로 애정을 갖고 완벽하게 녹아들면서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팬들도 외국인 선수에 대해 팀의 한 선수이자, 똑같은 유니폼을 입고 뛰는 '우리 편'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외국인 선수와 야구 팬들 사이에 있던 보이지 않은 벽이 허물어진 셈이다.
여기에는 외국인 선수들의 의식 개선도 큰 영향을 미쳤다. 올해로 국내 무대 4년 차인 두산 니퍼트는 "더 이상 나는 외국인 선수라는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 나는 그저 두산 소속의 선수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두산 팬들은 그의 역할이 팀 내에서 신과 같다는 의미에서 '니느님(니퍼트+하나님)'이라는 애칭을 붙여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