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4년차 유창식(22)과 넥센 6년차 강윤구(24), 삼성 8년차 백정현(27). 왼손 투수라는 치명적인 매력에 신인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뽑힌 유망주, 그리고 매년 시범경기 때만 되면 희망으로 주목받는 선수들이다. 괜찮은 공을 갖고도 제구력 불안이라는 해결되지 않는 숙제도 공통적이다. 올해도 스타트는 좋다. 하지만 정규시즌까지 이어질지는 모른다. 그럼에도 긍정적인 평가는 많다.
▶7억 사나이, 유창식
유창식은 9일 대전 SK전에 선발 등판해 3이닝 4피안타 2탈삼진 1실점했다. 투구수가 39개로 적당했고, 불안요소인 4사구는 하나도 없었다.
2011년 계약금 7억원을 받고 입단한 유창식은 시속 140㎞대 중반의 직구, 우타자 몸쪽으로 휘는 슬라이더로 매년 선발요원로 기대를 모았으나 잠재력을 터뜨리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4선발로 시즌을 시작했으나 잇단 부진으로 불펜으로 내려갔다.
올해 김응용 한화 감독은 외국인 투수 앨버스와 클레이, 송창현과 유창식까지를 4선발로 꼽고 있다. 유창식은 커브와 포크볼 제구를 더 가다듬었다. 커브가 슬라이더만큼 손에 익었다. 그는 "피칭할 때 오른 어깨가 벌어지지 않게 신경쓰면서 '영점'이 잡혀 제구가 잘 된다"며 "작년 시범경기보다 컨디션이 더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지킬박사와 하이드, 강윤구
강윤구는 9일 목동 두산전에서 3이닝 동안 안타는 1개 맞았으나 3볼넷 5탈삼진 2실점을 했다. 8회 무사 만루에서 두 타자 연속 삼진(정수빈, 오재일)을 잡은 뒤 두 타자 연속 밀어내기 볼넷(김재호, 박건우)을 허용했다. 극과 극의 피칭, 딱 강윤구 스타일이다. 140㎞대 후반의 직구로 탈삼진 능력이 뛰어나지만, 그만큼 제구력 또한 흔들린다. 지난 2년간 9이닝 기준으로 따지면 9개의 삼진을 잡고, 5개의 볼넷을 내줬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볼넷으로 실점했지만, 지난해와는 다르다. 강윤구가 자기 볼을 던지다 볼넷을 내줘 염려할 부분은 아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올해 강윤구는 같은 좌완 금민철과 5선발 후보로 꼽힌다. 염 감독은 초반 6선발 체제(나이트-밴헤켄-오재영-문성현까지 4선발)로 2차례 정도 선발 기회를 줄 계획이다.
▶시범경기 커쇼, 백정현
백정현은 8일 시범경기 개막전인 대구 KIA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1피안타 5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어딘가 낯익다. 백정현은 2013년 3월9일 시범경기 개막전 대구 LG전에 선발로 나와 4이닝 1피안타 4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1년 만에 재방송같다.
2007년 2차 1라운드 전체 8번으로 입단한 백정현은 2010년 1군에 진입했으나 2011년 왼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았다. 재활 후 지난해 시범경기 4경기(선발 2경기)에서 10이닝 6피안타 2실점(1자책점) 평균자책점 0.90을 기록하며 기대를 모았다. 개막 엔트리에 들었고, 롱릴리프 보직을 받았다. 시즌 최종 성적은 28경기 24⅓이닝 1승1패 4홀드 평균자책점 6.66이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배영수, 윤성환, 장원삼, 밴덴헐크 4선발에다 차우찬과 백정현을 테스트하겠다"고 했다. 외국인 선발요원 마틴의 부상 이전에 6선발과 전천후 불펜으로 점찍은 차우찬이 5선발로 갈 경우, 백정현이 이를 대신해야 오승환(한신)이 빠진 불펜이 든든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