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베테랑 투수 김사율(34)은 지난 11일 상동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4이닝 동안 안타 4개를 내줬지만, 무실점을 기록했다. 올 시즌 5선발 자리를 두고 후배들과 경쟁을 펼치고 있는 그는 이날 호투로 '1차 합격'을 받았다. 김시진 롯데 감독은 "김사율은 한 차례 더 시범경기에 등판한다. 이후 5선발을 확정하고 시즌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2011~2012시즌 팀의 마무리를 맡아 온 김사율은 지난 시즌 중반 선발로 전환했다. 젊은 투수들이 4~5선발 역할을 해주지 못하자 김 감독이 꺼낸 카드가 김사율이었다. 갑작스럽게 선발로 나서게 됐지만, 김사율은 8경기에 나서 1승4패, 방어율 4.66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서도 가장 좋은 컨디션을 보여 일찌감치 눈도장을 받았다. 그는 "야구를 새로하는 느낌"이라며 "올해 결과에 따라 남은 야구 인생의 방향이 달라질 것 같다. 인생의 터닝포인트"라고 말했다.
- 첫 등판을 마쳤다.
"직구 위주로 피칭을 했다. 선발로 나가고 있어서 중간이나 마무리와는 다른 느낌으로 가려고 한다. 맞혀잡는 피칭으로 상대하는 게 선발경쟁 하며 달라진 부분이다. 또한 주자가 있을 때 빠른승부를 한것이 잘 이뤄졌다. 직구의 볼 끝 변화에 집중하고 있는데 그걸 테스트하고 있다. 시범경기에서 선발로 나가고 있는데 최선을 다해서 캠프에서 훈련해온 것을 보여주고 싶고, 컨디션 유지를 잘 해서 팀이나 코칭스태프에 믿음을 줄 수 있도록 하겠다."
- 지난해 갑자기 선발로 전환했다. 힘들었을 것 같은데.
"야구를 새로 하는 느낌이다. 당시에는 일단 던지는 게 중요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뭘 잘못했는지 많은 공부가 됐다. 선발은 이닝을 끌어가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컨디션도 중요하지만, 내가 어디에 더 집중을 해야하는지 말이다. 6이닝을 기준으로 했을 때 어느 한 포인트에서 똑똑한 투구를 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더라."
- 경기 운영이 중요하다는 뜻 같은데.
"맞다. 나는 해야 할 부분에서 하나를 못해 상황을 어렵게 만들었다. 선발로 꾸준히 나가는 선수들은 그런 부분을 잘하더라. 나는 그걸 못하고 공을 던지기 바빴다. 1~2회는 대부분 점수를 준 적이 없어. 그런데 3회 2점, 3회 안주면 4회 3점. 이런 식이었다.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한다'는 감이 온다. 스프링캠프에서 유먼과 송승준에게 많이 물어보기도 했다."
- 지난해 승부를 어렵게 가져가는 모습이 많았다.
"경기 운영의 노하우가 부족했다. 풀카운트에서 쓸데없이 타자를 잡겠다고 덤비다 계속 파울을 맞고, 결국은 볼넷으로 허무하게 내보냈다. 그리고 정작 승부할 때 스테미너가 고갈돼 어려운 승부가 됐다. 승부를 할 때는 빨리빨리 해야한다. 그리고 최대한 실투없이 공을 던져야 하고, 체력적인 안배도 해야 한다. 그래서 선발이 어려운 것 같다."
- 체력적인 문제는 없는가.
"체력에 대한 얘기는 결과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결과가 좋지 않으면 체력적 문제라는 얘기가 따라온다. 반대로 결과가 좋으면 경기를 풀어나가는 능력이 좋다는 얘기를 듣는다. 체력이 안 좋아서 결과가 좋지 않다? 그건 아니라고 본다. 물론 기본체력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선발의 자격에거 가장 중요한 건 이닝을 끌어가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 5선발 자리를 두고 후배들과 경쟁을 펼치고 있는데.
"7~8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올해만 야구 하고 그만두는 게 아니지 않은가. 몸도 자신있고, 계속 야구를 할 건데, 올해 결과에 따라 앞으로 야구 인생이 달라질 것 같다. 그래서 올해가 인생의 터닝포인트라고 생각한다. 계속 힘든 상황을 만드느냐, 아니면 자리잡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딱 중간에 있다. 위로 갈지, 아래로 갈지는 내가 하기에 달렸다."
- 스프링캠프에서 감독·투수코치와 많은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지난해에는 감독 코치님께서 처음 오셨기 때문에 나를 지켜보신 것 같다. 마무리로 성적을 낸 것도 있고. 하지만 올해는 감독·코치님께서 조언을 많이 해 주셨다. 그런데 내가 생각한 것과 많이 일치했다. 내가 필요성을 느끼고 받아들이니까 조언을 더 해주시고.(웃음) 감독님은 '팔에 의존하는 피칭보다는 몸을 이용해 힘을 다 끌어올려 공을 던지라'고 주문하셨다. 정민태 코치님은 '중심을 남겨서 던져야 한다'고 하셨다."
- 솔직히 마무리에 미련이 없나.
"욕심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2010~2012년까지 3시즌 동안 59세이브를 따냈다. 1~2년 뒤에 100세이브를 채우는 것이 목표였다. 그리고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고 싶었다. 그러나 이제는 틀렸다. 하지만 어떻게 하겠나. 팀은 한 사람을 위해서 있는 곳이 아니다. 팀에 내가 맞춰야 한다. 내가 한 결과물이기 때문에 받아들였다. 물론 힘들었다. 하지만 내 마음의 보약을 먹었다고 생각한다. 그걸 느끼지 못했다면 그냥 '에이 안해' 이랬을텐데. 내가 그걸 느끼니까. 내 자신이 강해진 것 같다. 성적이 좋다, 나쁘다는 둘째 문제인 것 같다. 선수로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하는지 깨달았다."
- 5선발 경쟁 자신있나.
"나는 자신있다. 선발 경험이 적어 어렵긴 하지만 다른 경쟁자들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팀에 도움이 된다면 열심히 던져야 한다. 패전처리가 돼도 열심히 던지겠다. 모든 걸 받아들일 마음자세가 돼 있다. 팀도 중요한 상황 아닌가. 좋은 것만 생각하고 달려가면 결과는 좋을 거라 믿는다. 지나간 건 작년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다 잊다. 앞만 보겠다. 하다보면 또 뭔가 나올 것이다."
- 올해 팀 성적에 대한 기대가 크다.
"우리 팀이 한국시리즈에 마지막으로 진출한 1999년 데뷔했다. 나는 당시 전반기에 30이닝을 던지고 허리가 좋지 않아 재활을 했다. 팀이 포스트시즌을 치를 때는 교육리그에 있었다. 함께 하지 못한 것이 정말 아쉬웠다. 나는 어릴 때부터 롯데 팬이었다. 그리고 롯데에 입단해 쟁쟁한 선배들과 함께 했다. 남은 소원은 한국시리즈 경험이다. 유니폼을 벗기 전에 꼭 경험하고 싶다."
- 팀 분위기가 좋아보이는데.
"경쟁은 하지만, 선수들이 서로 배려하고 챙겨준다. 전력보강도 중요하지만 팀을 생각하는 플레이를 해야 한다고 본다. 개개인이 조금씩 하다보면 그것이 뭉쳐서 이길 수 있는 힘이 된다고 생각한다. 절대 전력이 플러스(+)됐다고 해서 10승을 더한다? 이건 아니라고 본다. 1위와 5위가 7~10경기 차이나는데, 그 7승은 사소한 차이에서 나온다. 선수들끼리 '으쌰으쌰'하면서 힘을 만들어가면 나중에는 엄청난 힘이 나올 것이다. 나도 근성있는 모습을 보이겠다. 지켜봐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