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는 지난 11일 박경완(SK 2군 감독)의 등번호 '26'을 영구결번한다고 밝혔다. 구단 창단 후 처음이자 프로야구 사상 12번째 영구결번이다. 박경완은 공수 겸장의 대표 포수로 SK 전성기의 중심에 있었다. SK가 강팀의 반열에 오르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건 누구도 반문하지 못한다. SK의 이번 결정에 찬성하고,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러나 박경완의 영구 결번 소식을 접하면서 궁금한 것이 생겼다. 그러면 박재홍은?
필자는 지난해 5월 박재홍의 은퇴식이 열릴 즈음 SK 관계자에게 그의 등번호 영구결번에 대한 의사를 물었다. SK 측은 "은퇴 여부에 대한 확정이 늦었고, 은퇴가 갑작스럽게 결정됐다. 그래서 영구결번에 대한 토의를 내부에서 전혀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박재홍이 성대한 은퇴식을 마친 뒤 1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런 얘기가 없다. 세 가지 질문을 하고 싶다. 박재홍은 영구 결번의 가치가 없는 선수인가? 아니면 아직 내부 토의가 끝나지 않은 것인가. 또 아니면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인가.
박재홍과 필자는 지난해 방송 중계를 통해 친분을 쌓았다. 야구 팬들은 필자가 이전부터 박재홍과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박재홍을 해설위원으로 영입하기 위해 그의 집 앞을 세 번이나 찾아갔다. 친한 사이였다면 '삼고초려'까지 했을까. 물론 지금은 '나를 버리고 떠났다'며 툴툴거리는 사이가 될 정도로 친하다. 그래서 영구결번을 언급하기가 굉장히 조심스럽다.
하지만 기록 면에서 박재홍은 누구도 범접하지 못한다. 데뷔 첫 해를 포함해 30(홈런)-30(도루)을 세 차례 했다. 그가 신인으로서 30-30을 달성하는 날 방송사는 야구 중계를 잠시 끊고, 인터뷰를 진행할 정도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의 통산 성적은 17시즌 동안 1797경기에 나서 1732안타·300홈런·1081타점·267도루이다. 가장 빛나는 기록은 프로야구 최초 250(홈런)-250(도루)으로 지금도 그가 유일하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향후 20년 동안 250-250이 나올 것으로 보는가. 필자는 힘들다고 본다. 물론 가능성이 있는 선수는 있다. SK 최정이 20-20을 향후 6~7년 동안 꾸준히 한다면 달성할 수 있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박재홍은 SK의 영구 결번 자격이 없다'는 반론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그가 현대에서도 활약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현대는 지금 없다. 박재홍이 뛰던 시절 현대의 연고지는 인천이었다. SK는 인천을 연고로 재창단했다. 현대를 바탕으로 재창단한 구단은 넥센이기 때문에 그 팀에서 영구결번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가? 들어보지 못했다. 그렇다고 박재홍이 SK 시절 부진했는가? 2007년 SK의 첫 우승에 큰 기여를 했고, 이후에도 제몫을 해줬다. SK가 대승적인 차원에서 결정을 해야한다고 본다.
만약 구단과 사이가 좋지 않고, 그런 것들이 장애물로 작용한다면 풀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SK의 경기를 중계하러 가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박재홍과 SK 구단 관계자들은 격없이 잘 지내고 있다. 이유를 찾기가 어렵다. 정말 궁금하다. 박재홍이 영구결번에 결격 사유가 있는지, 아니면 아직도 내부 토의가 진행 중인지 말이다.
이제 와서 밝히지만, 박재홍이 은퇴식 때 보여준 우익수 송구는 필자의 아이디어다. 2012년 메이저리그 텍사스의 명포수 이반 로드리게스가 은퇴식에서 2루 송구를 하는 걸 보고 아이디어를 냈다. '은퇴 시구보다는 우익수로 가서 던지자. 리틀 쿠바가 우익수로 송구하는 게 의의가 있다. 마운드에서 던지면 무슨 의미가 있냐'고 했다. 박재홍은 우리나라 야구가 남긴 슈퍼스타라고 생각한다. 한 시점만 놓고 보면 가장 화려한 기록을 남긴 선수다. 박재홍의 등번호 '62'가 문학구장에 걸릴 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