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 가요계에 기현상이 벌어졌다. 이름도 낯선 가수 브로의 '그런남자'가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더니 26일 오전 멜론차트 1위에까지 올랐다.
26일 정오 현재 '그런남자'는 멜론차트 1위, 엠넷 2위, 소리바다 4위, 지니차트 2위를 기록 중. 장기간 음원독주를 하던 소유·정기고를 밀어냈고, 이선희·임창정 등 중견가수들과 경쟁 중이다.
기획사도 없는 무명신인 가수 브로(본명 박영훈·25세)의 반란으로 불릴 만큼 신기한 음원차트 상승 분위기는 가요계 상반기 최대 이변으로 꼽힐만 한 사건. 이를 두고 논쟁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런남자'가 현재 음원차트에서 두각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웃기지만 현실을 꼬집는 적나라한 가사 덕분. 초반엔 지극히 평범한 사랑 노래 같은 발라드로 시작하다, '그런남자가 미쳤다고 너를 만나냐'는 반전에서 빵 터진다. '말하지 않아도 네 맘 알아주고 달래주는 그런 남자, 너무 힘이 들어서 지칠 때 항상 네편이 되어주는 그런 남자, (중략) 그런 남자가 미쳤다고 너를 만나냐 너도 양심이 있을 것 아니냐, (중략) 왕자님을 원하신다면 사우디로 가세요, 일부다처제인 건 함정'
남자의 조건에만 몰두하는 여자들을 우스꽝스럽게 풍자한 노랫말에 2030대 젊은층 남성들이 폭발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논쟁은 뜨겁다. 브로의 노래에 대해 여성들은 "여성을 비하하는 시답잖은 노래가 왜 음원차트 1위를 하는 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26일 오전엔 브로의 '그런남자'를 패러디한 벨로체의 '그런 여자'가 온라인을 떠들썩하게 했다. 브로의 여성비하적 가사를 디스하며 '성형하진 않아도 볼륨감이 넘치는 너를 위한 에어백을 소유한 여자 그런 여자가 미쳤다고 너를 만나냐, 너도 양심이 있을 것 아니냐, 김태희를 원하신다면 우크라이나로 가세요, 니가 멋진 차를 타고 달려도 아무리 비싼 명품으로 휘감아도 숨길 수 없는 단하나의 진실은 차는 있는데 집은 없잖아' 등으로 맞선다.
가요계에선 '그런남자'현상을 두고 시각이 엇갈린다. 일부에선 '기발한 콘텐츠'라고 치켜세우지만 한쪽에선 '국내 음원차트들이 얼마나 가볍게 움직이는지 증명한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고 있다.
긍정적인 측면을 본 가요기획사에서는 '역시 콘텐츠의 힘이 어떤 마케팅이라도 압도한다'며 기발한 콘텐츠에 주목한다. 지난 해 크레용팝의 '빠빠빠'반란을 분석하기에 바빴던 기존 가요 기획사들은 올 봄 브로의 반란에 대해 말하고 있다. 한 대형기획사 대표는 "지난 해 크레용팝 때도 느꼈지만 콘텐츠가 기발하다면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다. 지난 해 크레용팝도 기발한 안무와 뮤직비디오로 팬들을 유인하는데 성공했다. 브로의 노래 역시 콘텐츠의 완성도를 떠나 새롭다는 것, 남들이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음원차트에서 인기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다른 기획사 대표는 "음원차트가 이런 식으로 움직이는 걸 보면 음악성이나 완성도는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게 우리 음악계의 현실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디어가 좋은 건 인정하지만 모든 음악을 다 장난스럽게 만들 수는 없지 않겠냐"며 "몇 년 동안 공들인 음원에 보다 번뜩이는 아이디어 하나가 더 중요한 가치로 인정 받는 것 같다"고 씁쓸해 했다.